팻딘

팻딘 ⓒ KIA타이거즈


팻 딘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개막 직후 꾸준히 6이닝 이상 3실점 이하를 기록하던 그의 모습은 6월 들어 온데간데 없어졌다. 양현종의 부진, 임기영의 이탈로 선발진에 균열이 생긴 KIA의 사정상 팻 딘이 버팀목 역할을 해줘야 했는데, 임시 선발 역할을 수행한 정용운이나 신인 박진태보다도 부진한 투구내용을 보이면서 신뢰를 잃고 있다.

지난 6월 16일 광주 LG전 등판까지의 기록을 토대로 팻 딘의 기록을 3차례 기간으로 나눠 분석해봤다. 첫 6경기, 중반 4경기, 6월 이후 최근 3경기로 나눠 보면 팻 딘의 투구 내용에 확연한 차이가 드러나는 것이 보인다.

 팻딘 기록

팻딘 기록 ⓒ 청춘스포츠


첫 6경기 팻 딘의 투구는 LG의 허프 못지 않은 수준급 용병이라는 평을 들을 만한 피칭이었다. 4월 27일 광주 삼성전에서 5.1이닝 7실점한 경기를 제외하면 모두 퀄리티 스타트(QS)를 기록했고, 4월14일 광주 넥센전 완투승(9이닝 2실점)을 포함한 3경기는QS+을 기록했을 만큼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다. 이후 중반 4경기에서도 압도적인 활약은 아니었지만 5경기 연속 QS를 이어가며 KIA 선발진의 강력한 한 축으로 활약했다. 피안타율이 상승하면서 WHIP(이닝당 주자출루허용률)과 평균자책점이 상승하긴 했지만, 이 때만 해도 팻 딘이 6월에 처참히 무너질 것이라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6월 3경기, QS는 고사하고 경기 초반부터 이닝을 넘기기 어려운 투구 내용이 계속됐다. 피안타율4할에 WHIP 2.51, 평균자책점 10.05라는 처참한 성적을 남긴 팻 딘의 피칭은 일시적인 부진으로 보기 어려웠다. 빠른 인터벌을 앞세운 공격적인 투구에 타자들이 물고 늘어지는 전략을 택하면서 초반부터 투구수가 급격히 불어났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실투가 장타로 이어지면서 대량실점의 빌미가 되었다. 6월3경기에서 3홈런 포함 13개의장타를 헌납한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그렇다면 팻 딘이 이렇게 깊은 수렁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이대진KIA 투수코치는 팻 딘의 투구 버릇을 고치는 과정에서 밸런스가 흐트러진 것을 1차적인 문제로 꼽았다. 특히 팔각도가 이전보다 낮게 나오면서 제구가 흐트러졌고, 다시 좁아 지기 시작한 스트라이크 존 문제와 맞물려 어려움을 겪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팻 딘의 구속저하가 6월 들어 심각해졌다는 점을 눈 여겨볼 필요가 있다.

다음은 기간별 팻 딘의 구속 및 구종 구사율을 나타낸 그래프다.

 팻딘 구종별 구사율

팻딘 구종별 구사율 ⓒ 청춘스포츠


 팻딘 평균 구속

팻딘 평균 구속 ⓒ 청춘스포츠


주로 던지는 3가지 구종 (패스트볼, 슬라이더,커브) 모두 구속 저하가 일어나고 있다. 특이한 점은 5월 4경기에서 팻 딘의 직구 구사율과 슬라이더 구사율의 차이가 현격하게 줄었는데, 이는 4월 말부터 직구의 피안타율이 급격하게 상승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4월 27일 삼성전 7실점 이후 직구 비율을 낮추고 슬라이더 비율을 끌어올리면서 초반에 쓰지 않았던 스플리터와 싱커 구사율도 늘렸다. 초반에는 타자들에게 생소한 전략이었지만 전력 분석이 되면서 스플리터 역시 난타를 당하게 됐고(피안타율 .647), 이는 결국 다시 직구 중심의 경기 운영으로 전환하는 요인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직구 구속이 떨어진 상황에서 무리하게 구사를 늘린 것이 6월 평균자책점 10.05라는대참사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직구 구사가 줄어든 시점에서 팻 딘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체인지업 구사율까지 줄면서, 우타자를 효과적으로 제어하지 못한 점 또한 팻 딘의 부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팻 딘과 포수, 그리고 코칭스탭이이를 인식 못한 것은 아니다. 가장 최근 등판일 이었던 6월16일 광주 LG전에서 팻 딘은 직구 구사율 42.3%, 체인지업 구사율 27.5%를 기록하면서 레퍼토리에 변화를 줬다. 하지만 이날 평균구속 142.1km에 머문 직구로는 LG타자들의 눈을 현혹시키기 어려웠고, 그 결과 직구 피안타율 6할, 체인지업 피안타율 5할이라는 처참한 성적만이 남았다.

결국 팻 딘이 반등하기 위해서는 직구 구속의 회복이 절실하다. 그렇다면 직구 구속이 감소한 요인은 무엇일까? 첫번째는 신체적으로 이상 신호가 왔을 수 있고, 두 번째는 앞에서도 언급했듯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흔들린 제구를 잡기위해 스스로 구속을 낮췄을 수도 있다. 일단 본인이나 코칭스탭 모두 몸 상태에는 이상이 없다고 언급했고, 무엇보다 팻 딘의 등판 간격만 보더라도 무리한 등판은 없었기에 분명 몸 상태의 이상은 아니다(선발 13경기 중 5일이상 휴식 후 등판 경기 12경기). 결국 투구 버릇을 고치는 과정에서 흐트러진 밸런스와 제구가 직구 구속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라 봐야 한다.

2009시즌 V10을 달성할 당시 KIA의 원동력은 로페즈-구톰슨-양현종-윤석민으로 이어진 강력한 4선발진에서 나왔다. 그리고 이는 지난해 두산의 '판타스틱4'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불펜이 불안한 상황에서 선발진의 이닝 소화력으로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KIA에게 "4선발의 마지막 퍼즐"인 팻 딘의 반등은 절실할 수밖에 없다. V11을 향한 호랑이 군단의 질주에 팻 딘이 다시 날개를 달아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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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한달수기자
팻딘 구종 부진 KBO KIA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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