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지난해 필자는 본 코너를 통해 2016년 주목할만한 작곡가/프로듀싱팀을 한차례 다뤄본 바 있다. (관련 기사: 올해 국내에서 가장 핫한 작곡가는 누구?)

이번엔 후속편으로 최근 가요계에서 착실히 입지를 다지고 있는 또 다른 실력자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나름의 독특한 색깔로 마니아층을 넓혀가고 있는 제3세력들의 저력을 다 함께 느껴보길 바라본다.

[심은지] JYP부터 SM까지 전방위 활약

 심은지가 만든 '달콤한 빈말'이 수록된 백아연의 EP < Bittersweet > 표지.

심은지가 만든 '달콤한 빈말'이 수록된 백아연의 EP < Bittersweet > 표지. ⓒ JYP엔터테인먼트


작곡가 심은지 주요 참여곡
백아연: '이럴거면 그러지말지', '달콤한 빈말'
트와이스: 'Knock Knock'(가사)
러블리즈: 'Cameo'
우주소녀: 'Follow Me'
산이: 'LoveSick'
인피니트: '엔딩을 부탁해', 'Inception', '엄마'
아이유: '그애 참 싫다'
제이민: '집앞에서'
수지: '좋을땐'(편곡)
F(x): 'So Into You'

음악계의 흐름이 각종 전자 악기 위주의 곡 중심으로 흘러가다 보니 음악적 능력뿐만 아니라 PC 및 하드웨어와 각종 소프트웨어 활용에 능통한 이들 위주로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었고, 이런 변화는 음악인들에게 난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몇몇 싱어송라이터들과 달리, 국내외에서 전업 작곡가로 활동하는 여성 음악인들을 찾아보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런 와중에도 심은지(JYP 퍼블리싱 소속)는 켄지(SM)와 더불어 작사/작곡/편곡/프로듀싱 등 다방면에 걸친 활약으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전업 여성 작곡가 중 한 명으로 언급되고 있다.

켄지가 SM 소속 가수들과만 작업하는 반면, 심은지는 JYP뿐만 아니라 SM, 울림 등 타 회사 소속 음악인들의 음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점에서 대조를 이룬다.

클래식 음악 전공자이지만 애초 전문 작곡프로그램(DAW)이나 신시사이저 프로그램에는 문외한이었기 때문에 JYP 입사 후 이를 뒤늦게 배웠을 만큼 전업 작곡가로서의 시작 과정은 기존 작곡가들과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탄탄한 음악적 소양을 토대로 발 빠르게 이러한 도구들을 잘 활용하며 자신의 능력을 키워나갔다.


심은지의 이름을 알린 첫 인기곡은 백아연의 2015년 디지털 싱글 '이럴 거면 그러지 말지'다. 최근 발표된 백아연의 또 다른 신곡 `달콤한 빈말`에서도 변칙적인 코드들을 어색하지 않게 곡 중간마다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데 성공, 대중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심은지는 자신의 장기라고 할 수 있는 어쿠스틱 성향의 발라드곡 뿐만 아니라 역동적인 전자음을 앞세운 흥겨운 댄스-팝 작업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선보이고 있다. 화려한 신시사이저 연주로 서막을 여는 '카메오'(러블리즈), 펑키 리듬을 적절히 섞은 '엔딩을 부탁해'(인피니트) 등의 곡들은 그 좋은 예이다.

이밖에 사랑의 씁쓸한 느낌을 잔잔한 어조로 노래한 '달콤한 빈말', 짝사랑하는 관계를 주연과 카메오에 빗댄 이야기 '카메오' 등을 통해선 작/편곡뿐만 아니라 작사가로서도 만만찮은 감각을 선보이기도 했다.

한편 아직까진 공동 작사로만 참여했던 'Knock Knock'를 제외하면 작곡/편곡가로선 같은 JYP 소속 그룹 트와이스와는 큰 인연이 없었기 때문에 몇몇 음악팬들은 향후 트와이스 머릿곡 작업의 기회가 심은지에게 주어진다면 좋은 결과물을 얻어내지 않을까 하는 작은 바람을 언급하기도 한다. 이는 필자 역시도 기대해보는 조합이기도 하다.



[오레오] 이기(이기용배)의 또다른 프로듀싱팀

 오레오의 작품 'Why Don't You Know'가 담긴 청하의 첫 솔로 음반 < Hands On me >의 표지.

오레오의 작품 'Why Don't You Know'가 담긴 청하의 첫 솔로 음반 < Hands On me >의 표지. ⓒ MNH엔터테인먼트


작곡가 오레오 주요 참여곡
레드벨벳: 'Would U'
청하: 'Why Don't You Know'
레이디스 코드: 'The Rain'
업텐션: '하얗게 불태웠어'
이달의 소녀 1/3: '비의 목소리 51db'
여자친구: '물들어요', '물꽃놀이'
아이: '간절히 바라면 이뤄질거야'
멜로디데이: 'Color'

"이기용배"라는 이름을 모르는 걸그룹 여자친구의 열성 팬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기+서용배로 구성된 이 조합은 '유리구슬'을 시작으로 '오늘부터 우리는', '시간을 달려서', '너 그리고 나', 'Fingertip' 등 일련의 노래들을 히트시키면서 여자친구를 일약 정상의 위치로 올려놓는 데 큰 공헌을 했다.

현재 두 사람은 이기용배 외에도 각각 다른 작곡자들과의 협업을 병행하며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 "오레오"는 이기가 C-no, 김웅 등과 손잡은 또 다른 창작집단이다.

지난해 중반부터 본격 가동되었기 때문에 아직 여타 작곡팀과 비해 많은 숫자의 곡이 발표되진 않았지만 조금씩 입소문을 통해 음악팬들로 부터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여자친구의 수록곡인 '물들어요', '물꽃놀이'에선 이기용배의 이름으로 발표된 작품처럼 경쾌한 댄스 팝을 선보였지만, 그 외의 작업에선 이와는 대조를 이루는 곡들로 변화를 도모했다.


지난해 황현(모노트리)과의 협업 'The Rain'(레이디스 코드)에선 전자 사운드만으로도 고풍스런 느낌을 선사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또, 보이그룹 업텐션의 '하얗게 불태웠어'에선 트랩 비트를 기반으로 남성미 넘치는 역동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올해 들어서 오레오의 작업물은 더욱 다채로운 구성으로 음악팬들에게 다가갔다. SM의 시리즈 싱글 < SM 스테이션 > 시즌2의 시작을 알린 'Would U'(외국 작곡가 협업)에선 통통 튀던 레드벨벳의 기존 이미지와 대비되는 차분한 감성을 담아내며 인기를 얻었다.

얼마 전 공개된 I.O.I 출신 청하의 'Why Don't You Know'에선 최근 각광받고 있는 트로피컬 장르의 음악으로 꾸며 성공적인 솔로 데뷔를 끌어내기도 했다.

이밖에 '비의 목소리 51db'(이달의 소녀 1/3)에선 과거 1990년대 후반 조규찬과 김현철의 음악을 연상케 하는 고급스러운 팝 음악으로 기존 걸그룹과의 차별화를 도모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케이팝 쪼개듣기 심은지 오레오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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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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