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봉한 <첫 키스만 50번째>의 포스터. 로맨틱 코미디의 전설로 남을 작품이다.

재개봉한 <첫 키스만 50번째>의 포스터. 로맨틱 코미디의 전설로 남을 작품이다. ⓒ (주)팝엔터테인먼트


'아담 샌들러'와 '드류 베리모어'가 주연한 로맨틱 코미디의 끝판왕 <첫 키스만 50번째(50 First Date)>가 지난 22일 재개봉했다.

이 영화는 2004년 2월에 개봉, 제작비 7500만 달러를 투입하여 전미 1억2000만 달러를 포함 전 세계 1억9648만2882달러의 극장 수입을 올렸다. 국내에서는 2004년 4월에 개봉해 당시 전국 29만3376명을 불러들였다. 감독은 아담 샌들러와 수많은 작품을 함께한 피터 시걸이다.

하와이에서 해양 수의사로 일하는 '헨리 로스'(아담 샌들러)는 하와이에 관광 온 여성들과 밀회를 즐기는 낙으로 사는 '작업남'이자 한 여자에 정착할 마음이 없는 '카사노바'다. 어느 날 우연히 들어간 식당에서 하와이의 푸른 바다의 미소를 지닌 '루시'(드류 배리모어)를 만나고 한눈에 반한다. '헨리'는 노련한 작업 솜씨를 발휘, 그녀와의 첫 데이트 약속을 받아내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다음 날 헨리는 루시를 만나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그는 루시에게 파렴치한으로 몰린다. 식당주인을 통해 루시의 비밀을 알게 되는데, 1년 전 루시는 아빠 생일날 교통사고를 당해 그 전날까지의 인생은 기억하고 하루가 지나면 모든 것을 잊게 된다. 그녀에게 365일 하루하루가 아빠 생일인 셈이다.

이미 사랑에 빠진 '헨리'는 매일 그녀에게 접근하여 첫 번째 데이트 하기를 반복한다.

기적보다 아름다운 현실을 보여주는 영화

 영화의 두 주인공 아담 샌들러와 드류 베리모어.

영화의 두 주인공 아담 샌들러와 드류 베리모어. ⓒ (주)팝엔터테인먼트


이 영화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흥미로운 설정들ㅇ르 지니고 있다. <첫 키스만 50번째>란 제목의 뜻이 무엇일까? 아마도 내용을 모른 체 제목만으로 유추해 본다면 50명에 달하는 여자와 사귄 바람둥이가 등장할 거란 추측 정도이다. '헨리'라는 바람둥이가 등장하는 것은 맞긴 하는데 그와 첫 키스를 나눈 사람은 '루시'라는 이름을 가진 사랑스러운 단 한 명의 여성이다. 루시는 단기 기억상실증으로 인해 다음날이면 남자친구인 헨리를 알아보지 못하니 수 도 없이 첫 키스를 하는 셈이다.

아무리 예쁘고 귀여워도 다음날이면 자신과 데이트했던 사람을 잊고 마는 여인과 계속 연애를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작업의 쾌감으로 살아가는 작업남 '헨리'에겐 가능한 일이다. 그에게 매일매일 작업의 기회를 제공하는 루시가 자신에게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존재이니 천생연분 셈이다.

헨리만큼이나 지루할 틈이 없는 건 영화를 지켜보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매일매일 루시를 사랑에 빠지게 해야 하는 헨리. 하루는 까막눈 행세를 해서 그녀의 관심을 끌고, 다음날엔 그녀가 지나다니는 길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차가 고장 난 척 도움을 구한다. 또 다음날엔 길을 막고 도로공사까지 벌인다. 나중엔 자신이 키우는 펭귄과 절친 '울라'까지 동원된다. 펭귄은 차에 치여 죽을 뻔했고 헨리의 울라는 루시에게 얻어맞아 죽을 뻔한다. 기발하고 재미난 헨리의 작업담은 단순히 웃음만을 안겨주지 않는다. 단 하루의 나태함도 용납되지 않는 헨리의 작업에는 진정성이 서려 있기에 감동까지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헨리의 이런 노력에도 그들의 사랑은 결코 하루를 넘길 수가 없는데, 영리하게도 영화는 이 난국이 주는 궁금증을 결말까지 잘 유지해나간다. 그리고 '헨리의 노력으로 루시의 불치병이 기적처럼 나아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란 흔해 빠진 결말로 안내하지 않는다. 그렇게 <첫 키스만 50번째>는 진정한 사랑의 노력은 기적보다 아름다운 현실을 만들 수도 있다는 미덕을 보여주고 있기에 보석처럼 빛난다.

 사랑은 기적보다 아름다운 현실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사랑은 기적보다 아름다운 현실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 (주)팝엔터테인먼트


영화가 사랑스러운 건 단순히 아름다운 하와이를 배경으로 한 헨리와 루시의 러브 스토리 때문만은 아니다. 루시에 대한 가족의 따뜻한 사랑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루시의 아빠와 오빠는 매일 아빠의 생일로 살아가는 루시 탓에 매일 매일 생일케이크를 먹어야 하고, 질리도록 시청한 <식스센스>의 막판 반전에도 충격적이란 표정을 지어야 한다. 그런데도 그들은 매일 밤 루시를 위해 적정량의 샴푸 액을 채워놓고, 루시가 그려놓은 벽화를 다시 흰빛으로 지워놓는다. 가족이기에 자신들의 일상을 희생하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따스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웃음 속에서도 감동을 잘 이끌어낸 피터 시걸의 연출도 훌륭했지만, 역시나 두 주연 배우의 힘이 큰 작품이다. 우선 아담 샌들러는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으로 웃음을 이끌어내며, 바람둥이가 사랑을 통해 성숙해져가는 모습 역시 훌륭하게 그려낸다. 그리고 상대역 드류 배리모어는 상큼한 연기로 하와이의 사랑스러운 풍경에 걸맞은 매력을 발산하는 한편, 단기기억상실증에 처한 루시의 아픔도 잘 표현해낸다.

조연들의 연기도 훌륭하다. 비주얼만으로 웃음 주는 여자(?) '알렉사' 역의 루시아 스트러스, 아담 샌들러의 영화에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짝 친구 롭 슈나이더 그리고 <반지의 제왕>에서 진중한 모습의 샘을 열연했던 '숀 오스틴'의 코믹 연기까지! 로맨스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여기에 이들 못지않게 웃음 안겨주는 펭귄, 바다사자 등 동물들의 연기까지 볼만한다.

이야깃거리
영화 속에서 루시가 겪고 있다는 골드필드 증후군은 신경학적으로 완전한 허구라고 한다.

영화 초반에 아담 샌들러의 아내 재키 샌들러와 피터 시걸 감독의 아내 린다 시걸이 카메오로 출연한다.

영어 원제가 '50번째 첫 데이트'라는 뜻의 < 50 First Date >인 것을, 우리나라에서는 <첫 키스만 50번째>로 바꿨다. 사실은 원래 제목이 우리나라 제목과 같은 < 50 First Kisses >였다고 한다. 제목이 바뀐 이유는 드류 베리모어 주연의 1999년 작 <25살의 키스>(원제: Never Been Kissed)와 혼동을 피하고자 변경했다고 한다.

매일 식당에서 루시가 읽는 < Still Life With Woodpecker >라는 책은 하와이를 배경으로 한 러브 스토리이다.

이 영화의 각본을 먼저 접한 건 드류 베리모어였다고 한다. 그녀는 아담 샌들러에게 함께 하자고 이메일을 보냈고, 아담 샌들러는 흔쾌히 수락했다고 한다.

원래 영화 속 배경은 하와이가 아니라 시애틀이었다고 한다. 시애틀은 바로 각본가 조지 윙의 고향이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는 <식스센스>에 대한 스포일러가 나오니 아직 안 본 사람이 있다면 주의하자!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zigm)와 포스트(http://post.naver.com/zig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첫키스만50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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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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