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한국시간) 체코 프라하 에덴 아레나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유럽 원정 2차전 체코와의 친선경기.

프리킥 선제골을 성공시킨 윤빛가람과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2016년 6월 5일 오후(한국시간) 체코 프라하 에덴 아레나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유럽 원정 2차전 체코와의 친선경기. 프리킥 선제골을 성공시킨 윤빛가람과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빛가람이 K리그로 귀환했다.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제주 유나이티드는 26일 중국 옌벤 푸더에서 활약하던 윤빛가람을 임대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제주는 윤빛가람이 2013년부터 3시즌 동안 활약했던 친정팀이기도 하다. 병역을 해결하기 위해 국군체육부대(상무) 지원을 노리는 윤빛가람은, 규정상 만 27세 이하에 최소 6개월간 국내리그에 등록된 선수로 한정된 상무 응시 자격을 충족하기 위하여 한시적으로 K리그 복귀를 타진했고 결국 1년 6개월만에 친정팀으로 돌아오게 됐다.

윤빛가람은 국내 축구팬들에게는 애증의 선수다. 뛰어난 발재간과 경기운영능력을 갖춘 윤빛가람은 유망주 시절이던 2007년 국내에서 열린 FIFA 17세 이하(U-17) 월드컵을 통하여 '제 2의 윤정환'으로 처음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성인 프로무대에서는 2010년 고향팀인 경남FC를 통하여 데뷔하며 K리그에 입성했고 이후 성남-제주 등을 거치며 리그 정상급 미드필더로 성장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스무살에서 첫 발탁되어 2011년 아시안컵 주축 멤버로 활약하는 등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16년에는 중국 슈퍼리그 옌벤 푸더로 진출하여 1년 반 동안 37경기 11골을 터뜨리며 중국 무대에서도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출중한 재능과 실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윤빛가람은 정작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선수 중 하나다. '가십보이'라는 뼈있는 별명에서 보듯이 윤빛가람은 어린 시절부터 남들보다 일찍 세간의 주목을 받은 만큼 크고작은 구설수에 휘말리는 일도 잦았다.

윤빛가람의 이름을 처음으로 알린 2007년 17세 이하 월드컵에서도 정작 유명세를 타게된 계기는 대회 개막전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축구는 좋아하지만 K리그는 재미없어서 안본다." "국내 선수중 좋아하는 선수는 없다."등 솔직함이 지나치다못해 당돌한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부터였다. 이 사건으로 윤빛가람은 단숨에 '제2의 이천수'라는 별명을 얻으며 프로 데뷔도 하기 전에 건방진 선수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다. 이 발언은 훗날 윤빛가람이 경남을 통하여 K리그에 데뷔하게 되면서 다시 주목받기도 했다.

2012년 성남 시절에는 극심한 슬럼프와 함께 태업 의혹에도 시달렸다. 당시 유럽진출을 적극적으로 갈망하던 윤빛가람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진행된 이적이었다는 동정론도 있었으나, 성남 이적 이후 그간의 활약이 무색하게 이상하리만큼 무기력한 모습으로 일관하면서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불과 2년 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차지하며 K리그의 명가로 이름을 떨친 성남은 리빌딩의 중추가 되어줄 것으로 믿었던 윤빛가람의 부진과 함께 몰락의 길을 걸었다. 

젊은 선수들의 소통에 능하기로 소문난 당시 신태용 감독조차 윤빛가람을 끌어안는데 실패하면서 그의 프로의식과 정신자세를 우회적으로 비판했을 만큼 윤빛가람과 성남의 궁합은 최악이었다. 지금도 성남 팬들에게 윤빛가람의 이름은 금지어로 통한다. 윤빛가람 개인에게도 극심한 부진과 함께 2012 런던올림픽 대표팀 엔트리에 탈락하는 등 방황의 시간이었다.

2013년 제주로 이적하면서 조금씩 예전의 기량을 회복한 윤빛가람은 2016년에는 중국무대로 진출했고 한때 A대표팀에도 다시 발탁되는 등 순탄한 축구인생을 살아가는 듯 했다. 하지만 작년 6월에는 뜬금없이 탤런트 김민수와의 SNS 욕설공방으로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윤빛가람은 이번 여름 K리그 이적시장에서 최대어로 부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전북-울산 등 여러 팀들이 윤빛가람에 관심을 보였으나 최종 선택은 친정팀 제주였다. 하지만 구단들과의 협상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행보로 또다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당초 윤빛가람의 영입에 가장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였던 팀은 전북이었다. 중원의 핵심이던 미드필더 김보경의 J리그 가시와 레이솔로 이적함에 따라 윤빛가람으로 그 자리를 메우려고 했다. 하지만 높은 몸값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강희 감독은 지난 21일 윤빛가람의 영입 불발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며 선수 측에서 이적료와 연봉까지 약 10억원 가량을 요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무리 전북이라도 임대선수 신분인 윤빛가람을 고작 반년 정도 써먹기 위하여 감당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액수였다. 특히 윤빛가람의 에이전트 측이 다른 구단으로 이적시에는 발생하지 않는 이적료를 전북에게만 요구했다고 주장하며 불편한 심기를 토로하기도 했다. 양측의 협상이 순탄하지 않았음을 보여준 장면이다.

정작 윤빛가람은 전북과의 협상이 틀어진지 불과 며칠만에 전격적으로 제주 복귀를 확정했다. 눈에 띄는 것은 제주 이적에서는 임대료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물론 윤빛가람이 연봉도 자진해서 삭감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사실이다. 전북과의 협상이 결렬된 배경을 감안하면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계약이다. 일부 축구팬들은 K리그 구단들을 만만히보고 처음부터 과도한 조건을 내걸었다가 틀어지니, 자칫 상무 지원까지 무산될까봐 다급해져서 부랴부랴 제주와 헐값에 계약한게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윤빛가람은 이번에도 타고난 이슈메이커의 본능을 여지없이 뽐내면서 K리그로 귀환했다. 현재 K리그 클래식 3위를 달리고 있는 제주도 윤빛가람 임대 영입으로 마르셀로의 공백을 메우며 중원과 공격진에 힘을 불어넣을 수 있게 됐다. 축구팬들이 지난 일년반 동안 중국무대를 거치면서 윤빛가람의 기량과 프로의식이 과연 얼마나 달라졌을지 주목하고 있다. 반년 남짓한 짧은 임대기간이지만 윤빛가람이 더 이상 가십이 아닌 축구로 국내 팬들을 감동시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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