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최근 들어서 잊힌 음반, LP가 되살아나고 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음반 판매량 중 LP는 지난 2015년 기준으로 무려 3200만 장에 달해 2008년 (500만 장) 대비 600% 이상 급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00년대 후반부터 LP 재발매의 움직임이 진행되었고 최근 몇 년 사이엔 버스커버스커, 아이유, 2AM 등 젊은 음악인들의 신보들이 LP로도 제작되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올 들어선 마장뮤직앤픽쳐스가 국내 유일의 LP 생산 공장을 가동하면서 본격적인 제작 및 시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관련 기사: 김광석 70만 원, 아이유 22만 원... 더 주고도 갖고 싶다)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대표되는 요즘의 음악계 소비 패턴과는 전혀 다른, LP의 부활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120~180g 안팎의 무게를 지닌, 합성수지의 부피 큰 LP의 재등장은 말 그대로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7080세대에겐 '추억'을, 요즘의 젊은 세대에겐 '복고'라는 이름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요즘 LP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긍정] 음악 감상이라는 본연의 목적+소장가치까지 충실하다

 최근 윤종신은 현대카드와의 협업을 통해 월간 윤종신을 LP로 한정 제작, 판매했다 (사진 출처: 윤종신 공식 페이스북)

최근 윤종신은 현대카드와의 협업을 통해 월간 윤종신을 LP로 한정 제작, 판매했다 (사진 출처: 윤종신 공식 페이스북) ⓒ @monthlyjs


분당 33과 1/3회전하는 턴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검은색 LP는 40대 후반 이후 중장년층이라면 친숙한 음반 매체였다. 물론 학창 시절엔 경제적 사정 때문에 카세트테이프 구입으로 이를 대신하는 경우도 허다했지만.

합성수지로 찍어낸 디스크 표면에 새겨진 '소리 골'을 따라서 턴테이블의 바늘이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나가면서(?) 소리를 들려주는 방식인 데다 LP는 앞면과 뒷면으로 나뉘어 있기 전곡을 듣기 위해선 당연히 사람의 손으로 직업 판을 뒤집어주는 번거로움이 동반되는, 불편한 도구였다. (반면 카세트테이프는 그나마 워크맨 등에 '오토리버스'라는 기능이 있었기에 기종에 따라선 자동으로 뒷면 재생이 이뤄졌다)

오히려 이런 귀찮은 절차가 있었기에 더욱 집중하고 음악을 들을 수 있었던 나름의 장점이 있는 고마운 수단이었다.

또 한 가지 장점은 제법 면적 넓은 크기. 두툼한 종이에 인쇄된 겉표지 중에선 예술성을 인정받는 멋진 디자인을 자랑하던 음반들이 제법 많았었다.

이른바 '게이트폴드'라는 이름의, 펼쳐지는 2장 LP용 표지에선 더욱 다채로운 구성으로 보는 즐거움도 선사했다. 후일 등장한 CD에선 작아진 크기로 인해 다양한 미적 감각을 구현하는데 제약이 많았던 터라 그 시절 LP는 단연 독보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최근 젊은 음악팬들에게 LP가 주목받은 이유에서 이런 점을 간과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개인 SNS 속 각종 사진을 공개하면서 자신을 드러내길 좋아하는 세태가 반영되면서 LP 역시 나름의 자랑거리로 한몫하기도 한다.

[부정] 디지털 레코딩의 LP 제작... 의미가 있나+허세

해외 팝 음반의 경우, 오랜 기간 절판되었던 과거 1950~1980년대 걸작들이 LP로 속속 재발매되어 국내에서도 수입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이들 음반은 아날로그 시절 릴 테이프를 사용해 녹음된 마스터 음원 테이프를 복원(리마스터링), 최대한 그 시절 소리에 가깝도록 LP로 제작하고 있다.

그런데 LP 제작을 염두에 두지 않고 녹음된, 이른바 21세기 디지털 레코딩 시대에 제작된 음반들의 LP 화에 대해선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는 LP 수집 마니아들도 있다. 지금 처럼 모든 녹음, 믹싱, 마스터링이 디지털로 이뤄진 음원을 예전 아날로그 시대 음원과는 속성 자체가 다르므로 LP에 담는다고 해도 "예전 LP스런 맛을 내는 데엔 한계가 있다"라는 것이다.

 록밴드 푸 파이터스의 2011년 음반 < Wasting Light >. 모든 녹음, 믹싱, 마스터링 작업이 100% 아날로그 작업으로 진행되어 LP 제작에 최적화된 음반을 만들었다.

록밴드 푸 파이터스의 2011년 음반 < Wasting Light >. 모든 녹음, 믹싱, 마스터링 작업이 100% 아날로그 작업으로 진행되어 LP 제작에 최적화된 음반을 만들었다. ⓒ 소니뮤직코리아


실제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의 인기 록그룹 푸 파이터스(Foo Fighters)는 시간적 + 금전적 부담이 엄청 컸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1년 음반 < Wasting Light >의 모든 녹음, 믹싱, 마스터링 작업을 100% 풀 아날로그 방식으로 진행하는 "미친 짓"(?)을 벌이기도 했다. 지금의 제작 방식으론 LP에 적합한 사운드를 담을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현재 국내의 일부 인디 뮤지션도 LP 및 카세트테이프 발매를 위해 이 방식으로 자신의 신보를 제작 중에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제작을 모든 음악인들이 할 수는 없는 터라 해외처럼 디지털 음원의 LP작업에 특화된 이른바 '비닐 마스터링(Vinyl Mastering)' 전문 엔지니어 인력의 확보 및 양성이 절실하다는 의견도 음악인들 사이에서 지적되고 있다.

제대로된 LP를 감상하기 위한 개인의 준비 부족을 언급하는 이들도 있다.  단순히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방식으로 LP를 구입했다간 자칫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간편하게 LP를 재생할 수 있는 올인원 플레이어 성향의 저가 제품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판매되는데 실제 이런 제품들의 성능은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LP 고유의 특성을 잘 살려 음악을 듣기엔 부적합하다.  턴테이블부터 포노단자 겸비된 앰프, 스피커 등 구색을 갖추려면 어느 정도 금전적 출혈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염두해둬야 한다.

LP 구입을 위한 몇 가지 조언

 지난 2013년 발표된 조용필의 < Hello >. 당시 제작된 LP는 초기 제품 불량 문제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지난 2013년 발표된 조용필의 < Hello >. 당시 제작된 LP는 초기 제품 불량 문제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간혹 음반 쇼핑몰을 통해 판매되는 LP 중 "180g 중량반"이라고 표기가 된 제품들이 있다. 과거 1970년대 이른바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석유 가격이 크게 치솟자 합성수지를 재료로 사용한 LP 제작 역시 큰 영향을 받게 되었다. 이무렵부터 음반의 무게가 120g으로 줄어들었다.

LP의 경우, 무게가 더 나갈수록 턴테이블 회전 과정에서 진동에 강하기 때문에 바늘이 소리 골을 읽는 과정에서 안정적으로 소리를 들려줄 수 있다. 만약 동일한 음반이 일반 반, 180g 중량반 2종류가 있다면 상대적으로 후자가 감상에는 유리하다. 대신 그만큼 가격은 더 나간다.

3~4만 원대를 상회하는 신품 LP 구매가 부담스럽다면 예전 1970~80년대 팝, 가요, 클래식 음악에 한정해선 중고 LP 구매도 한 방법이다. 30년 이상 된 제품들이기 때문에 스크래치 등으로 인한 특유의 잡음은 고려해야 하지만 오히려 이런 이유로 예전 LP를 선호하는 분들도 많이 있다. 게다가 그 시절 아날로그 녹음에 100% 부합되는 제조 공정을 거친 LP들이기 때문에 보존 상태 등에 따라선 요즘 재발매 LP보다 훨씬 좋은 소리를 들려주는 경우도 많다.

오래된 팝-클래식 음반의 경우, 과거 해외 제작 음반의 품질이 국내 제작 라이선스 음반보다 좋았기 때문에 (표지부터 음반 프레싱 등) 지갑 사정에 여유가 있다면 가급적 전자를 선택하는 게 좋다. 다만 중고 특성상 상대적으로 매물이 많지 않기 때문에 상태 좋은 중고 수입 LP를 구하는 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항간에는 몇몇 판매업자들이 물량 확보를 위해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미국 부대 주변에서 흘러나온 중고 LP를 들여다 판매하는 사례도 부쩍 늘어났다고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케이팝 쪼개듣기 L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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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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