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파란나비효과>

다큐멘터리 <파란나비효과> ⓒ 인디플러그


성주는 아직 투쟁 중이다. '군사작전'이라는 이름 아래 강제로 사드가 성주에 배치되던 날, 주민들은 비를 맞으면서 울었다. 그럼에도 성주의 주민들은 아직 '사드'와 싸우고 있다. 대체 그 무한한 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투쟁하는 성주의 주민들을 담은 영화 <파란나비효과>는 '사드 배치 반대 투쟁에 외부 세력이 개입했다는 프레임'부터 '대통령 선거 당시 홍준표 후보 지지'까지 성주를 둘러싼 시선들을 하나씩 가지치기 해나가면서 성주 주민들이 어떻게 계속 싸울 수 있었는지를 진득하게 설명한다.

"성주는 즐겁게 투쟁한다"

사드가 성주에 배치된다는 발표를 들었을 때부터 투쟁에 나서 아직까지 사드 배치 반대 투쟁에 참여하고 있는 배미영씨는 이렇게 말했다. "성주는 즐겁게 투쟁했다"고. 영화에서 배미영씨는 앞서서 저항하고 웃고 운다.

그는 13일 영화 <파란나비효과> 언론시사 후 기자간담회에서 "나는 투쟁을 해본 적도 없고 경험한 적도 없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하루 아침에 끝날 투쟁이 아니므로 무조건 즐거워야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졌었다고.

"이 투쟁이 어떻게 즐겁게 계속 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구호도 '투쟁은 건강하게 신나게 질기게'였고. 누가 시켜서 하는 분들은 하나도 없다. 제3부지가 발표되고 성주 주민들이 둘로 갈라지자 정말 힘들고 심리적으로 우울했는데 촛불 집회에 가서 위로를 받고 그랬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노래를 불렀다. 함께 하는 사람들이 좋아서 끝까지 투쟁할 수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영화 <파란나비효과>라는) '최신식' 홍보 무기가 생겨서 열심히 홍보하고 다닌다."

영화 <파란나비효과>는 단순히 성주 내의 사드 배치 국면을 둘러싼 상황만을 풀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보다는 성주 안에서 계속 투쟁을 하는 사람들을 비춘다. 싸움은 길었고 힘겨웠다. 그 힘겨운 싸움을 치르는 동안 '우리'는 과연 변하지 않을 수 있을까. 감독은 성주를 그 질문의 답으로 대신 제시하고 있는 건 아닐까.

"똑같은 구호를 외치는 집합된 군중이 아닌 모두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인생들. 그걸 영화로 드러내고 싶었다." (박문칠 감독)

 다큐멘터리 <파란나비효과>

다큐멘터리 <파란나비효과> ⓒ 인디플러그


'세계 평화'로 세계관이 확장되다

이 일상의 싸움을 끈질기게 전개한 영화 속 '주연'들은 모두 여성들이다. 이 역시 영화 <파란나비효과>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부분이다. 박문칠 감독은 여기에도 의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 운동의 영역을 보통 남성의 전유물로 보기 쉬운데, 그렇지 않은 모습들도 보여서 더 호기심이 갔다"고 박 감독은 말한다.

처음 성주 주민들이 사드를 반대한 이유는 어쩌면 단순했다. 사드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아이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 우려한 탓이었다. 아이를 가진 여성들이 사드 배치 반대 투쟁 전면에 나선 이유에도 그런 사정이 있다.

하지만 이후 나온 '제3부지 발표'는 성주 투쟁의 중요한 분기점이 됐다. 처음에는 주민들도 성주에 사드가 배치된다는 말을 듣고 사드를 반대했지만 정부로부터 '제3부지' 안이 나오자 투쟁의 길에서 멀어지게 된다.

소수의 인원이 남아 더 치열하게 투쟁을 전개한다. 당시 구호는 '사드 가고 평화 오라'다. 이들은 사드가 이제 단순히 성주만의 문제가 아님을 안다.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문제도 아니고 결국 세계 평화의 문제라는 인식에까지 도달한다. 영화 <파란나비효과>는 변화해가는 주민들의 인식까지 세세하게 훑으면서 투쟁의 성실한 기록자가 되었다.

 다큐멘터리 <파란나비효과>

다큐멘터리 <파란나비효과> ⓒ 인디플러그


홍준표 지지하지 않았냐고요? 글쎄요

하지만 이들의 치열한 싸움도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 이내 가장 큰 조롱거리가 되고 말았다. 그토록 사드 배치 투쟁을 치열하게 전개하던 성주에서 홍준표 지지율이 과반이 나온 것이다. 이수미씨는 "대선 결과 방송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고 고백한다.

"대선이 끝나고 성주를 향해 악플이 달렸다. 악플 때문에 자살하는 연예인이 정말 있을 수 있구나 싶었고 그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성주군 전체가 다 사드를 반대한다고 보시고 기대를 많이 하셨던 것 같다. 그런데 그걸 역으로 생각하면 정말 적은 수가 잘 싸웠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지 않나. 의식의 변화가 하루아침에 일어나는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지 않나?"

"TK가 콘크리트 지지율이라고 하는데 지금 그 콘크리트가 금이 가고 부서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대통령 선거 당시 홍준표 후보 지지율 때문에 실망하셨다면 진짜 죄송한 마음이 들지만 젊은 사람들이 계속 바꿔나갈 수 있도록 지지해주시고 오해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다."  (배미영)

 다큐멘터리 <파란나비효과>

다큐멘터리 <파란나비효과> ⓒ 인디플러그


이수민씨는 "피를 보는 게 곧 혁명이 아니라 국민 의식의 변화가 곧 혁명"이라고 말했다. 평생 '1번만 찍던' 배정하씨의 부친은 이번에 결국 마음을 돌려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지지했다. 배정하씨로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셈이다. 그는 "우리가 흘린 땀과 눈물이 새어들어서 콘크리트를 무너뜨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아닌가"라 생각했다고 한다. 광화문 촛불이라는 거대한 국민적 인식에 앞서 성주의 '혁명'이 먼저 있었다. 이수미씨는 말한다. "불합리한 일이 일어나면 광화문 촛불만이 아니라 더 큰 힘이 일어나리라고 본다. 이웃에서 일어나는 일을 바른 시각으로 보는 것이 곧 혁명이라고 생각한다."

성주는 아직도 싸우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라는 혁명도 지속될 것이다. 그 투쟁의 동력을 영화 <파란나비효과>를 통해 가늠해보는 건 어떨까.

한 줄 평 : 영화 보고 나면 성주에 가고 싶어질 걸요?
평점 : ★★★★(4/5)

다큐 <파란나비효과> 관련 정보
감독: 박문칠
촬영: 박문칠
출연: 배미영 이수미 김정숙 이희동 배정하 이국민 배은하
배급: 인디플러그
관람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93분
개봉: 2017.6.22


파란나비효과 성주 사드 배치 반대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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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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