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한화에게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한 넥센이 안방에서 LG를 상대로 화풀이를 했다.

장정석 감독이 이끄는 넥센 히어로즈는 23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LG트윈스와의 홈경기에서 장단 14안타를 터트리며 8-3으로 승리했다. 넥센의 4번타자 김하성은 1회 좌익수 키를 넘기는 적시 2루타를 터트리며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서교수' 서건창이 3안타2득점1타점, 김민성이 2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넥센의 완승을 이끌었다.

이날 경기는 지난 2014년 넥센에서 원투펀치로 활약하며 각각 다승왕과 승률왕을 차지했던 앤디 밴 헤켄과 헨리 소사의 맞대결로도 많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외로 시시하게 끝났다. 6.2이닝을 던진 소사가 10피안타 7실점으로 시즌 5번째 패배를 당한 데 비해 밴 헤켄은 경기 개시 후 7타자 연속 삼진 신기록을 세우며 두 경기 연속 승리를 챙겼다.

2012년 KBO리그 진출 후 5년 동안 65승 올린 특급 좌완

2002년 빅리그 데뷔전에서 완봉승을 거두며 화려하게 등장한 밴 헤켄은 느린 구속의 한계 때문에 빅리그에 정착하지 못했다. 마이너리그에서 13년 동안 활약하며 105승을 기록한 밴 헤켄은 지난 2012년 넥센과 계약하며 한국 생활을 시작했다. 밴 헤켄은 한국에서의 첫 시즌 11승8패 평균자책점3.28의 준수한 성적을 올렸지만 16승4패 2.20을 기록한 팀 동료 브랜든 나이트에 가려 크게 돋보이진 못했다.

밴 헤켄은 2013년에도 12승10패 3.73의 성적을 기록하며 넥센의 첫 가을야구 진출을 이끌었다. 밴 헤켄은 그 해 두산 베어스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2경기에 등판해 2.3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호투했지만 4차전에서 최재훈(한화 이글스)에게 투런 홈런을 맞고 패전 투수가 되며 아쉬움을 남겼다. 2년 연속 두 자리 승수와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지만 당시까지 밴 헤켄에 대한 평가는 '준수한 2선발 투수'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밴 헤켄은 2014년 역대 외국인 선수 두 번째로 20승 투수에 등극하며 리그를 지배했다. 밴 헤켄은 2014년 31경기에서 187이닝을 던지며 20승6패 3.51을 기록했다. 밴 헤켄은 그 해  한국시리즈에서도 역대 최고 기록인 30타자 연속 범타를 기록하며 2경기에서 1승2.08로 맹활약했다. 하지만 7차전 선발로 예정됐던 밴 헤켄은 시리즈가 6차전에서 끝나는 바람에 다음 등판 기회를 얻지 못했다.

흔히 기대치를 뛰어넘는 눈부신 활약을 펼친 선수는 다음해 부상이나 슬럼프를 겪는 경우가 많지만 밴 헤켄은 오히려 2015년 더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비록 승수는 20승에서 15승으로 하락했지만 32경기에서 196.2이닝을 던지며 넥센을 3년 연속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한국 진출 후 4년 동안 58승을 올린 밴 헤켄은 2015 시즌이 끝난 후 세이브 라이온즈와 계약하며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했다.

하지만 밴 헤켄은 작년 시즌 일본 무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4패 6.31의 부진한 성적을 남긴 채 7월 중순 방출했다. 이에 넥센에서는 라이언 피어밴드(kt 위즈)를 방출하고 밴 헤켄을 재영입했고 밴 헤켄은 후반기 12경기에서 7승을 거두며 변함없는 위력을 과시했다. 여담이지만 밴 헤켄을 영입하기 위해 방출한 피어밴드가 kt로 이적해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으니 밴 헤켄의 재영입과 피어밴드의 방출은 넥센과 kt 양쪽 모두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낳은 셈이다.

초반 부진 씻고 최근 2경기 13이닝 2자책 호투

넥센은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여전히 경쟁력을 잃지 않고 있는 밴 헤켄과 90만 달러에 재계약을 했다. 이로써 밴 헤켄은 더스틴 니퍼트(두산)에 이어 KBO리그에서 두 번째로 오래 활동하는 장수 외국인 선수가 됐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서는 통산 8경기에 등판해 3승2패 2.35로 매우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정규시즌에 믿음직하고 포스트시즌엔 더욱 강해지는 투수가 바로 밴 헤켄이다.

하지만 영웅들의 듬직한 에이스 밴 헤켄은 올 시즌 개막 후 2승2패 4.13의 평범한 성적을 기록하다가 어깨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5월12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복귀했지만 5이닝 4실점으로 무너진 후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한국 나이로 39세가 된 밴 헤켄이 비로소 내리막길을 걷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것도 당연했다. 밴 헤켄은 한 달 만의 복귀전이었던 지난 11일 KIA 타이거즈전에서도 4이닝을 버티지 못하고 패전 투수가 됐다.

그렇게 시즌 2승에서 두 달 가까이 머무르던 밴 헤켄은 17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6이닝2피안타7탈삼진1실점으로 오랜만에 승리를 챙겼다. 그리고 작년 시즌까지 KBO리그에서 통산 65승을 올렸던 밴 헤켄은 23일 LG전에서 '경기 개시 후 7타자 연속 삼진'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넥센의 에이스는 아직 바뀌지 않았음을 홈팬들 앞에서 멋지게 증명해 낸 것이다.

1회와 2회 LG의 상위 타선 6명을 모두 삼진으로 돌려 세운 밴 헤켄은 3회 선두타자 오지환까지 삼진으로 잡아내며 박철순, 조규제, 프란시스코 크루세타가 가지고 있던 경기 개시 후 6연속 탈삼진 기록을 갈아 치웠다. 밴 헤켄은 기록 달성 후 삼진 적립이 현저하게 줄었지만 7이닝 동안 LG 타선을 1자책 2실점으로 틀어 막으며 시즌 4승째를 챙겼다. 4점대 중반까지 치솟았던 평균자책점도 어느덧 3.81까지 내려 왔다.

넥센은 올 시즌 우완 영건 최원태가 6승, 잠수함 듀오 신재영과 한현희가 각각 5승, 조상우가 4승, 제이크 브리검이 3승을 기록하고 있다. 4승의 밴 헤켄은 팀 내에서도 다승 공동 4위에 불과하다. 하지만 밴 헤켄이 로테이션에 있을 때와 없을 때, 넥센 선발진의 무게감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밴 헤켄은 히어로즈가 가을 야구를 시작한 2013년부터 한 해도 빠짐없이 포스트시즌에 출전했던 영웅들의 에이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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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넥센 히어로즈 앤디 밴 헤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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