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효리네 민박>의 한 장면. 캐스팅의 묘와 기획 의도가 잘 맞아떨어진다.

JTBC <효리네 민박>의 한 장면. 캐스팅의 묘와 기획 의도가 잘 맞아떨어진다. ⓒ JTBC


이효리는 제주도에 산다. 요가도 하고, 살림도 한다. 이소라는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날아갔다. 수다도 떨고, (당연히) 노래도 한다. 이효리는 민박집 사장님이 됐다. 이소라는 거리의 '버스커'에 도전할 예정이다. 이효리는 '순딩이' 남편 이상순과 함께한다. 이소라는 동료 윤도현, 유희열과 방송인 노홍철과 동행했다.

각기 다른 의미로 한국 음악계의 한 획을 그었던 그 이효리와 이소라가 25일 저녁 나란히 JTBC 새 일요 예능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이효리는 <효리네 민박>을 통해 제주도에서의 일상을 공개했고, <비긴 어게인>의 이소라는 <판타스틱 듀오>에 이어 리얼 예능 출연을 감행했다.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가 목요일로 자리를 옮기고, <김제동의 톡투유>가 시즌1을 마무리한 시간대였다.

tvN과 JTBC를 필두로 종편과 케이블을 포함해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이 명멸하는 시대다. 그런 만큼, 이효리의 새 예능과 이소라의 리얼 예능 나들이는 팬들은 물론 꽤 많은 시청자와 업계의 눈길을 끌 만한 캐스팅이라 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이 신선하면서도 대중적인 캐스팅은 세대를 아우르는 힘을 발휘할 만한 '성공적'인 캐스팅으로 평가받을 만했다. 포털 실시간 검색어를 점령했던 <효리네 민박>과 <비긴 어게인>은 그렇게 캐스팅의 묘와 기획 의도, 안정적인 연출이 아우러진 첫 방송을 선보였다. 방송이 끝나자, '안착'이란 단어가 두둥실 떠올랐다. 이효리(와 이상순은)는 여전히 털털했고 사랑스러웠으며, 이소라는 고맙게도 믿음직했다.

'일상이 화보' 이효리-이상순 부부의 <효리네 민박> 

 JTBC <효리네 민박>의 한 장면. 이효리-이상순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은, 우리가 아는 '셀러브리티'의 삶과 다소 달랐다.

JTBC <효리네 민박>의 한 장면. 이효리-이상순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은, 우리가 아는 '셀러브리티'의 삶과 다소 달랐다. ⓒ JTBC


"오빠랑 둘이 얘기할 시간이 없잖아 이제. 오빠랑 얘기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데. 오빠랑 말하고 싶어서 결혼한 것 같은데. 다른 건 모르겠고."

'오빠' 중독자 이효리에게 이상순은 "효리야, 이제 말 좀 하지 말고 쉬어. 에너지 좀 보충하라고"라고 다독인다. 이효리는 이 대화가 통하는, 대화하고 싶게 만드는 남편과 산다. 부러워할 여성 시청자들이 꽤나 많을 터다. 게다가 이 남편은 요리도 하고, 청소도 하는 확실하고 믿음직한 '파트너'다.

그 파트너와 함께 이효리는 제주에서의 일상을 행복하게 영위하는 중이다. 이 이효리-이상순 부부의 라이프 스타일과 제주 생활을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효리네 민박>은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일지 모른다. 누구는 대저택에서나 봤을 법한, 상상보다 훨씬 너른 뜰을 갖춘 이들의 제주집이 눈에 먼저 들어왔을지 모를 일이다.

맞다. 방송에서 이효리가 언급한 대로, '소길댁'이라 불리던 시절 이들 부부의 제주집은 일반인들이 초인종을 그리 눌러댔다던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었나. 하지만 배경은 배경일 뿐. 그 '셀러브리티' 이효리의 일상은 제주라는 공간이 주는 독특한 분위기와 어우러져 색다른 볼거리를 자아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요가를 수련하고, 돌아온 뒤 역시 일찍 일어난 남편과 아침을 챙겨 먹고, '순심이'를 비롯한 애견과 '냥이'들을 돌본다. 그리고는 낮잠도 즐기고, 집안일도 챙긴다. 그렇게 '달달'하면서도 왠지 익숙한 부부 생활이 곁들여진다. 여기에 제주 특유의 풍광과 이효리-이상순 부부 특유의 고즈넉한 정조가 더해진다. 이것만으로도 여타 관찰 예능이나 리얼 예능과 사뭇 비슷한 듯 다른 화면이 연출되는 것이다.

첫 회니 만큼 민박을 준비하는 과정 역시 이러한 큰 그림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몇 명인지도 모를 손님들을 위해 새 침구들을 마련한 뒤 식사 메뉴를 점검할 겸 '옥돔 김밥'을 해 먹어 보는 이효리-이상순 부부의 모습은 별다른 위화감 없이 부부의 일상에 자연스레 녹아들었다. 오랜만이라 적응이 안 된다던 이효리도, "너만 믿고 (방송)하는 거"라던 이상순도 그저 일상을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그림'을 연출하는 것이다.

이제 <효리네 민박>은 이 반가운 '셀러브리티'와 직원 이지은씨(아이유), 그리고 수천 명 가운데서 제작진이 '간택'한 민박집 손님들의 색다른 '케미'를 연출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의 자연이 있고, 그 제주에 게스트하우스를 차렸다. 이것만으로도 '트렌디'하다. 거기에 흔치 않은 일상을 영위하는 '셀러브리티' 부부가 공개한 일상이 녹아든다. 그 부부는 '일상이 화보'라던 이효리 부부다.

그렇게 첫 방송을 시작한 <효리네 민박>은 이효리가 최근 출연한 <무한도전>이 절대 보여줄 수 없는 색다른 볼거리와 소소한 재미를 안겨줬다. 연출과 편집에 있어서 유난을 떨지 않고도 그랬다. <효리네 민박>이 JTBC의 또 다른 히트상품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이소라와 윤도현이라 다행이다, <비긴 어게인>

 JTBC <비긴 어게인>의 이소라. '명불허전'이었다.

JTBC <비긴 어게인>의 이소라. '명불허전'이었다. ⓒ JTBC


영화 <원스>를 안 본 이들은 생소했을지 모를 일이다. 이 영화의 주제곡 'FALLING SLOWLY'가 마치 성전처럼 떠받들어지고, 영화 속 배경이었던 공간을 발견하자 호들갑을 떨고, 급기야 영화 속 장면을 따라 해 보는 출연진과 제작진의 유난은 요즘 말로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였다. 도대체 그 <원스>라는 영화가 뭐라고.

그런데도 음악과 보컬의 힘은 강력했다. 더블린에서 들려준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는 여전히 '명불허전'이었고, 윤도현이 즉석 버스킹으로 들려준 U2의 'With or Without You'는 '보컬' 윤도현의 매력을 새삼 느끼게 해 줄 정도였다. 이소라와 윤도현, 유희열과 노홍철이 아일랜드로 떠난 <비긴 어게인>은 그간 볼 수 없었던 '음악 예능'이다. 여기에 더해 과거 <이소라의 프로포즈>의 진행자기도 했던 이소라의 고정 출연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사실 유럽을 비롯해 해외로 떠난 뮤지션들의 좌충우돌을 그린 '작품'은 여럿이다. 윤도현 역시 각각 유럽과 미국 투어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온 더 로드, 투>(2005)와 <나는 나비>를 내놓았을 정도니까. 대중성을 잡아야하는 예능 <비긴 어게인>은 그 출발에 한국에서 유독 기록적인 흥행을 거뒀던 <원스>의 발자취를 따라 잡는 것으로 특이점을 잡았다. 첫 여행지가 아일랜드 더블린인 것도 그래서고.

마치 무명가수가 '버스킹'과 새로운 파트너를 만나 재탄생하는 <원스>의 궤적처럼, <비긴 어게인>은 한국의 유명 뮤지션이 타국에서 '버스킹'을 해 나갈 때 벌어지는 당혹감과 떨림, 이를 이겨내는 음악의 힘을 조명하고자 한다. 그 걸 잘 알고 있다는 듯,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주제곡 'Falling Slowly'가 부담스러워질 때, 제작진은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나 윤도현의 'With or Without You'를 배치함으로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붙들어 맨다.

무리수를 두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타지에서의 '고행'을 그리거나 관광지 투어와 같은 '여행 예능'의 내러티브를 따라잡을 생각도 없다. 뮤지션으로서의 자의식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언어도 다르다. 자신과 곡의 인지도도 내려놔야 한다. 오로지 음악과 보컬의 힘만으로 길거리 청중들의 환호를 끌어내야 한다는 부담감만으로도 긴장감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지 않은가. 거기에 더블린을 포함해 향후 펼쳐질 유럽의 풍광 역시 기대를 모으는 요소다.

'나영석 표' 아기자기한 예능에 길든 시청자라면 살짝 심심할 수도 있다. '수다'를 담당할 노홍철의 캐스팅에 의아함을 표현하는 시청자도 벌써 출현했다. 그런데도, <비긴 어게인>은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나는 가수다> 이후 파생된 <복면가왕>과 같이 '커버 음악'으로 승부하는 예능과는 또 다른 '음악의 힘'을 확인시켜 줄 프로그램임을 예고했다.

지난주까지, 일요일 밤 JTBC를 선택한 시청자들은 <김제동의 톡투유>를 보며 일반인들의 사연에 감응해 왔다. 이제는 이소라와 윤도현이 들려주는 음악으로 그 감동을 대체할 수 있을 듯하다. 그 주인공이 청장년층의 호응까지 아우를 수 있는 보컬 이소라와 윤도현이라 다행이다. 더군다나, 이소라는 첫 회에서는 진면목을 발휘하지도 않았다.

 JTBC <비긴 어게인>의 윤도현. 유럽의 풍광과 그의 음악이 어우러진다.

JTBC <비긴 어게인>의 윤도현. 유럽의 풍광과 그의 음악이 어우러진다.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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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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