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프로듀스101> 시즌2 포스터

<프로듀스101> 시즌2 포스터 ⓒ CJ E&M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엠넷의 <프로듀스101> 시즌2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16일 오후 진행된 생방송 결선 무대를 통해 최종 데뷔 멤버가 발표되었고 이들 11명은 워너원(Wanna One)이라는 정식 이름으로 내년까지 활동할 예정이다.

<워너원 최종 멤버>
1등 MMO 강다니엘, 2등 마루기획 박지훈, 3등 브랜뉴뮤직 이대휘, 4등 개인연습생 김재환, 5등 판타지오 옹성우, 6등 브랜뉴뮤직 박우진, 7등 큐브 라이관린, 8등 MMO 윤지성, 9등 플레디스 황민현, 10등 C9 배진영, 11등 아더앤에이블 하성운

개별 소속사 그룹 활동을 할 수 없고 오직 워너원에만 전념해야하고 기간 역시 내년 말로 대폭 늘어난 건 지난해 시즌 1을 통해 발탁된 걸그룹 아이오아이(I.O.I)와는 달라진 점이다.

출연 연습생들을 응원하는 각종 지하철역과 버스 입간판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시청자들의 관심 및 사랑은 기존 아이돌그룹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았고 방영 기간 내내 이어졌다. 덕분에 8월경 예정된 음반 발표 및 공식 데뷔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은 이미 뜨겁게 달아올랐다.

과연 워너원은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2017년, 신인 그룹 흉작 시대

 엠넷의 음악순위프로그램 `엠카운트다운`에 출연한 프로듀스 101 시즌2 참가자들(방송 화면 캡쳐)

엠넷의 음악순위프로그램 `엠카운트다운`에 출연한 프로듀스 101 시즌2 참가자들(방송 화면 캡쳐) ⓒ CJ E&M


아이돌 그룹의 전성시대를 맞아 엄청난 숫자의 팀들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경쟁 또한 치열해진 게 요즘의 모습이다. 그런데 지난해와 올해를 살펴보면 예년 대비 신인그룹의 시장 안착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팬덤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음반 판매량을 토대로 최근의 상황을 살펴보자. 지난해 가온차트 기준으로 국내에 팔린 음반 중 판매고 10만장 이상을 기록한 작품은 총 24장이다. 이 가운데 신인 그룹의 음반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기준을 5만장 이상으로 낮추면 총 5장이 등장한다.

< 2016년 신인그룹 음반 판매량 >
아이오아이 < miss me ? > 9만3천장
NCT 127 < NCT #127 > 8만3272만장
아이오아이 < Chrysalis>  7만4554장
아이오아이 < Whatta Man > 6만9076장
아스트로 < Autumn story > 5만7524장

<프로듀스101> 시즌1의 인기를 등에 업은 아이오아이가 무려 3장의 음반을 5만장 이상 판매하는 데 성공한 반면 타 신인 걸그룹은 전혀 없었다. 그나마 음반 발매 없이 디지털 싱글만으로 폭발적인 사랑을 받은 YG 소속 블랙핑크,  그리고 I.O.I 김세정-강미나-유연정 등을 합류시킨 구구단과 우주소녀 정도만이 유의미한 팬덤을 확보한 신인 걸그룹으로 등장한 게 전부였다. 

신인 보이그룹도 지난해 사정이 좋지 못했다. SM의 야심찬 프로젝트 NCT의 주력팀인 NCT 127, '얼굴천재' 차은우를 앞세운 아스트로만이 단일 음반 5만장 판매를 넘어섰다. 이에 반해 큐브, FNC, 플랜에이 등 이른바 중견 기획사들의 신인팀들인 펜타곤, SF9, 빅톤 등은 선배 그룹의 후광에도 불구하고 시장 안착에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 들어 신인 보이/걸그룹의 활약은 더욱 위축된다. I.O.I 출신 멤버 임나영과 주결경을 합류시킨 걸그룹 프리스틴은 첫 작품 < HI! PRISTIN >을 무려 4만장 이상(가온차트 5월말 기준) 팔면서 성공적인 데뷔를 한 반면, 다른 신인 걸/보이그룹은 몇백~몇천장 수준의 미미한 성적 속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는 그만큼 기존 선배 그룹들의 아성은 여전히 두터웠고 인기 장벽을 비집고 들어가는 데 성공한 신인 팀이 별로 없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매력+실력+고른 균형감... 향후 활동에 대한 기대감 고조

 `프로듀스 101 시즌2`에서 1위를 차지한 강다니엘 (방송화면 캡쳐)

`프로듀스 101 시즌2`에서 1위를 차지한 강다니엘 (방송화면 캡쳐) ⓒ CJ E&M


<프로듀스101> 시즌2가 만든 워너원은 기존 신인 그룹들과는 사정이 다르다.  지난 3개월여 동안의 방송을 통해 여성 뿐만 아니라 보이그룹에 인색한 남성 시청자들에게도 확실한 눈도장을 찍으면서 멤버 전원이 웬만한 기성 가수 이상의 인지도를 얻는 데 성공했다.

아이돌 그룹 최고의 무기인 '팬덤'도 확보, 여타 신인 그룹보다 훨씬 유리한 상황에서 실전에 나서게 된다. 새 얼굴을 기대하는 팬들에게 워너원은 그동안의 갈증을 해소시켜 줄 확실한 청량음료 역할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지금의 분위기라면 최근 등장했던 신인 그룹들의 음반 판매고를 넘어 음악계 선배들과 자웅을 겨뤄도 될 법한 실적도 충분히 바라볼 만하다.

결승무대에선 필자도 응원했던 몇몇 출연자들의 안타까운 탈락 등 이변도 속출하긴 했지만 일단 11명 최종 멤버들의  매력+실력+고른 균형감을 지닌 팀 구성이라는 점은 충분한 시장 경쟁력을 지닌 워너원의 또 다른 장점으로 평가할 만하다.

최종 1위를 차지한 강다니엘과 박우진-옹성우 등 랩과 퍼포먼스에 능한 멤버, 개인연습생의 당찬 패기를 보여준 김재환을 비롯한 하성운-황민현 등의 안정적인 보컬 라인, 작곡 등에 재능을 보인 이대휘 등 다양한 능력치를 지닌 멤버 조합은 기존 그룹 이상의 기대감을 갖게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개별 활동이 금지되고 비교적 긴 시간 동안 팀 활동에 전념해야 하는 상황은 오히려 프로젝트 그룹이지만 팬들의 충성도를 더욱 높여 줄 수 있기에 확실한 팬덤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이돌 팀으로선 큰 힘이 될 전망이다.

확실한 콘셉트 마련+공중파 출연 기회 확보... 여전히 숙제

 `프로듀스101` 시즌1이 탄생시킨 아이오아이. 활동기간 동안 공중파 출연에 제약을 많이 받는 등 고충도 뒤따랐다.

`프로듀스101` 시즌1이 탄생시킨 아이오아이. 활동기간 동안 공중파 출연에 제약을 많이 받는 등 고충도 뒤따랐다. ⓒ CJ E&M


11명의 워너원 멤버들에겐 이제 사실상 꽃길이 열린 셈이다. 하지만 몇가지 우려되는 사항도 존재한다. 지난해의 아이오아이 활동은 좋은 본보기 중 하나다.

짧은 기간 동안 각각 2장의 공식 EP, 싱글을 내놓으며 아이오아이는 대중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지만 매 작품마다 확실한 콘셉트, 기획 마련에서 아쉬움을 자아내며 중구난방식으로 활동을 펼쳤던 점은 프로젝트 그룹의 한계로 지적된 바 있다. 

그나마 멤버들의 매력이 없었다면 이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하는 견해가 많다. 멤버별 개별활동을 둘러싼 각 기획사간 보이지 않는 기싸움도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워너원 역시 당장 첫 음반을 준비하는 시간 자체가 짧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일부에선 구성원들의 능력치와 매력을 제대로 담은 기획으로 작품이 완성될 수 있을지 걱정어린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또한 공중파 출연에 대한 제약은 여전히 숙제로 남는다. 지난해 아이오아이는 MBC, SBS 출연 기회가 사실상 막힌 채 활동을 마감했다. 그나마 KBS를 비롯해서 JTBC, CJ E&M 계열 채널의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부족한 대중들과의 접촉 경로를 확보하면서 인기를 이어갔다.

반면 올해는 KBS에서도 <프로듀스101>을 벤치마킹한 초대형 아이돌 재기 오디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어서 자칫 경쟁대상이 될 수 있는 워너원의 출연이 지난해 아이오아이와 달리 힘들지 않겠냐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일찌감치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타 방송사의 음악 프로그램 출연 문제는 향후 활동 기간 동안 풀어야 할 큰 숙제가 될 전망이다.

어찌되건간에 주사위는 던져졌고 11명으로 구성된 초대형 프로젝트 그룹은 사실상 첫 발을 내디뎠다. 앞으로의 기간 동안 좋은 모습을 대중들에게 보여주길 기대하며 아쉽게 탈락한 나머지 <프로듀스101> 출연자들에겐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상화 시민기자의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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