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현대 신시사이저의 효시인 Moog 신시사이저. (모듈러 시스템 55) (출처:무그 공식 홈페이지)

현대 신시사이저의 효시인 Moog 신시사이저. (모듈러 시스템 55) (출처:무그 공식 홈페이지) ⓒ www.moogmusic.com


최근의 대중음악을 살펴보면 화려한 전자 사운드의 활용은 이제 필수가 된 지 오래다. 특히 일반적인 팝, 댄스 음악부터 EDM, 힙합 등 각양각색의 장르에서 신시사이저(Synthesizer, 국립국어원 표준 외래어 표기)는 전천후 활약으로 사랑받고 있다.

신시사이저(Synthesizer)는 말 그대로 소리를 합성, 새로운 소리로 만들어내는 전자악기를 일컫는다. 1963년대 초반 밥 무그(Bob Moog)가 만들어낸 Moog 신시사이저를 시작으로 50여 년 이상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선 혁명적인 수준의 발전 속에 대중들에게도 친숙한 존재로 자리 잡고 있다.

현재 대중음악에선 어떤 식으로 신시사이저가 사용되어 음악팬들의 귀를 즐겁게 만들고 있는지 살펴보자.

현대 신시사이저의 효시, 무그

 시사이저의 아버지로 불리는 공학자 로버트 '밥' 무그. (1934~2005) (출처 : 밥 무그 재단 The Bob Moog Foundation)

시사이저의 아버지로 불리는 공학자 로버트 '밥' 무그. (1934~2005) (출처 : 밥 무그 재단 The Bob Moog Foundation) ⓒ moogfoundation.org


코넬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1965년, 공학 물리학)한 무그는 일생을 전자 사운드 연구에 헌신한 과학자이자 사업가였다. 그의 노력으로 처음 상용화된 Moog 신시사이저는 수십 종에 이르며 1960년대 후반~1970년대에 걸쳐 록 그룹부터 현대 클래식 음악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요즘의 악기들과는 비교 불가수준의 초대형 크기임에도 불구하고 표현한 소리는 무척 단순했다. 굳이 설명하자면 트럭 후진할 때 나는 전자음 수준에 비견할 만큼 무척 투박한 사운드를 들려준게 1960~1970년대 이 무렵 무그로 대표되는 신시사이저의 특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로선 음악계에 큰 충격을 선사했다.

키스 에머슨, 릭 웨이크먼 같은 프로그레시브 로큰롤계의 건반 주자부터 토미타, 월터 카를로스(후일 성전환 수술 후 웬디 카를로스로 활동) 같은 클래식 음악가들은 무그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연주 음반 및 공연 활동을 펼치며 전자 음악의 새로운 실험을 진행한다.


팝·댄스 음악계를 평정한 야마하 DX7

 포터블 형태의 제품으로 인기를 얻은 야마하 DX7 .

포터블 형태의 제품으로 인기를 얻은 야마하 DX7 . ⓒ 위키피디아


1980년대 들어 더욱 진일보해진 전자 기술의 도움에 힘입어 신시사이저의 크기도 무척 줄어들었다. 과거 대형 트럭 수준에서 최근에도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전자 키보드 정도로 작아진 게 이 무렵의 일이다. 특히 야마하가 만든 DX7은 1980년대 팝 음악계에선 필수 악기로 자리매김했다.

이 당시 다양한 팝 음악 속에 등장하는 경쾌하면서 발랄한 전자 사운드는 대부분 DX7으로 연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시대를 지배한 악기로 손꼽히고 있다. DX7의 기본 소리는 지금도 다양한 소프트웨어 가상 악기를 통해 널리 애용되고 있다. 예컨대 아하의 'Take On Me'는 야마하 DX7 이 활용된 대표곡 중 하나다. 곡 중간의 키보드 솔로는 롤랜드 Juno 60.

특히 미디(MIDI, Musical Instrument Digital Interface) 포트를 내장하고 있어서 데이터의 외부 송출을 통한 소위 '컴퓨터 음악 작곡'의 틀을 닦은 최초의 악기로도 평가되기도 한다. 이밖에 롤랜드, 코그, 카시오 등 다양한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포터블 형태의 장비들을 1980~1990년대에 걸쳐 생산, 판매하면서 신시사이저의 대중화에 일조했다.

내가 직접 소리를 합성한다... 소프트웨어 신시사이저의 등장

 소프트웨어 방식의 신시사이저 프로그램으로 인기가 높은 매시브.

소프트웨어 방식의 신시사이저 프로그램으로 인기가 높은 매시브. ⓒ Native Intruments


여기서 소개하는 신시사이저는 1990년대 후반부터 등장한 소프트웨어 방식의 신시사이저(가상악기, VST)들이다. 컴퓨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굳이 초대형 크기의 전자 기기가 아니더라도 일정 용량의 프로그램 설치만으로 윈도우 또는 애플 기반 컴퓨터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전자 키보드 사운드를 낼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지금은 아마추어부터 프로 연주자 및 작곡가들에게 소프트웨어 신시사이저는 또 다른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주: 용감한 형제부터 윤상 같은 작곡가들은 여전히 1980~1990년대 출시된 '올드 기기'를 녹음에 활용하기도 한다)

비교적 기존 하드웨어 장비 형태의 신시사이저는 미리 설정되고 저장된 소리 위주로 표현, 활용도에 다소 제약이 있었던 데 반해, 소프트웨어 방식은 말 그대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기본 설정(프리셋) 외에도 이용자가 여러 설정값을 조절하면서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내는데 더욱 용이해졌다.

이를 통해 음악인 자신만의 독자적인 특징을 구현하는 데 큰 도움을 얻기도 한다. (기자 주: 신시사이저 설정값은 제조사 공식 홈피 등을 통해 유료로 판매되기도 한다) 국내외 창작자들에게 널리 애용되는 소프트웨어 신시사이저는 바로 매시브(Massive)다. 스크릴렉스 같은 유명 뮤지션들이 애용하는 데다 인터넷상에서 다양한 강좌를 접할 수 있다는 장점에 힘입어 점차 사용자층을 넓혀가고 있다.

이밖에 사일렌스(Sylenth), 넥서스(Nexus) 등 전문 업체 프로그램을 비롯한 각종 작곡 프로그램(DAW)에 내장된 기본 신시사이저 등 엄청난 숫자의 소프트웨어 신시사이저가 널리 애용되고 있다.

최근 발표되는 상당수 아이돌 그룹의 노래속 악기 소리는 상당 부분 신시사이저에 의존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케이팝 쪼개듣기 신시사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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