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지드래곤이 내놓은 <권지용> USB 메모리 앨범.

지드래곤이 내놓은 <권지용> USB 메모리 앨범. ⓒ YG엔터테인먼트


갑작스레 언론 매체를 통한 지드래곤의 새 음반 <권지용> 논란이 뜨겁다.

이유인즉슨, 실물 음반(CD)가 아니라 USB 메모리로 이를 대신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 상품을 과연 음반으로 볼 수 있는지 관련 기관/단체 간 견해도 엇갈리고 있고 이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 또한 양분되어 있다.

구매한 분들에게 음악을 비롯한 부가적인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니 새로운 형태의 "음반" 봐도 무방하다는 주장, 이와 반대로 '음이 유형물에 고정된 것'으로 정의하는 저작권법에 근거해 음반으로는 볼 수 없다(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 측 견해)는 의견 등이 그것이다
과연 <권지용> USB는 음반으로 볼 수 있을까?

발상의 전환... 시도는 참신했다


디지털 음원 위주로 음악 시장이 재편되면서 CD는 사실상 기능을 상실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일부 오디오 마니아를 제외하면 이젠 MP3,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감상하는 게 일상이 되었고 상당수 가요 CD는 수십 페이지 짜리 사진집 속 부록으로 전락한 지 오래 아니던가?

어차피 듣지도 않을 CD를 낼 바엔 USB 기반의 디지털 콘텐츠를 소비자(대중)들에게 판매하는 게 차라리 효율적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기존 CD라는 매체를 탈피한 새로운 매체를 활용하는 건 나름 긍정적이고 신선해 보인다. 참신한 시도는 딱 여기까지다.

ⓒ YG엔터테인먼트


USB 메모리 속엔 1KB 짜리 '바로가기' 파일 하나 뿐

<권지용> USB 정식 발매에 앞서 지난 주말 지드래곤 콘서트 현장에서 사전 판매된 제품의 사용기, 사진 등이 속속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논란이 각종 커뮤니티 및 SNS상에선 더욱 뜨거워진 양상이다.

가장 큰 이유는 실제 메모리 안에는 단 1개의 파일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불과 1KB 크기의 '인터넷 바로 가기' 파일이 담겨 있을 뿐 일체의 다른 콘텐츠(동영상, 음악 파일 등)는 전혀 없다.

대신 PC의 USB 단자에 메모리를 꽂은 후 등장하는 윈도우 탐색기 창의 '바로 가기`를 클릭한 후 접속되는 웹 페이지 상에서 코드값을 입력하면 보이는 화면을 통해 각종 음악 및 동영상 파일 등을 소비자가 다운로드 받아 이용해야 한다. USB메모리는 사실상 동글키(소프트웨어 복사방지용도로 만들어진 보안용 하드웨어장치) 역할을 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간단히 말해 <권지용> USB 메모리를 구입하더라도 바로 음악을 들어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부가적인 접속 과정을 거쳐서 파일을 내려받는 등의 절차를 거쳐야 비로소 감상이 가능할 수 있다.

다양한 콘텐츠를 추가로 제공한다곤 하지만 기존 음반과 동일하게 간주하기엔 번거로운 이용법을 지닌 제품이다.

 지난 2013년 미국에서 한정 판매된 밥 딜런 전집 USB 세트. 40여 장이 넘는 밥 딜런의 전 음반 수록곡을 하모니카 형태의 케이스와 함께 24비트 고음질 음원, MP3 음원 형태로 USB 안에 빼곡히 담았다.

지난 2013년 미국에서 한정 판매된 밥 딜런 전집 USB 세트. 40여 장이 넘는 밥 딜런의 전 음반 수록곡을 하모니카 형태의 케이스와 함께 24비트 고음질 음원, MP3 음원 형태로 USB 안에 빼곡히 담았다. ⓒ Sony Music



모바일 시대에 PC기반 콘텐츠 제공?  이게 혁신일까


만약 기존 USB 음반처럼 이번 신곡 음원 5곡의 파일 정도 기본 내장되어 있었다면, 비틀스나 밥 딜런처럼 초호화 패키지로 제품이 판매되었다면 "음반이냐, 아니냐"의 논쟁은 의외로 쉽게 결론이 났을 것이다. (기자 주: 해외에선 몇몇 유명 가수 등의 전집을 USB 메모리에 담아 한정 판매, 인기를 얻은 바 있고 이들 제품은 희소성 덕분에 중고 시장에서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다)

문제는 기본적으로 <권지용> USB가 콘텐츠 이용을 위한 출입문 역할만 하는 데 있다. 음반의 역할은 그 이후 사용자에 의한 몇 가지 조작을 거쳐야 담당할 수 있다. 이걸 과연 음반으로 봐야 할 것인가?

게다가 <권지용>을 이용하기 위해 PC 환경에서 인터넷 접속 후 절차를 거쳐야 하는 이용 방식은 모바일 위주의 요즘 사용자들의 패턴과는 뭔가 맞지 않는, 되려 10년 전 USB 기반의 각종 실험적 음반 상품들이 출시되던 시절로 후퇴한 듯한 느낌이다.

이건 21세기 대중문화의 흐름을 이끌어온 '트렌드세터' 지드래곤답지 않은 방식 아닐까? 혁신이라고 하기엔 아쉬움도 뒤따른다.

음반 판매량에 근거한 음악 방송 순위 왜곡 가능성 우려
<권지용> USB 논란의 또 다른 여파는 바로 음악 방송 순위 공정성 여부다. 이 상품이 음반으로 인정이 되느냐 아니냐에 따라 음반 점수를 포함하는 각종 음악 방송 순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드래곤은 이번 신곡 음원 성적만으로도 충분히 각종 순위에서도 1위 등극이 가능한 실적을 거두고 있으니 포함 여부에 크게 지장은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권지용> USB가 음반으로 인정된다면 이러한 시도를 악용한 새로운 형태의 음반 사재기가 등장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일각에선 지적하고 있다.

가령 가수/기획사 측에서 나쁜 마음을 먹고 현재의 CD (평균 1만 원대 중반) 및 < 권지용 >(인터넷 판매가 3만 원)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의 USB 메모리 상품을 "음반"이라는 명목으로 내놓는다면 가뜩이나 사인회 당첨 등을 노린 "CD 중복 구매"가 빈번히 이뤄지는 국내 실정에선 낮은 가격 덕분에 자칫 판매량 왜곡 현상을 일으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 일본에선 이른바 '뮤직카드'(카드에 입력된 코드 번호를 입력하면 특정 음반/음원을 내려받을 수 있다)가 음반 판매량이 포함되면서 이를 악용, 각종 이벤트 참가권 제공을 빌미로 한 덤핑+저가 출시를 통해 음반 판매량 부풀리기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했다. 결국, 오리콘 차트에선 2015년 뮤직카드 판매량은 음반 판매량에서 제외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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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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