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심야식당2>

ⓒ 디스테이션


"하루가 끝나고 사람들이 귀가를 서두를 무렵, 나의 하루는 시작된다. 메뉴는 이것(돼지고기 된장국 정식)뿐. 하지만 마음대로 주문하면 가능한 만들어주는 게 나의 영업 방침이야. 영업시간은 밤 12시부터 아침 7시 정도까지. 사람들은 이곳을 심야식당이라고 부르지. 손님이 오느냐고? 그게 꽤 많이 온다고."

무엇에게 맞았는지 눈가에 큰 흉터가 난 마스터가 자정이 되면 메시야(めしや, 밥집)을 연다. 해가 뜨는 오전 7시까지 단 일곱 시간을 영업하는 식당이다. 영화의 맨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마스터의 말답게 손님이 오느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꽤 많은 수의 단골손님이 찾고 있는 '건실한' '마스터'인 셈이다.

영화 <심야식당 2>가 한국에서 개봉했다. 베스트셀러 원작만화 <심야식당>의 드라마판, 그리고 그 드라마판의 두 번째 극장판인 셈. '메시야'처럼 많은 손님을 끌고 있지는 않지만, 특유에 마력에 빠진 영화 애호가들을 영화관으로 자꾸자꾸 불러오고 있는 영화이다. 영화의 자체 느낌 덕분인지는 몰라도 심야상영 역시 다른 영화에 비해 꽤 자주,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메시야에 '출구'는 있어도, 영화에서 빠져나오기는 어렵네

 영화 <심야식당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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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요리를 중심으로 한 옴니버스는 서로 이어진 듯 끊어진 듯 차례대로 흐른다. 처음 마츠시게 유타카가 나올 때는 <고독한 미식가> '고로' 상의 모습이 겹쳐져 웃음이 잠시 흐를지도 모른다. 첫 번째 요리인 야키니쿠 정식을 두고 우울할 때 검은 상복을 입는 것으로 마음을 달래는 '노리코'의 이야기가 먼저 흐른다.

모밀가게의 '마스터'인 세이코가 아들 때문에 속을 썩이고, 사오리에게 마음의 위안을 얻는 두 번째 에피소드도 야끼우동과 소바라는 음식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간다. 세 번째 에피소드는 큐슈에서 아들의 문제 때문에 온 유키코 할머니의 이야기인데, 이 에피소드 역시 이 집의 '장기'인 돈지루 속에 녹아 들어간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음식에 집중하다 보면 음식 안에 담겨있는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영화의 주인으로만 생각되었던 마스터는 손님들의 개인 사정을 듣고 '해결사' 노릇을 자처하기도 한다. 음식 역시 마스터와 손님들 사이를 잇는 매개체일 뿐이다. 심야식당의 진짜 주제는 다른 것이 아닌 '손님의 인생 이야기'임을 알았을 때는, 이미 심야식당 시리즈에 푹 빠진 이후일 테다.

물론 음식이 주인공이 되는 때도 있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는 만화판의 첫 에피소드인 '빨간 비엔나 볶음'부터 돈지루, 야키니쿠 정식, 계란말이 등 영화에 지나가듯 나왔거나 아예 나오지 않은 음식들이 흐른다. '마스터'의 손길이 간간히 느껴지는 이 음식들은 심야식당 단행본의 음식 표지를 보는 듯하다.

'편견 없는' 약자의 이야기, 우리 사회에 '심야식당'이 필요한 이유

 영화 <심야식당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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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이 요즈음 우리에게 보일만 한 부분은 다른 부분이 아니다. 만화판 <심야식당>처럼, <심야식당 2>에는 꽤 많은 소수자의 이야기가 영화 사이로 흐른다. 단순한 샐러리맨이나 가게 주인이 메시야의 손님이 되기도 하지만 야쿠자, 유흥업소 종사자, 게이바의 주인과 같은 사회에서 달갑게 여기지 않는 손님들도 가게의 단골이다.

마스터는 작중에서 이들을 편견 없이 대한다. 단골로 찾는 경찰 오다기리 죠 역시 마찬가지이다. 손님들 역시 게이바 마담 코스즈와 스트리퍼 마릴린의 이야기를 허투루 듣지 않고, 이들의 조언을 아낌없이 들을 때도 있다. 가끔 '여자가 매일 상복이야?' 하는 식으로 소수자들에게 흉을 볼 때도 있지만, 옆의 사람이 툭툭 쳐 말리거나 본인이 했던 말을 정정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사회에 '메시야'가 필요한 것이 바로 이 대목 때문이다. 아마 사회의 억압에 지친 이들이 휴식할 만한 공간 같은 '메시야' 말이다. 빈민, 성 소수자, 여성, 노인, 그리고 사회의 평범한 사람과 연예인, 심지어는 '야쿠자'까지, 한 데 어울려 식사와 반주를 나누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그런 곳 말이다.

최근 7월 개최되기로 했던 퀴어문화축제가 서울시청광장에서의 개최를 두고 큰 갈등을 빚었던 이야기를 다시금 떠올려본다. 다른 사람들과 성 정체성이나 사회적 위치와 관계없이 모두가 평등하게 담소를 나누고, '마스터'에게 부탁해 '반주 한잔할 날'을 기대해보고 싶다. <심야식당 3>이 나올 때는, 사회가 조금이나마 갈등을 넘고 '메시야'에 더욱 가까워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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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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