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옥자>의 스틸컷.

영화 <옥자>의 스틸컷. ⓒ 넷플릭스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의 도전이 국내에서 통할 것인가. 올해 상반기는 이른바 <옥자> 극장 개봉 논란으로 한창 뜨거워지고 있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와 극장의 동시 개봉 문제를 두고 넷플릭스와 CGV를 위시한 국내 멀티 체인 간 줄다리기가 팽팽해졌기 때문이다.

'동시 개봉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며 해당 조건이 변하지 않는 한 <옥자>의 상영 보이콧도 불사하겠다는 CGV의 반응에 영화인들의 우려 혹은 지적이 7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오는 29일 개봉을 앞둔 <옥자>의 개봉방식이 그 결과가 어찌됐든 향후 국내 영화 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일이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영화의 유통질서를 흐린다'와 '충분히 할 수 있는 행동'이라는 쪽으로 나뉘었다.  

"CGV의 행동은 심각한 권리 침해"

서울아트시네마 김성욱 프로그래머는 5일 SNS를 통해 "<옥자> 개봉과 관련한 주장 중 몇 가지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며 CGV가 주장하고 있는 '유통구조를 흐린다'는 말을 짚었다. 앞서 제 70회 칸영화제에서 프랑스 극장연합회가 <옥자>의 경쟁 부문 상영을 반대한 사실을 상기시킨 김 프로그래머는 "프랑스는 자국영화의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모든 흥행수입(DVD, VOD, 스트리밍 수입 등) 중 일부를 내야만 한다"며 "보조금을 내지 않거나 프랑스의 법률을 지키지 않는 작품을 간단히 허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 설명했다.

 5월15일 오후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영화 <옥자> 기자간담,서우식 프로듀서, 김태완 프로듀서, 봉준호감독,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콘텐츠 최고 책임자, 제레미 클라이너 플렌B프로듀서, 최두호 프로듀서, 김우택NEW총괄대표

지난 5월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영화 <옥자> 기자간담회. 당시 넷플릭스는 <옥자>의 개봉일과 상영방식을 최초로 밝혔다. ⓒ 임순혜


김 프로그래머는 "칸영화제의 목적 또한 영화 문화 보호와 발전을 위한 것으로, 세계 각국의 신작 영화를 해외에 파는 프로모션의 장소이도 하다"며 "극장개봉을 하지 않는 넷플릭스의 경우 이런 영화제의 취지에 어울리는 것인지 의문이다. 이 경우, 영화 플랫폼의 제공업체인 넷플릭스만 이점을 얻는 것은 건전한 일이 아니며, 아직 정비되지 않는 제도 안에서 단지 시장의 힘을 그들이 높이게 되는 것 또한 위험한 일"이라 덧붙였다.

이어 김성욱 프로그래머는 "한국에선 한국 감독의 기대작을 극장에서 제대로 관람할 기회를 보장받지 못한다는 관객 권리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CGV 주장이나 몇 사람들의 말은 그러므로 이상한 논리처럼 들린다"고 지적했다. 대형 체인의 보이콧으로 관객들의 영화 선택권이 침해당한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칸에서 촉발된 문제의 핵심에서 그들 논지가 벗어나 있다. 가령, 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옥자>가 극장개봉(비록 동시개봉이지만)을 할 예정이며, 더 큰 차이는 '유통구조를 흐린다'고 말하는 CGV와 업계를 대변하는 이들의 발언과 달리 한국에 넷플릭스의 이런 정책에 충돌할 만한 프랑스식의 보호 제도가 없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한국에 그래도 '관행'이 있다고 하는데, 산업을 말하며 제도가 아니라 '관행'을 말하는 이들의 주장은 믿을 수가 없다. 그들의 관행이 지금의 시장 왜곡을 초래했다. 프랑스식이 좋다는 말이 아니다. 한국의 경우 극장개봉과 스트리밍의 차이에 근거한 적절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영화정책이란 어떻게 다양한 출구를 통해서 관객들이 영화를 볼 수 있게 할 것인가에 맞춰져 있어야만 한다. (중략)

CGV와 멀티플렉스가 극장에서 <옥자>를 볼 기회를 차단하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이 논의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관객이 영화를 극장에서 볼 권리이다. 영화를 극장에서 꼭 틀어야 하는 것도, 모든 영화를 극장에서만 봐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럴 수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 다만, 종이책으로 글을 읽고, 미술관에서 그림을 보듯이, 공연장에서 음악을 듣듯이, 극장에서 영화를 틀고 관객이 영화를 보는 일이 여전히 있어야만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이 틀지 않겠다면 우리가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김성욱 프로그래머)

"이미 표준상영계약서가 있어"

최현용 한국영화산업전략센터 소장이 김성욱 프로그래머 의견에 반박했다. 최 소장은 해당 글에 댓글 형식으로 "조금 다른 생각이다. 바로 그 프랑스 사례 그대로 적용해도 된다"고 반론을 달았다. 그 주장의 핵심은 표준상영계약서였다.

최 소장은 "한국 극장체인을 포함한 영화산업계의 합의와 공공기관인 문화부의 입장은 표준상영계약서에 담겨있다"며 "극장 측의 <옥자> 개봉 거절은 현대 산업 시스템 상 가능한 거절이며, 합당한 거절"이라 주장했다. 즉, 관행이라고 하지만 이미 시스템화 돼 있다는 뜻이다.

"포준상영계약은 개봉 시 최소 1주일, 최소 1개 스크린에서 상영해야 함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 최소 조건은 (영화를 개봉하는) 배급사를 위한 조항이지만 한편으로 개봉하지 못하는 영화와 배급사의 입장에서는 차별 조항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최소 조건을 준수하는 극장 측에 1주일간의 독점을 인정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iptv나 넷플릭스에서의 상영은 개봉 1주일 이후에나 가능한 것이 관행이며, 합의이며, 공정위와 문화부가 인정한 표준적인 계약사항이다. 이걸 관행이라고 뭉개면 우리 산업 시스템을 뭉개는 것과 같다." (최현용 소장)

 CGV 영화관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 노동자 '미소지기'의 노동 실태를 취재해보니, 그들은 퇴근 후 업무 교육 및 업무 내용 숙지에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또한 의무적으로 행해져야 하는 안전·보건 관련 교육은 서명만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CGV 극장 전경 ⓒ 김지현


앞서 지난 2일 독립예술영화 전용관 아트나인과 영화수입배급사 엣나인 필름의 정상진 대표는 "극장들이 입장을 (하나로) 정리해야 한다"며 "<옥자>가 아닌 넷플릭스를 보이콧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정 대표는 "어느 극장은 <옥자>를 상영하고, 어느 극장은 안 하면서 최악의 결과는 분란만 커질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최후 승자는 넷플릭스가 된다. 관객의 볼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 할 지라도 현 상황을 잘 설명하고 영화 산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김성욱 프로그래머는 "비판의 방향이 잘못됐다. 넷플릭스가 아닌 우리의 허술한 산업구조, 유통체계와 대기업의 극장지배가 문제"라며 "몇 편의 영화를 거의 독점적으로 상영하고, 어떤 영화들은 최소한의 상영기회조차 보장하지 않던 것이 멀티 체인이 말하는 관행이었는데 이젠 관행을 들먹이며 아예 특정 배급의 영화를 상영하지 않겠다 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들 전문가가 모두 영화 산업에 대해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모델을 걱정해온 이들이다. <옥자> 논란에 이렇게 의견이 갈리는 건 그만큼 사안이 첨예하다는 방증이다. 대형 멀티 체인 극장과 넷플릭스는 과연 어떤 결정을 할까. 예상보다 많은 이들이 염려하며 주목하고 있다.

옥자 봉준호 넷플릭스 칸영화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