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 시런 내한 공연을 알리는 포스터.

에드 시런 내한 공연을 알리는 포스터. ⓒ 프라이빗커브


에드 시런이 온다. 2015년 3월에 이어 두 번째 내한 공연이 열린다. 그런데 2년 전과는 사뭇 다른 공기가 느껴진다. 당시에는 주로 팝 마니아들이 주목하는 공연이었다면, 이번에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공연을 반기고 있다. 포털 사이트의 검색 순위에는 '에드 시런'이라는 이름이 올랐고, 1만 5천장의 티켓은 순식간에 매진되었다.

더벅머리 슈퍼스타의 성공시대

2년 전 에드 시런 역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가수였지만, 지금의 에드 시런은 그때보다 더욱 큰 존재가 되었다. 'Shape Of You'와 'Castle On The Hill'은 발표되자마자 나란히 빌보드 싱글 차트 1,2위에 올랐다. 3집 <÷>는 음반 불황 시대 속에서 500만장을 돌파했다. 지금도 꾸준히 팔리고 있는데, 이 추세라면 올해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앨범으로 기록될 공산이 크다.

에드 시런은 오는 6월 25일, 영국 글래스톤베리의 마지막 날 메인 무대인 피라미드 스테이지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그가 팝 아티스트로서 정점에 올랐다는 증거다. 에드 시런은 작년 그래미 어워드에서는 'Thinking Out Loud'로 '올해의 노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당시 시상자로 나선 스티비 원더가 웃으며 그에게 이런 말을 했다. "내가 말했지? 너 상 받을 거라고~!"

얼마 전, 콜드플레이의 드러머 윌 챔피언은 영국음악의 인기 비결에 대한 질문을 받자 '에드 시런, 에드 시런, 그리고 에드 시런'이라는 대답을 했다. 이 답변이 단순히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지금까지 세 장의 앨범을 통해 에드 시런은 대체 불가능한 위치를 선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세계적인 인기와 우리나라의 인기가 반드시 비례하지 않았다. 이 점을 감안하면 에드 시런의 인기는 놀랍다. 이번 '예매 전쟁' 이후, 에드 시런의 인기가 이 정도였냐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소탈한 모습의 더벅머리 청년이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의 인기를 구가할 수 있었던 비결은 어디에 있었을까?

가요 못지않은 인기의 'Shape Of You'

우선 히트곡 'Shape Of You'의 인기가 결정적이었다. 얼마 전 'Shape Of You'가 엠넷 <프로듀스 101 시즌 2>에서 경연 곡으로 사용되었다. 보다 많은 대중들에게 알려질 기회가 생긴 것이다. 이 곡의 매력은 충분하다. 통통 튀는 트로피컬 하우스와 멜로디, 에드 시런의 랩같은 노래, 기억에 남는 코러스까지. 가요에서 좀처럼 접하지 못한 구성이었다. 팝 음악에 관심이 없던 내 친구들도 자연스레 '이 노래 좋네' 하면서 이 노래를 플레이 리스트에 추가했다.

2017년 6월 15일 현재, 에드 시런의 'Shape Of You'는 멜론 음원 차트 4위에 올라 있다. 물론 'Shape Of You'는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12주 연속 1위를 차지했던 곡이다. 하지만 국내 음원 차트에서 팝이 이 정도의 성과를 거두었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탄탄한 팬 층을 보유한 마룬파이브, 겨울왕국의 OST인 'Let It Go' 같은 경우를 제외하면 팝송은 좀처럼 음원 차트에서 힘을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가까운 옆나라 일본에 비해 팝을 소비하는 인구가 적다. 음반, 음원 판매량과 공연 예매율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팝이 대중적인 인기를 끌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부담 없는 멜로디, 편안한 목소리, 따라 부르기 쉬운 후렴구가 필요하다. 즉, '이지 리스닝'이어야 한다. 에드 시런의 노래들은 이 모든 조건에 부합한다.

탁월한 노래꾼

 웸블리 경기장에서 공연하는 에드 시런

웸블리 경기장에서 공연하는 에드 시런 ⓒ Warner Music Group


새삼스럽지만, 에드 시런은 탁월한 노래꾼이며 이야기꾼이다. 때로 그는 별빛 아래에서 사랑을 고백하는 청년(Thinking Out Loud)이 되어 노래한다. 'The A Team'에서는 마약 중독자들의 뒤틀린 삶을 관조적으로 바라본다. U2의 영향을 받은 듯한 'Castle On The Hill'에서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성장 영화처럼 추억하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어떤 순간에는 낯빛을 확 바꾸고 노골적인 섹스 어필(Shape Of You)을 하기도 한다. 그의 목소리는 어떤 주제, 어떤 장르에든 잘 어울린다.

언제나 듣기 편한 팝송을 부르지만, 나름의 신선한 시도도 잊지 않는다. 데미안 라이스를 보면서 기타를 잡았지만, 동시에 에미넴까지 우상으로 삼은 성향 때문일까. 아일랜드 포크 밴드의 연주 위에 랩을 얹은 곡 'Galway Girl'은 그의 재기발랄함을 가장 잘 보여준다.

공연기획사 프라이빗 커브(Private Curve)가 주최하는 에드 시런의 콘서트는 오는 10월 29일, 올림픽 공원 88 잔디 마당에서 열린다. 에드 시런은 통기타와 루프 스테이션만으로 구성된, 단촐한 형태의 공연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공연 역시 그의 목소리만으로 가득 채워질 것이라 예상된다. 서늘한 가을밤 공기를 따뜻하게 덥혀줄 노래를 빨리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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