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유난히 다사다난했던 6월의 막바지를 지나고 있다. 롯데는 6월 팀승률이 3할6푼4리(8승 14패)로 저조하다. 어느덧 7위까지 떨어진 순위는 지난 8일부터 3주 가까이 변동없이 고착된 상태다. 6월 중순 6연패 수렁에 빠졌을때는 이제 중위권도 아닌 '4약'으로 추락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경기 외적인 해프닝도 많았다. 넥센과의 16일 경기에서는 경기 전에 제출한 선수명단과 실제 출전선수가 뒤바뀌는 어이없는 실수로 소위 '오더 참사'라는 조롱을 받았다. 팀의 연패와 맞물려 엄청난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지난 23일 두산전에서는 경기후 이대호와 두산 오재원간의 대화가 뜬금없는 훈계질 논란으로 비화되어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팀이 안풀리는 상황이다 보니 유난히 구설수도 더 늘어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수도권 원정경기가 이어진 지난 한주간 롯데는 4승 2패로 모처럼 선방하며 분위기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다. 최약체 kt를 상대로 연패의 수렁을 끊어냈고, 이어 두산을 상대로 2주전 스윕패의 빚을 갚았다. 롯데가 2연속 위닝시리즈를 달성한 것은 올시즌 처음이다.

팀내 다승 1위 박세웅은 지난주에만 홀로 2승을 챙기며 롯데 마운드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6연패를 탈출한 20일 kt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고, 25일 두산전에서도 6.2이닝 동안 117구를 던지는 역투끝에 7피안타 4사사구 4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하며 두산전 8번째 등판만에 첫 승을 신고하고 곰 징크스를 끊어냈다. 롯데로서는 박세웅으로 시작해 박세웅으로 끝난 한주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세웅은 올시즌 다승 공동 2위(9승), 자책점 2위(2.08)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뭘리티스타트도 무려 10차례(공동 5위)에 이른다. 2015년 1군 데뷔 이후 kt를 거쳐 롯데 유니폼을 입은 박세웅은 올시즌에만 지난 2년간 따낸 승수(7승-2승)를 합친 만큼의 승리를 벌써 롯데에 선물했다. 개인 첫 두 자릿수 승리는 이제 시간문제이고 각종 투수부문 타이틀에도 유력한 후보로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롯데가 박세웅을 영입하면서 걸었던 기대보다도 더 빠른 성장세다.

롯데 마운드의 현재 최대 고민은 선발진에서 안정적인 이닝이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외국인 투수들의 동반 부진속에서도 박세웅과 베테랑 송승준(5승,자책점 3.98)같은 토종 투수들의 분전으로 그나마 선발진을 꾸려나가고 있다. 다행히 그간 부진으로 속을 태우던 레일리도 24일 잠실 두산전에서 7이닝 4실점하며 팀의 8-4 역전승에 발판을 놓으며 오랜 무승의 사슬을 끊고 살아날 조짐을 보였다. 6월 들어 롯데 선발투수로는 최초로 7이닝 이상을 투구했다는 것이 더 의미가 있었다. 2군에서 일시적으로 재정비중인 김원중까지 복귀하면 롯데 선발로테이션이 앞으로 안정감을 찾을 여지는 충분하다.

타선도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롯데 타선은 6월들어 유독 빈타에 허덕였다. 하지만 지난주만 놓고보면 8점 이상의 대량득점을 올린 경기가 3번이나 나왔다. kt전에서 2경기 연속 10점(20-21일)을 뽑아내기도 했으나 상대가 최근 공수 양면에서 급격하게 침체된 상황이라 거품이 낀 면이 없지않았다면 결정적인 전환점은 24일 두산전이었다. 경기 종반까지 끌려가던 롯데는 8회에만 8안타 7득점을 몰아치는 모처럼의 '빅이닝'을 연출해내며 승부를 뒤집었다.

롯데는 지난주 팀타율 .302를 기록했으며 7홈런 36득점(경기당 6점)을 뽑아냈다. 이대호와 최준석의 활약이 다소 주춤한 상황에서도 손아섭-강민호-전준우등이 적재적소에 한 방씩을 터뜨려주며 공격의 흐름을 이어갔다. 특히 최근 롯데 타선을 이끌어간 진짜 히어로는 전준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준우는 6월에만 타율 .356 4홈런 10타점의 맹타를 이어가며 물오른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벌써 10개의 홈런을 기록중인 전준우는 지금의 페이스라면 2010년(19개)의 기록을 뛰어넘어 자신의 최다 기록인 20개 이상의 홈런을 달성할 가능성도 높다.

험난했던 수도권 원정 9연전을 뒷심을 발휘하여 4승 5패로 마무리하며 그럭저럭 선방한 롯데는 한숨을 돌리고 이번주 사직에서 홈 6연전을 맞이한다. 하지만 상대가 만만치않다. 전통의 라이벌인 LG와의 '엘꼴라시코' 주중 3연전에 이어 껄끄러운 NC와의 주말 'PK 더비'가 기다리고 있다. 롯데는 올시즌 LG와 3승 3패 호각세, NC에는 3승 6패로 열세다. 지난주의 상승세를 이어가며 중위권 도약의 계기를 만드느냐, 아니면 다시 하위권으로 추락하느냐는 갈림길에 놓여있다.

변수는 역시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다. 냉정하게 말해 롯데는 올시즌 외국인 선수들의 덕을 거의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애디튼이 불펜전환 이후에 별다른 반등의 기미를 보여주지못하고 잇는 가운데 레일리가 지난주 두산전에 이어 이번주에도 호투를 이어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타격 부상과 옆구리 부상으로 한동안 전력에서 제외된 앤디 번즈도 조만간 1군 복귀를 앞두고 있다. 송승준(27일 LG전 선발예정)-레일리-박세웅을 제외하고 나머지 4.5선발 로테이션을 조원우 감독이 어떻게 가져갈지가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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