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9세 소년 이승우는 대한민국에서 보기 힘든 캐릭터다. 개성이 너무나도 뚜렷하고, 자신감이 넘쳐흐른다. 그래서일까. 이승우는 겸손이 미덕인 대한민국에서 그 누구보다 많은 비판을 불러오곤 한다. 축구 실력에 대한 의문부터 언론과의 인터뷰 내용, 핑크 머리 등 내용은 매우 다양하다.

얼마 전 막을 내린 U-20 월드컵은 안 그래도 말 많던 이승우를 화제의 꼭짓점에 세웠다. 이승우는 조별 리그를 거치며 축구팬들의 큰 찬사를 받기도 했고, 16강전에서는 허무하게 무너지며 누구보다 많은 비판을 듣기도 했다. 아시아지역 조별 예선도 통과하지 못했던 우리의 실력을 고려한다면, 16강 진출은 비판보다 칭찬이 어울렸지만, 많은 이들은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았던 모양이다.

일부에서는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후전드'(바르셀로나 후베닐 A 레전드), 'X거품' 등 자신감이 넘치던 이승우를 향한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특히, U-20 월드컵이 막을 내린 이후 이승우의 거취 문제가 더해지면서, 비난의 강도는 더 거세지는 추세다.

언론도 한 달 전과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다. 이승우의 바르셀로나 B 승격이 어려워졌다는 보도로 시작해 아직 프로 생활을 시작하지도 않은 19세 소년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그렇다면 이승우의 미래는 진짜 비관적인 것일까. 공공연히 자신의 꿈이라 밝히던 바르셀로나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는 것이 19세 소년의 인생에 '실패' 딱지를 붙일만한 일인가.

이승우가 바르셀로나에서 자리를 잡기 어려워지면서, 독일 분데스리가 명문 도르트문트와 샬케 04 등이 그의 영입에 관심을 표명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더욱 이해와 공감이 어렵다. 이승우는 부모, 친구들과 함께 커나가야 할 어린 나이에 타지(스페인)로 떠났다. 오로지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매해 수많은 선수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사라지는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에서 프로 계약 직전까지 성장했다. FIFA(국제축구연맹)의 징계로 인해 무려 3년 동안 그라운드를 밟지 못하는 시간도 있었지만, 버텨냈다.

일부 언론의 보도대로 이승우의 바르셀로나 데뷔는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명문 팀들이 이승우의 영입을 원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이승우의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는 것인가. 바르셀로나와 프로 계약에 실패한다는 이유로 그의 도전이 비판받고, 비관적인 전망이 쏟아져도 되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코리안 메시', 과연 이승우가 만들어낸 타이틀일까

이승우에 대한 비판과 비관적인 전망이 쏟아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에 대한 기대가 너무나도 컸기 때문이다. 국가대표팀이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최하위 팀과 맞대결에서도 개인 기량의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기본적인 전진 패스조차 시도하지 못하지만, 이승우는 어떻게 해서든 '코리안 메시'로 성장해야만 했다. 대한민국에서 리오넬 메시가 탄생해야만 했다. 

'코리안 메시'란 별명은 누가 만들어낸 것인가. 이승우가 자신감이 넘치는 선수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 별명을 붙인 것은 그가 아니다. '코리안 메시'는 언론과 축구팬들의 작품이었다. 이승우의 어린 시절 모습에 축구팬들은 열광했고, 소속팀 선배 메시처럼 성장하기를 희망한다는 바람이 '코리안 메시'를 만들어냈다.

그래서 더 비판받는다. 메시는 어린 시절, 조국 아르헨티나의 U-20 월드컵 우승을 이끌었고, 올림픽에서는 금메달 획득에도 앞장섰다. 소속팀 바르셀로나에서도 일찌감치 1군에 데뷔해 역사를 써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승우는 무려 19세나 됐지만, 이뤄낸 것이 없다. 기대를 모았던 U-20 월드컵은 16강에서 탈락했고, 프로 무대는 밟지도 못했다. 바르셀로나 B팀 승격도 어려워 도르트문트와 샬케 04 등 다른 팀으로의 이적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그래서 일부 언론과 축구팬들의 비판과 비난을 받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일부에서는 이승우가 어린 시절 천재 소리를 들었던 이천수, 박주영보다 재능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내린다. 과연 사실일까.

이천수와 최태욱, 박용호 등 부평고 3인방이 이끌던 U-19 대표팀은 아시아 대회 조별 리그에서 중국에 패하며, 토너먼트 진출에도 실패했었다. 심지어 당시 대표팀에는 한국 축구의 '전설' 박지성도 있었다. 그런데도 우리 대표팀은 U-20 월드컵 본선 출전 티켓을 따내지 못했었다.

박주영은 U-19 아시아 대회 결승전에서 맞붙은 중국과 경기에서 상대 수비수 4~5명을 제쳐내며 득점을 기록, 축구 천재로 떠올랐었다. 그러나 박주영의 U-20 월드컵 활약은 매우 아쉬웠다. 나이지리아전에서 멋진 프리킥 골을 성공시키기는 했지만, 스위스와 브라질을 넘어서지 못하며, 조별 리그를 뚫어내지 못했었다.

하지만 19세 소년 이승우는 달랐다. 아시아 예선 조별 리그도 뚫지 못했던 팀에서 '에이스' 역할을 하며, 본선 16강 진출에 앞장섰다. 개막전에 대한 부담감과 밀리던 분위기를 뒤집어 첫 승을 만들어냈고, U-20 월드컵 최다 우승국 아르헨티나전에서는 대회 최고의 골로 손색없는 득점과 함께 승리를 선물했다. 

이승우는 대한민국의 천재들이 아시아에서만 날아다니는 것이 아닌, 세계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는 상대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에서 불안한 볼 컨트롤로 공을 놓치는 것이 아닌, 슈팅한 이후 머리를 감싸는 모습이 아닌, 완벽한 칩샷으로 득점을 성공시킨 놀라운 선수다.

그런 모습을 보여준 것이 불과 한 달 전이다. 여전히 이승우는 대한민국의 특별한 재능임이 확실하다. 2017·2018시즌 프로 무대에 데뷔해 꾸준한 출전 시간을 가져갈 수만 있다면, 그가 어디까지 성장할 것인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그러니 묵묵히 지켜보자. 중국과 카타르 수비진을 상대로 단 한 명도 제쳐내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축구 현실에서 이승우는 가장 큰 희망이나 다름없다.

조금만 여유를 갖고, 19세 소년의 도전을 응원해야 할 때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격려해주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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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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