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전제덕의 새 음반 < And So It Goes >의 표지 이미지.

전제덕의 새 음반 < And So It Goes >의 표지 이미지. ⓒ JNH/유니버설뮤직


하모니카란 악기는 대중들에 친숙하면서도 거리가 먼, 이중성을 띤 악기다. 여타 악기(피아노, 기타, 피리 등)처럼 손가락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입놀림만으로 다양한 음을 낼 수 있기에 초등학교 때 학교 수업이나 취미 활동반을 통해서 하모니카를 접해본 분들이 많은 편이다.

반면 현란한 연주를 하기엔 다른 악기 이상의 상당한 연습과 노력이 필요한 데다 기타, 피아노처럼 반주의 도구로 활용되기엔 제약도 뒤따르는 양면성을 지녔다. 그런 이유로 이 악기를 연주하는 이들을 요즘엔 찾아보기 힘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해외에선 포크, 블루스, 재즈 등에서 자주 활용되어 왔고  밥 딜런, 스티비 원더 같은 싱어송라이터부터 투츠 틸레망, 리 오스카 같은 전업 재즈 연주인들의 명연으로 여전히 하모니카는 오랜 기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국내에선 몇몇 소수의 인물이 하모니카를 통해 멋진 선율을 들려줬는데 멀티 악기 연주인들인 하림, 권병호 등은 다양한 음반 참여 속에 이 악기가 가진 매력을 맘껏 뽐내준 바 있다.

지금 소개하는 전제덕은 시각 장애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우직스럽게 하모니카, 단 한 우물만 파면서 자신의 음악 세계를 펼쳐나간 몇 안 되는 음악인이다.

지난 2004년 이후 총 5장의 정규+리메이크 음반을 발표, 척박한 한국 재즈 음악계에서 하모니카만으로 진한 울림을 선사해온 그가 이번엔 해외 팝/재즈곡을 자신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작품을 들고 나왔다.

조지 벤슨부터 빌리 조엘까지... 명곡들의 재즈 하모니카 재해석

최근 발매된 < And So It Goes >에선 조지 벤슨, 스팅, 빌리 조엘, 다이어 스트레이츠, 빌라 로보스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옛 고전들을 맛깔나는 연주로 재해석했다.

특히 때론 발랄하면서 때론 쓸쓸한, 대조되는 이중성을 지닌 하모니카의 특징을 잘 살려낸 한웅원의 프로듀싱 및 편곡은 본작의 완성도를 높여주는데 크게 기여했다.

블루스 기타리스트 'SAZA' 최우준의 어쿠스틱 기타 솔로와 어우러진 첫 곡 'Breezin'에선 여름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청량감을 선사하며 영화 < 라운드 미드나잇 >에 수록되었던  'Chan's Song(Never Said)'에선 바비 맥퍼린이 맡았던 스캣 보컬 원곡의 존재감을 날려버릴 만큼 애조 띈 연주가 인상적이다.

과거 미8군 출신 가수들의 번안곡으로 소개된 러시아 고전 'Dark Eyes'에선 바이올린 주자 콘(KoN)과의 협연을 통해 스테판 그라펠리 풍 집시 재즈의 경쾌함을 담아냈고 또 다른 영화 <배트맨 포에버>의 삽입곡 'Kiss From A Rose'에선 앞선 'Breezin'과는 180도 달라진 최우준의 일렉트릭 기타 솔로 연주에 맞서 마치 치열한 격투를 하듯 뜨거운 열정을 녹여냈다.

한웅원(드럼, 프렐류드+트리오 클로저) 외에도 이명건(피아노), 정영준(베이스)의 안정감 있는 연주를 등에 업은 전제덕의 하모니카는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하지만 패기 넘치면서도 자유분방하다.

힘들고 지친 시대에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는 뜻에서 빌리 조엘의 동명 곡 'And So It Goes'(그렇게 지나간다)을 음반 제목으로 사용했다고 하는데 이러한 그의 의도는 상당히 성공적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촛불 집회 공연에 출연한 전제덕은 'Imagine' 등을 들려주며 작지만 큰 울림을 전해주기도 했다)
좋은 리메이크란 바로 이런 것이다.

(별도의 뮤직비디오가 없는 관계로 본작의 수록곡 중 하나인 'Quizas Quizas Quizas'를 지난해 10월 SBS라디오 < 김창렬의 올드스쿨 > 출연 당시 연주한 영상을 추천한다)

전제덕 < And So It Goes >에 수록된 곡들
Breezin' (원곡 조지 벤슨)
Chan's Song (Never Said) (원곡 허비 핸콕 + 스티비 원더 작곡, 바비 맥퍼린 스캣 연주)
Dark Eyes (원곡 러시아 고전 가요)
Put Your Records On (원곡 코린 베일리 래)
Why Worry (원곡 다이어 스트레이츠)
Kiss From A Rose (원곡 씰)
Daniel (원곡 엘튼 존)
Bachianas Brasileiras No.5 (원곡 빌라 로보스)
Englishman In New York (원곡 스팅)
Quizas Quizas Quizas (원곡 오스발도 파레스)
And So It Goes (원곡 빌리 조엘)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케이팝 쪼개듣기 전제덕 하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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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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