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야구에 대한 희망은 올해도 희망고문으로 끝나는 것일까. 한화의 선발진 붕괴와 함께 중위권 진입의 꿈이 다시 멀어지고 있다. 한화는 지난주 6경기에서 2승 1무 3패(.400)에 그쳤다. 6월 월별 승률도 8승1무 12패로 정확히 4할이다. 이달 팀 평균자책점이 무려 6.37(지난주 6.83)이나 된다.

한화는 지난주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한 선발투수가 한 명도 없었다. 그나마 에이스 비야누에바만이 23일 삼성전에서 7이닝을 던지며 분전했지만 8피안타 3사사구를 내주며 자책점을 5점이나 허용했다. 그나마 다른 국내 선발투수들은 김재영(21일 넥센전 5이닝 5실점)배영수(22일 넥센전 3.1이닝 6실점)-이태양(24일 삼성전 3이닝 7실점)-윤규진(25일 삼성전 2이닝 4실점 3자책)에 이르기까지 평균 3.2이닝을 소화하는데 그치며 매우 부진했다. 이 기간 한화 타선도 평균 6점을 뽑아주며 분전했지만 마운드는 더많은 평균 7.16점을 실점하니 좀처럼 이길 재간이 없었다.

강팀의 필수 덕목은 선발진이고, 선발의 필수 덕목은 이닝소화력이다. 그런데 한화는 5-6이닝을 안정적으로 책임져주는 투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6월들어 21경기에서 한화 투수가 6이닝 이상을 소화한 것은 고작 4경기에 불과했고 그나마 승리를 따낸 것은 배영수가 완봉승을 따낸 6월 10일 삼성전 한 경기 뿐이었다.

한화는 현재 10개 구단을 통틀어 70이닝 이상을 소화한 투수가 단 한명도 없는 유일한 구단이다. 당연히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도 한 명도 없다. 각 팀에서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킨 선발투수들이 최소한 70-80이닝을 넘겼고, 심지어 최다이닝 1위인 두산 유희관(103)처럼 벌써 100이닝을 돌파한 투수가 나올 시점인데 한화는 20위권 이내에도 이름을 올린 선수가 전무하다. 

한화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알렉시 오간도는 69이닝으로 전체 26위에 간신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 뒤를 국내 투수인 배영수(68이닝, 27위)가 겨우 근접한 상태다. 비야누에바도 시즌중반 부상으로 인한 결장 기간이 있어서 아직 60.1이닝을 소화하는데 그치고 있다. 오간도가 지난 9일 이후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못한지 벌써 2주가 넘고 있는데도 아직 팀내에서 그를 추월한 선수가 없다는 것이 한화 투수들의 한심한 이닝 소화력을 더 두드러지게 한다.

한화 선발투수들이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는 것은 그만큼 투구내용이 불안정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화는 현재 팀 평균자책점 5.02로 리그 전체 6위지만 선발만 놓고보면 5.23으로 8위까지 떨어진다. 그나마 외국인 투수 비야누에바와 오간도를 빼면 국내 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은 6점대 이상으로 치솟는다.

팀내 최다승 투수라는 배영수(6승)가 드물게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켰지만 자책점이 5.82이나 될만큼 안정감이 부족한 실정이다. 선발 경험이 있는 이태양-윤규진-장민재-송은범 등은 자책점이 줄줄이 6-7점대를 넘기고 있다. 한화의 팀 QS는 23회로 전체 8위에 머물고 있는데 국내 선수만 놓고보면 10회로 9위다. 토종 선발투수가 5회를 채우지 못하고 내려간 경기는 무려 24회로 10개 구단중 가장 많다.

비야누에바와 오간도도 자책점은 낮지만 둘이 합쳐 7승에 그치고 있을만큼 승운이 잘 따르지않고 있는데다 연달아 부상자 명단에서 들락거리며 내구성에서도 아쉬움을 주고 있다. 두 선수 모두 불펜에서 오랜 시간 활약하다가 한화에서 다시 선발로 전환하며 이닝 소화력에서도 다른 팀의 외국인 에이스들에 비하면 2% 부족한 수준이다.

한화는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지난 9년간 허술한 마운드 때문에 항상 시즌 운용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류현진(LA 다저스)마저 미국으로 떠난 2013년 이후에는 확실한 토종 선발투수는 전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운드 보강을 위하여 몇 년간 적지않은 투자를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외부 영입이나 내부 육성 모두 성과를 내지못했다는 것은 뼈아픈 부분이다. 특히 김성근 전 감독 부임 이후 투수력 보강에 초점을 맞추고 유난히 많은 투수들을 영입했지만 이중 선발투수로서 확실히 자리잡았다고 할만한 선수는 없다.

그나마 KBO 최다승 투수라는 배영수가 한화 3년차가 된 올시즌에서나 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채울 수 있게 된 정도이고, 송은범은 말그대로 재앙으로 전락했다. 반면 송은범의 보상선수로 기아에 내준 유망주 임기영은 올시즌 리그 정상급 투수로 성장하며 한화 팬들의 속을 두 번 쓰리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내부에서 육성해냈다고 할만한 선수도 보이지않는다. 안영명-장민재 등이 잠깐 가능성을 보여준 시기가 있었지만 꾸준하지 못했고 김민우처럼 꽃을 피우기도전에 부상에 허덕이는 사례도 있었다.

김응용-한대화 전 감독 시절에는 비록 팀성적은 더 좋지 않아도 2~3년뒤를 기약할 유망주들을 키우고 있다는게 위안을 삼았지만 현재는 그런 희망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축 투수들 대부분이 지난 시즌보다 발전은 커녕 구위가 떨어졌다는 평가다. 가뜩이나 고령화된 라인업에 현재 1군의 주축 투수들이 노쇠하고 있는데 이들이 아무리 부진하다고 해도 2군에서 당장 새로 끌어올릴만한 투수들이 보이지 않는다.

한화는 이미 지난 2년간 극도로 혹사당한 불펜진도 예전같은 안정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선발이 일찍 무너지면 이제는 버틸 뒷심도 떨어진 상황이다. 한화가 이 고비를 극복하지못한다면 올해도 가을야구는 구경으로 만족해야할 처지다.

한화는 6월 마지막주인 KT-두산을 상대로 6연전을 치른다. 꼴찌로 추락한 KT가 최근 10경기에서 단 1승에 그치는 극도의 부진을 보이고 있는데다, 두산도 민병헌-양의지 등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이라는 악재를 맞이하며 정상 전력이 아니라는게 그나마 희망이다. 한화는 올시즌 KT에 7승 2패로 매우 강했고 두산을 상대로 3승 3패의 호각을 기록하며 나쁘지않은 성적표를 기록했다. 침체된 한화가 이번 6연전에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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