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자 포스터

옥자 포스터 ⓒ NEW


국내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이 상영을 거부하기로 한 봉준호 감독의 <옥자> 논란에 지방 독립예술영화관들이 상영을 결정하며 가세했다. <옥자> 상영 논란이 거대 멀티플렉스와 소규모 독립예술영화관들의 대결로 확산되는 조짐이다.

광주극장, 대전아트시네마, 부산국도예술관,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은 "<옥자>를 상영하겠다"고 17일 선언했다. '영화는 극장이고 극장은 영화다'라는 것이다. 이들 극장들은 공동으로 발표한 입장문에서 "영화는 극장에서 볼 때 가장 큰 재미와 의미를 부여받는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으나, 관객을 만나는 통로가 극장이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영화는 극장에서 상영돼야 하고 관객의 중요한 선택지 중 하나로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극장들은 "<옥자>를 둘러싼 상황은 영화산업시장의 일대 변화를 예고하는 서막일 뿐"이라며 "대기업이 수직계열화를 통해 영화가 창출하는 모든 수익을 갖는 구조를 만들어 왔고, 스크린 몰아주기기 등으로 영화산업시장과 영화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왜곡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 또 다른 대기업이 수익창출구조를 흔들 조짐이 보이자 영화유통구조와 생태계를 언급한다"며 "이는 국내 스크린을 절대다수를 점하고 있기에 택할 수 있는 결정이며 관객의 선택권을 미뤄도 될 만큼 한국영화시장에서 대기업이 가진 지위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줄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입장을 발표한 극장들의 주장을 정리하면 "대기업의 독주가 <옥자>를 둘러싼 상황을 만든 것이며 피해는 관객에게 돌아갈 것"이기에 제한적으로라도 <옥자>를 상영하기로 한 것이다. 실제로 입장문 말미엔 "관객이 누려야할 영화선택권에 또 다른 침해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독립예술영화관 역할

 <옥자>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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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독립예술영화관들이 <옥자> 상영을 결정한 것은 영화계 여론과 무관치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국내 극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대기업 상영관이 상영을 거부한 것에 대해 영화계에서는 비판적인 의견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 상영관이 영화 생태계와 유통구조 문제를 거론한 것에 대해 독립영화쪽 관계자들은 "독과점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대기업이 할 수 있는 말은 아닌 것 같다"고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기업 극장들이 영화산업 주도권을 쥐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행태일 뿐"이라며 이들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물론 560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대작 상업영화를 독립예술영화관에서 상영하는 것에 대한 의문은 있다. 그러나 "관객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민간영역에서 건립된 것이 독립예술영화관인만큼 영화 자체에 주목해 이번에도 같은 입장을 견지하는 것"이라는 게 독립예술영화관들의 설명이다. 관객의 접근성이 어려운 영화들을 주로 상영 온 정체성에 비춰볼 때, 관객이 선택권을 우선에 뒀음을 강조한 것이다. 이들 극장들은 "개봉 중이거나 개봉 예정인 독립예술영화들에 피해가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상영을 하겠다"고 밝혔다.

극장 수익 구조개선 등에 대한 기대감도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다. 화제의 작품을 멀티플렉스가 거부하면서 수요(관객)와 공급(극장)의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 몇 안 되는 상영관으로 관객들이 몰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런 불균형을 독립예술극장들의 인지도를 높이고 극장 운영에 도움 될 수 있도록 활용하겠다는 의도다.

서울 지역 예술영화관의 한 관계자는 "지방 독립예술극장들은 <옥자>를 상영해야 한다고 본다"며 "우리도 고민하다 온관 상영이 아닌 교차 상영을 결정했다"면서 "생태계 파괴가 아니라 영화의 존재가 사라지는 하나의 사건에 시발점이 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진이 된다고 해도 다른 영화들을 고려해 온관 상영은 힘들며 이는 다른 독립예술영화관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옥자 독립예술영화관 봉준호 틸다 스윈튼 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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