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크 스터디의 아들 조이 스터디는 17살이다. 장애를 안고 태어난 조이는 혼자서는 거동할 수 없다. 언제나 휠체어에 앉아있는 조이는 아버지인 제이크나 고모 트와일라, 친구 라우디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영원히 아이로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아이는 성장하고, 어른과 싸우고, 그렇게 또 다른 어른이 된다. 사춘기가 된 조이는 태블릿PC로 야한 사진도 보고, 때로는 씻는 와중에 발기하기도 한다. 아버지로부터 독립해서 라우디와 함께 따로 살고 싶다는 욕심도 있다. 성적인 욕망이든 자립을 향한 욕구이든, 조이 역시 무언가를 원하고 꿈꿀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연극 <킬미나우>에서 조이 역의 배우 신성민이 25일 오후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잘생긴 신성민 배우 신성민에게 따라붙는 여러 평가 중 하나는 '잘생겼다'이다. <카포네 트릴로지>에서 니코와 번을 오가면서도 '잘생겼다'는 대사로 재미를 줄 정도. ⓒ 이정민


제이크는 그런 조이를 한편으로는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다. 소설 쓰는 것도 그만두고, 남은 생 전체를 오로지 희생과 헌신으로 채워왔다. 아버지가 보기에 조이는 마냥 자신의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니까, 자식을 책임지는 건 부모의 의무니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조이의 독립을 반대하던 제이크를 갑자기 병마가 덮친다. 하루가 다르게 무너져가며 자신을 잃어가는 제이크. 조이는 그렇게 변해가는 아버지를 도저히 지켜볼 수가 없다.

몸이 굳어가며 조이만큼도 제대로 사고하고 행동할 수 없게 되는 제이크. 조이는 문득 라우디와 함께 즐겨하던 게임 속 캐릭터를 떠올린다. 좀비에게 물려서 좀비로 변해가는 인간. 그 인간은 좀비가 되기 전, 자신의 자아가 남아 있을 때 간절하게 주인공을 향해 외친다.

"킬 미 나우!(Kill me, Now)"

아직 제이크가 제이크일 때, 제이크는 제이크로서 죽고자 한다. 조이는 그런 아버지를 기꺼이 돕는다. 언제나 아버지로부터 도움만 받았던 아들이지만, 마지막 순간만큼은 조이가 아버지를 위해 나선다. 이 선택, 용서받을 수 있을까. 괜찮은 걸까. 남은 자들은 그 슬픔을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가. 장애인의 성과 안락사라는 묵직한 주제를 던진 연극 <킬 미 나우>가 초연의 호평에 힘입어 올해 재연에 나섰다.

재연에 조이 역으로 새로이 합류한 배우 신성민에게도 <킬 미 나우>는 결코 쉬운 작품이 아니었다. 관객을 울리는 만큼이나 배우들에게도 절절하게 가슴에 남는 작품. 큰 눈과 시원한 입매, 호쾌한 연기 스타일로 주목 받는 이 젊은 배우에게 <킬 미 나우>의 조이는 지금까지와 다른 결의 인물이었을 것 같았다. 지난 5월 25일, 서울 충무아트센터 내 카페에서 배우 신성민을 인터뷰한 이유다.

 연극 <킬미나우>에서 조이 역의 배우 신성민이 25일 오후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호평해주는 팬들에게 "일단 굉장히 감사드리고. (웃음) 저를 응원해 주시는 분들은 가끔 그렇게 말해주시더라고요. 그 눈이 변치 않아 주셨으면 좋겠고…. 한 살, 한 살 나이는 먹어 가는데 이렇게 예쁘게 봐 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 이정민


섹스 볼란티어, 어떻게 봐야할까

어려운 문제이다. 장애인의 성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장애인의 성욕을 해소하기 위한 행위는 노동인가 아닌가. 인간에게는 자기 자신을 파괴할 권리가 있는가. 인간답게 살 권리만큼이나 인간답게 죽을 권리도 '권리'로 인정할 수 있는가. 만약 그게 권리라면, 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는 어떠한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하는가. 이런 민감한 문제에 대해 토론하기도 쉽지 않은데 심지어 연극이 됐다.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전하기란 자칫 또 다른 종류의 무지나 폭력으로 점철될 수도 있다.

"사실 작품 시작 전부터 그리고 지금도 고민하고 있는 문제예요. 그리고 작품이 끝난 후에도 우리가 함께 살아가면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주제가 워낙 무겁다 보니까 이걸 풀어내서 전달하기 위해 농담을 하거나 더 강하게 다가가는 부분이 있어요. 그런데 이런 게 불편하게 느껴지지는 않을까라는 질문을 연출께 했었죠. 그랬더니 '그분들은 오히려 우리보다 더 밝게 장난치고 웃으며 살아가시는 분들이다. 이렇게 특별히 조심스럽게 생각하는 것 역시 편견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대답을 들었어요.

한 대 맞은 느낌이었어요. 우리가 오히려 더 선을 긋고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우리와 모든 게 같기 때문에, 내가·우리가 즐겁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은 해도 괜찮은 게 아닐까. 그래서 이런 답변을 들은 이후 더 자유로워졌던 것 같아요. 그래도 선을 넘지 않기 위해 항상 조심하고는 있죠. 사실 '장애'라는 말도 좀 조심스러워요. 우리와 그 분들이 다르다고 너무 정의하는 것 같아서. 극에서 나와서 이 문제에 대해 얘기하려고 할 때, 오히려 (그런 구분짓는 태도에) 기분 나빠하시지 않을까요."

 연극 <킬미나우>에서 조이 역의 배우 신성민이 25일 오후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평범한 신성민? 자신만의 장점에 대해 그는 굳이 꼽지 않았다. 오히려 "저는 평범한 사람이죠. 어떤 역할을 맡겨도, 평범하기 때문에 어느 캐릭터에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 그런 이미지가 아닐까요"라는 망언 아닌 망언으로 답을 대신했다. ⓒ 이정민


<킬 미 나우>는 눈물을 지우개 삼아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를 구분 짓는 선을 지워나간다. 각자 인물들의 이야기에게는 각자의 논리적 설득과 감정적 호소가 있다. 예컨대 제이크를 보낼 수 없다고 우는 트와일라나, 그런 제이크를 보내줘야 한다고 우는 조이의 대립이 그렇다. 이 난제 앞에선 아무도 선뜻 누구 편을 들거나 특정한 선택이 옳다고 강변할 수 없다. 그렇다면 조이 스터디를 연기하는 배우 신성민이 아니라, 조이의 자리에 신성민이 있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제가 조이라면…. 사실 잘 모르겠어요. 막상 닥쳐보지 않으면…. 제가 '조이를 100% 이해하고 행동한다'라면 거짓말이겠죠. 제가 과연 어떤 선택할 수 있을까 하는 건 잘 모르겠어요.

연습 과정에서도 '안락사를 내가 이해하고, 조이가 하는 말이나 행동을 100% 이해하고 행동할 수 있는가'를 저라는 사람에게 많이 질문했어요. 이때까지 제가 연기했던 모든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왜 이 말을 할까?' '왜 이런 행동을 할까?'라고 질문을 던졌거든요. 이들을 이해하는 과정을 중요시했는데 조이는 조금 달랐던 것 같아요. 말하기 좀 어려운데, 이게 사람의 감각적인 부분이어서….

아이러니했던 건, 잘 모르겠음에도 연기 연습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더 공감이 되는 거예요! 이 아이의 말과 선택과 행동이…. 처음에 머리로는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점점 마음으로 느끼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텍스트를 읽다가 공감이 되고, 눈물이 흐르고…. 그랬던 것 같아요.

제가 조이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걸, 제가 이렇게 생각하는 걸 관객 분들도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죠. 한 가지 확실한 건, 다행히도 관객 분들이 같이 공감하고 계시다는 거예요. 관객이 '운다' '안 운다'의 기준이 아니라, 그런 공기가 공연장에서 형성되는 걸 느꼈거든요."

 연극 <킬미나우>에서 조이 역의 배우 신성민이 25일 오후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배우 신성민에게 작가 지이선이란? "같이 있으면 항상 재밌고, 코드와 생각이 맞는 사람과 함께하는 작품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을 주는 것 같아요. '지이선=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단호) 제가 그 분의 작품이 어떻고, 각색이 어떻고를 말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요!" ⓒ 이정민


"마음대로! 하나만 갖고 가셨으면"

중극장을 채우는 그 공기. 손수건을 축축하게 적시고도 남을 정도로 많은 눈물을 쏟는 관객이 상당수다. 이미 아는 이야기, 몇 번 본 공연임에도, 슬픔과 연민으로 부푼 관객의 심장을 연극은 톡하고 건드려 터뜨린다. 초연에 이어 재연에도 제이크를 맡은 배우 이석준은, 공연이 끝나고 너무나 서럽게 우는 관객의 울음소리에 마음이 아팠다고 자신의 SNS에 올린 바 있다. 그럼에도 연극 <킬 미 나우>가 '힐 미 나우(Heal me, now)'가 되어준다며 공연장을 여러 번 찾는 관객들이 있다.

"같이 공감해 주시는 것 같아요. 다른 가족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함께 아파해 주고, 슬퍼하고…. 공감해주시는 관객들을 보면, 지금 돌아가고 있는 우리 세상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사실 저희가 살면서 남이 하는 일에 크게 잘 관심 안 가지잖아요. 이기주의가 팽배하는 세상 속에서 이렇게 함께 공감해 줄 수 있는 관객 분들이 굉장히 멋지다고 생각해요. 물론 이건 연극이지만, 현실에도 이런 환경에 놓이신 분들 그리고 더 안타까운 분들이 계시잖아요. 공연 관객 분들은 이런 타인의 삶에도 공감하고 같이 아파해 주실 수 있는 분들 같아요.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주시는 분들이죠."

배우 신성민에게 <킬 미 나우>는 참 많은 고민거리와 생각을 던져 준 작품이었다. 그 고민들은 여전히 채 정리되지 않은 채 신성민의 어깨를 누르고 있다. 그렇다고 그 문제의식에 짓눌리거나 허우적거리는 건 아니다. 신성민은 이 문제를 머릿속의 연산으로 풀려고 하기 보다는 심장으로 내려보냈다. 인터뷰 중에 신성민은 '공감'이라는 단어를 굉장히 여러 번 반복적으로 꺼냈다. 비장애인으로서 장애인에게 공감하고, 배우로서 관객에게 공감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공감을 굳이 관객의 손에 억지로 쥐어주고 싶지는 않다. 그는 관객을 믿고 있었다.

"'이러이러했으면 좋겠어요'라고 하는 것도 강요처럼 느껴져서 조금 조심스러워요. 제가 관객으로 앉아있을 때 느꼈던 게 있긴 있어요. 작품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는 이런 걸 가지고 굉장히 치열하게 논쟁을 하고 충분히 얘기를 나눠요. 그래야 더 완벽한 공연이 나올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것과 관객 분들께 무언가를 가져가시라고 강요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것 같아요. 사실 이것도 제 성향이겠죠? 제가 강요당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웃음)

저희가 원래 전하려던 것이 아닌 다른 것들을 보셔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보고 싶은 것만 보셔도 좋고, 무언가를 굳이 가져가지 않아도 괜찮아요. 저희에겐 이게 일이지만, 관객 분들에겐 문화생활이실 거잖아요. 그 안에서 무언가를 느끼거나 느끼지 못하거나, 울거나 웃거나 하는 것은 온전히 관객 분들의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각자 마음속에 가지고 가시는 건 여러분의 마음대로! 무언가 하나라도 가지고 가신다면 감사하죠. 사실 '이 작품을 보고 어떤 특정한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하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작품을 저 혼자 만드는 것도 아니고, 저는 그냥 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뿐이죠. 그래서 대신 '보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라는 것만 진심으로 말씀드리고 싶어요."

 연극 <킬미나우>에서 조이 역의 배우 신성민이 25일 오후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기의 어려움 신성민은 <킬 미 나우>를 준비하면서 특별히 어려운 것은 없었다고 한다. 재연이었기 때문에 "이미 그림이 그려져 있었고" "여기 들어가서 나만 잘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초연의 조이로 활약했던 윤나무 배우가 이번 시즌 <킬 미 나우>에 더블 캐스팅되면서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고 한다. 하지만 어렵지 않았다고 해서 고민의 무게가 가벼운 건 결코 아니었다. ⓒ 이정민


"연기했던 인물들 다시 만나고 싶어"

연극 <킬 미 나우>가 던지는 질문들이 쉽지 않듯이, 연기 자체도 결코 쉽지 않다. 비장애인 배우가 지체장애를 지닌 인물을 연기하는 게 혹여나 과도한 묘사나 불쾌한 표현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건조하고 딱딱하게 다가설 수도 없다.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것 이상으로 배우에게도 슬픔의 감정이 파도가 되어 몰아친다. <킬 미 나우>의 커튼콜을 보면 그 눈가에 물기가 묻어있지 않은 배우가 없을 정도이다.

"작품을 몇 개 거치면서, 배역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게 제 스스로 정립이 좀 되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 공연에서는 좀 혼란이 와요. 사실 끝나고 많이 힘들어요. 좀 털어 버리려고 일부러 신나는 노래 듣고, 재밌는 생각도 하는데…. 아직까진 좀 힘든 게 많이 남아요. 해소가 되기보다는 담아두고 끝나는 작품이기 때문에! 커튼콜 끝나고 들어가서도 정리가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노력해야죠. 제 일이니까."

지난 4월 25일 서울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개막한 연극 <킬 미 나우>는 오는 7월 16일을 마지막으로 관객과의 두 번째 만남을 정리한다. 배역 자체가 도전이었고 지금도 신중하게 연기를 해나가고 있는 신성민의 조이와도 이별할 날이 다가오고 있다. 조이 스터디와 배우 신성민은 잘 이별할 수 있을까. 연극 <킬 미 나우>는 배우 신성민에게 어떤 필모그래피로 남을까. 신성민은 자신의 '두 번째' 조이와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었다.

 연극 <킬 미 나우>에 출연 중인 배우 신성민의 모습. 조이 스터디는 혼자서 목욕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거동이 불편하다. 그의 아버지 제이크는 헌신적으로 아들을 돌본다.

▲ <유도소년> 민욱에서 <킬 미 나우> 조이로 <유도소년>을 위해서 몸을 만들었던 신성민은, <킬 미 나우>의 조이를 연기하면서 약간의 어려움을 겪었다. "극 초반에 욕조 신이 있는데, 형들이 몸을 가려야 된다고 조금만 더 들어가라고 했어요. 그래서 얼굴만 보이게 막 수그려서 들어가고 이렇게…. (웃음) 이러면 안 되죠. 관객 분들의 이해를 바라는 건 욕심일 것 같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킬 미 나우>는 놓치기 싫었어요." ⓒ 연극열전

"끝나 봐야 알 것 같아요. 항상 끝나야 알 수 있어요. 바로 깨달음이 오는 것도 아니고요. (웃음) 문득 어느 날 했던 극이 생각날 때가 있어요. 제 상황과 맞물릴 때나, 친구와 술 한 잔 하면서 생각날 때도 있고…. '그 때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조금 더 갔어야 했는데' '이런 느낌 좋았는데'라면서…. 그렇게 했던 작품들을 가슴에 묻으면서 성장해 가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지금 <벙커 트릴로지> <유도소년>을 거쳐서 <킬 미 나우>를 했는데, <벙커 트릴로지> 후에 <유도소년> 없이 <킬 미 나우>를 했다면 조금 달랐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모든 과정을 거쳐서 제가 만든 조이가 지금의 조이죠.

아직 어떤 작품으로 <킬 미 나우>가 제게 남을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진 않았죠. 음…. 다만 바람이라면, 나중에 <킬 미 나우>에 대한 제 기억과 추억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은 있어요. 근데 이건 <킬 미 나우>뿐만이 아니라 모든 작품에 대해 가지는 생각라서…. (웃음)

이렇게 한 작품씩 좋은 작품 하면서, 조금씩 성장해 가고 싶어요. 정체되지 않고! 제가 지금 하는 조이가 완벽한 연기라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사실 완벽한 연기라는 건 없겠지만? 앞으로 더 해결하고 싶은 부분도 있고요. 그러니 이렇게 차차 성장해 가다가 '그 배우, 좋은 배우더라'라는 말을 듣게 되면 좋지 않을까요?

그래서 제가 지금까지 했던 모든 인물을 나중에 다시 한 번씩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다시 만났을 때 느껴지는 다른 생각, 생기는 여유로움 같은 걸 실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면 그 때 했던 것 보다 조금이라도 성장한 모습으로 연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되니까."

언젠가 신성민의 조이 스터디를 다시 만날 날이 오게 될지 모른다. 이미 좋은 배우임에도 스스로 '평범'하다고 겸손해 하는 그. 그의 두 번째 조이와 첫 번째 조이를 비교하는 것도 극을 보는 재미가 될 것이다. 그는 그 스스로 바라는 것처럼 많은 부분에서 성장한 조이가 되어 있을까. 다만 내가 확신하는 건, 지금이나 그 때나 그는 변함없이 좋은 배우일 것이라는 점이다. 태어나는 모든 아이는 완벽한 존재인 것처럼, 조금 불안정한 부분이 있을지언정 신성민의 조이는 이미, 완벽한 조이니까.

 연극 <킬미나우>에서 조이 역의 배우 신성민이 25일 오후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신성민만의 조이 "저만의 무언가를 만들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고, 그냥 대본 안에 나와 있는 대로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조이라는 인물이 완성된다고 생각해요. 특별히 차별성을 두려고 하지는 않지만, 텍스트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나라는 사람에 의해서 두드러지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걸 누군가가 봐 주고 알아줄 때, 비로소 나만의 조이가 되는 거죠." ⓒ 이정민



신성민 조이 킬미나우 미니조이 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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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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