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라 3편까지의 출연진을 모두 교체하고 새 시리즈를 내놓은 <미이라>

▲ 미이라 3편까지의 출연진을 모두 교체하고 새 시리즈를 내놓은 <미이라>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미이라>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원더 우먼>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최근 개봉해 20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는 이들 영화엔 할리우드 거대영화사를 등에 업은 흥행작이란 점 말고도 무시할 수 없는 특징이 있다.

후보군을 좀 더 넓혀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지난달 개봉한 <에이리언: 커버넌트>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 4월 개봉한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 3월 개봉한 <미녀와 야수>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이 모두 그와 같은 특징을 가진 영화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알았겠지만, 이들 영화는 앞서 제작된 작품의 속편이나 리부트, 혹은 리메이크작으로 이야기의 배경과 캐릭터를 이미 존재하는 원작에서 따왔다. <미녀와 야수> <원더우먼>에서 보듯이 캐릭터를 시대에 맞게 다듬기도 하고 <분노의 질주> 시리즈처럼 속편을 거듭할수록 몸집을 키우기도 하는데 핵심 DNA는 과거 영화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

인기 있는 만화나 무협지가 자의로 끝을 보지 못하는 것처럼 감독 이하 스태프와 주요배역까지 모두 갈아치우고도 억지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영화가 부지기수인 게 요즘 극장의 현실이다. 수천억 원대 제작비를 들여 볼거리만 마련하면 몇 배에 달하는 이익이 보장되니 굳이 새 판을 짤 필요가 없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철저한 산업의 논리다.

주인공은 바꿔도 시리즈는 이어진다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 3편 이후 이전 시리즈 주인공이었던 샤이아 라보프 대신 마크 월버그를 기용한 <트랜스포머>

▲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 3편 이후 이전 시리즈 주인공이었던 샤이아 라보프 대신 마크 월버그를 기용한 <트랜스포머> ⓒ 롯데엔터테인먼트


최근 개봉한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는 <캐리비안의 해적> <미이라> 시리즈와 한 묶음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이들은 할리우드 영화산업의 최전선에 선 시리즈물로 3편까지 주연한 배우들을 모두 하차시키고 새로운 얼굴들로 시리즈를 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트랜스포머>는 샤이아 라보프가 3편까지 출연하고 하차한 뒤 마크 월버그로 뒤를 이었고 <캐리비안의 해적>은 3편까지 기둥이었던 올랜도 블룸과 키이라 나이틀리가 빠지자 새 배우들을 대거 기용했다.

<미이라> 역시 브렌든 프레이저와 조 한나 등 3편까지 시리즈를 대표한 출연진을 모두 갈아치우고 톰 크루즈를 내세워 신작을 제작했다. 스태프와 출연진을 일시에 바꾸며 노골적으로 생명 연장에 대한 야욕을 드러낸 이들 시리즈의 선택은, 그러나 내적 측면에선 실패로 돌아간 것처럼 보인다. 기존 이야기가 끝난 자리에 새로이 풀어낼 내용을 준비하지 못한 탓이다. 캐릭터만 바꿔가며 기존 시리즈의 장점을 식상하게 반복했고 단점 역시 마찬가지였으니 팬들의 비판도 당연한 노릇이다.

이들 영화에선 또 다른 특징도 눈에 들어온다. 2000년대 중반부터 중국 등 동양 배우들이 주요 배역에 출연하기 시작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캐리비안의 해적>이 선봉으로 3편인 <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에서>가 주윤발을 비중 있게 출연시켰고 <미이라> 시리즈 3편인 2008년 작 <미이라: 황제의 무덤>에선 이연걸과 양자경 등이 주요배역으로 출연했다. <트랜스포머>도 예외가 아니었다. 주연급을 갈아엎고 새 출발 한 2014년 작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엔 리빙빙, 와타나베 켄, 한경 등이 모습을 비쳤다.

13억 인구를 가진 중국과 전통적으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우호적이었던 일본, 탄탄한 문화소비층을 가진 한국이 할리우드 영화사에 매력적인 먹잇감으로 여겨진 건 당연한 일이다. 여기에 중국이 국가적 차원에서 자국 배우가 출연한 영화에 혜택을 주다 보니 할리우드 영화의 중국 배우 기용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동양 배우를 캐스팅할지 안 할지를 고민하는 대신 동양 배우를 어떻게 쓸지를 고민하는 게 요즘 블록버스터가 처한 현실이다. 사실상 산업의 논리가 시리즈의 정체성에 우선하는 것이다.

두 번 죽어도 세 번 일어나는 할리우드 시리즈물

스파이더맨: 홈커밍 2000년대 들어 세 번이나 주인공을 바꾼 <스파이더맨>

▲ 스파이더맨: 홈커밍 2000년대 들어 세 번이나 주인공을 바꾼 <스파이더맨> ⓒ 소니 픽쳐스


곧 개봉을 앞둔 <스파이더 맨: 홈커밍>도 죽어가는 시리즈를 새로 탄생시킨 경우다. 샘 레이미에 의해 코믹스와 다른 새로운 분위기가 창조됐다는 호평을 받으며 3편까지 나온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주연을 토비 맥과이어에서 앤드류 가필드로 바꿔 2012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란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일각에선 시리즈의 분위기가 너무 급변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으나 원작 코믹스에 가까운 쾌활한 캐릭터인 데다 주연을 맡은 배우들의 인기가 커 흥행에 성공했다.

이제 곧 개봉하는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시리즈의 새 시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연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스파이더맨을 연기하며 전 세계 영화 애호가들에 눈도장을 찍은 톰 홀랜드다. 그는 스파이더맨 캐릭터 판권을 가진 소니와 여타 대다수 마블 캐릭터 판권을 소유한 디즈니가 캐릭터 상호 활용에 합의하며 두 회사가 제작한 영화에 모두 출연하는 행운을 얻었다.

이로써 영화는 불과 15년 동안 세 번의 리부트를 거치게 됐다. 연출은 샘 레이미에서 마크 웹, 다시 존 왓츠로 넘어가게 됐는데 앞의 두 감독에 비해 존 왓츠의 필모그래피가 현격히 가벼워 제작사의 입김이 강해졌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샘 레이미에 의해 영화산업과 영상예술 사이의 절묘한 접점을 찾았다고 호평받은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이제는 산업의 영역으로 자리를 옮겨가는 순간이다.

앞으로도 한동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속편의 숫자를 늘려갈 것으로 보인다. 잘 갖춰진 배급망은 실패를 좀처럼 허락하지 않는다. 문득 궁금해진다. 과연 이런 현상이 관객의 갈증을 일으켜 변화를 끌어낼 것인가, 관객을 길들여 더 확고한 질서를 형성할 것인가.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성호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goldstarsky.blog.me)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미이라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 스파이더맨: 홈커밍 김성호의 씨네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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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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