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해진 <맨투맨> 스틸 사진

박해진의 얼굴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사진은 <맨투맨> 당시 스틸. ⓒ 마운틴무브먼트


언젠가 박해진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본 적이 있었다.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이 시작하면서였을 것이다. 비록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이 여러 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겼지만, 캐스팅에 한없이 까다로웠던 <치즈 인 더 트랩>의 팬들에게 박해진만큼은 '유정'으로서 이견 없이 통과됐다. 서글서글하고 큰 눈을 가진 이 배우는 얼핏 봤을 때는 그저 단정한 인상만을 주지만, 다시 한번 들여다보면 그 속내를 짐작할 수 없게 한다. 그 점에서 박해진은 속을 알 수 없는 캐릭터인 유정에 더없이 알맞은 인물이었다.

OCN <나쁜 녀석들>의 정문이나 tvN <치즈 인 더 트랩>의 유정, 그리고 곧 종영하는 JTBC <맨투맨>의 설우 역시 각기 다른 인물이지만 박해진이라는 배우의 얼굴이 주는 이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인물들이다. 지난 2일 서울 신사동 근처에서 배우 박해진을 만나 묻고 들었다. 그의 이미지와 일상, 그리고 "너무 행복한 촬영"이었다는 <맨투맨>에 대해.

"전혀 완벽한 성격이 아니다"

- <맨투맨>은 사전 제작 드라마다. 촬영은 언제쯤 끝났나.
"3월쯤 끝났다. 마지막 촬영 날 종방연까지 진행했다. 너무 행복했다. 매 순간 함께 연구하면서 연기했다. 같이 했던 사람들도 모두 좋은 사람들이라 '너무 착한' 드라마가 탄생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 촬영한 지 3개월 정도 된 셈인데, 설우를 많이 잊어버리지 않았나.
"촬영을 끝내고 다른 역할에 몰입해야 하는 시기라 (잊어버리려) 많이 노력했다. 매일 밤샘 촬영을 하다가 어느 날부터 갑자기 촬영이 없어진 거니. 사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드라마 (방영이) 끝나면 감정이 훅하고 찾아오지 않을까."

 배우 박해진이 2일 오후 서울 신사동 근처에서 <맨투맨> 종영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박해진은 JTBC 금토드라마 <맨투맨>에서 국정원 고스트 요원 '케이'를 맡아 배우 김민정·박성웅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배우 박해진이 2일 오후 서울 신사동 근처에서 <맨투맨> 종영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박해진은 JTBC 금토드라마 <맨투맨>에서 국정원 고스트 요원 '케이'를 맡아 배우 김민정·박성웅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 마운틴무브먼트엔터테인먼트


- 이번에는 코믹 연기에도 도전했는데.
"좀 밝은 역할을 맡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코믹한 모습이 많이 나왔다. 시나리오상에서는 훨씬 더 냉정한 사람으로 나와 있다. 냉정하고 목적의식 뚜렷한 사람. 난 코미디라는 장르를 좋아하고 주성치 스타일의 코미디도 좋아한다. 코믹 연기를 이보다 더 많이 보여드렸으면 좋았을 텐데 다소 아쉬움이 있다."

- 사실 박해진과 코믹 연기는 매치가 잘 되진 않는다.
"평상시에 (대중들에) 보이는 모습이 거의 연기를 하는 모습이었기 때문에 실제 모습을 거의 못 보셨을 거다. 실제로는 허당스럽고 '모지리' 같다." (웃음)

- <한끼줍쇼>에 등장했을 때도 자막으로 '모지리'라고 나왔는데.
"맞다. 실제로 촬영을 하고 나서 '나 '모지리'처럼 나온 거 아냐? 큰일 났다' 했는데 실제 자막에 그렇게 나온 거다. (웃음) 요즘은 연기 외에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테이블 앞에 앉아서 말하는 토크 프로그램보다는 좀 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으면."

- <맨투맨>에서는 얼마나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 같다고 생각하나.
"이번에는 내 모습을 좀 더 많이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좀 더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연기하지 않은 듯한 '박해진스러운' 모습을 '이번에는' 보여줘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걱정도 많이 했는데 다행히 귀엽다거나 새로운 모습을 봤다고 해주시는 분들이 있어 충분히 만족한다."

- 설우랑 어떤 면이 비슷한가?
"완벽하지 않다는 점. 연애에 능수능란한 척하지만 진짜 연애를 모른다든지 완벽해야만 하는 사람인데 전혀 완벽하지 않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감정에도 서툴다. 나도 그렇다. 나는 친구가 많이 없다. 마음을 확 열지 못하는 타입이라 그런 것 같다. 친해지는데 시간이 좀 많이 걸린다."

 배우 박해진 <맨투맨> 스틸 사진

ⓒ 마운틴무브먼트


 배우 박해진 <맨투맨> 스틸 사진

ⓒ 마운틴무브먼트


- <맨투맨>은 이제 마지막을 남겨두고 있다. 결말의 관전 포인트를 소개한다면?
"그간 많은 이야기를 벌여놨다. 과연 설우가 운광(박성웅)과 도하(김민정) 옆에서 행복하게 남을지 아니면 그들을 떠날지도 나오기 때문에 방송으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 박해진이 실제 설우라면 어떤 선택을 할 건가?
"나라면 떠날 것 같다. 아무래도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지 않을까. '내가 당신들을 지켜줄게' 이건 내 욕심 아닌가. 위험한 상황에 노출하는 것조차 마음 아플 것 같다. 차라리 내가 떠나는 게 모두를 위해 낫지 않을까."

- 그럼 정작 본인은 사랑하는 사람을 보지 못하고 희생하게 되는 걸 텐데.
"글쎄…. 희생일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안전한 게 행복일 수도 있지 않나."

-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영화 <치즈 인 더 트랩>이 한창 진행 중이라는 말을 들었다. 얼마나 남았나.
"현재 40회차 중에서 30회차까지 촬영이 된 상태다."

- 드라마랑 영화랑 어떤 점이 좀 다를까.
"드라마를 할 때는 '이상한 선배'에 포커스를 둔 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영화에서도 그런 모습이 나오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웹툰을 기반에 둔 훈남 선배 이미지를 많이 가져왔다. 훨씬 더 '웹툰스러운 영화'가 될 것 같다."

- <치즈 인 더 트랩>을 드라마랑 영화 둘 다 하면서 '유정 선배'의 이미지가 굳어질 거란 우려는 없나.
"분명한 우려가 있고 걱정도 있다. 하지만 지금 <맨투맨>이라는 작품도 잘 마치고 <사자>도 촬영에 들어가 연기하고 있지 않나. 그렇게까지 '나 어떡하지' 하는 걱정은 없다."

- 드라마에 이어 같은 역할이니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
"마지막 남은 숙제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많은 분이 염원해주셨던 캐릭터를 연기해 영광이었지만 다 보여드리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다. 드라마 팬분들께도 선물을 드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고 있다. 많은 분께서 관람해주셨으면 좋겠다."

"결혼은 아무도 모를 일"

 배우 박해진 <맨투맨> 스틸 사진

ⓒ 마운틴무브먼트


- 데뷔한 지 벌써 11년이 됐다. 그동안 무엇이 제일 많이 달라졌나.
"가끔 <소문난 칠공주>를 보게 되는데 정말 연기 '개발새발' 하더라. (웃음) 내가 한 연기지만 그것 역시 상처다. '연하남'이라는 캐릭터가 많은 사랑을 받다 보니 무조건적으로 좋아해 주시는 분들은 '연기 잘한다'고 하시지만 다른 분들은 '연기 너무하네'라고 하시지 않나. 박해진이라는 배우를 제3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난 후자 쪽이다. 신인상을 받았다는 게 부끄러울 정도였다. 음 그 뒤에 했던 작품을 계속 본다면 뒷걸음질 치지 않고 한 계단씩 차분하게 올라왔다고 생각한다. 급하게 올라가고 싶진 않다. 미끄러지지 않고 뒷걸음질 치지 않고 한 걸음씩 연기로 인정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직업이 미남' 그런 이야기는 들으면 기분은 잠깐 좋다. 연기에 대해 포커스가 더 가면 어떨까."

- 요즘 한류스타 하면 박해진이 한 손가락 안에 꼽히는 것 같다. 본인이 생각했을 때 결정적인 매력이 있다면?
"일단 캐릭터의 힘이 제일 큰 것 같다.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캐릭터와 다른 모습을 실물로 보셨을 때 의외의 매력을 보고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 무엇보다 캐릭터가 먼저다. 캐릭터가 많은 사랑을 받아야 다른 부분도 통할 수 있지 않을까."

- 외모는 어떤가.
"음…. 일단 시대가 많이 변했지 않나. 난 쌍꺼풀도 없고 코도 매부리코다. (그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코를 보여줬다) 특별히 잘생겼다기보다 평범하게 생겼다고 본다. 그런데 평범하다고 이야기를 하면 '어디가 평범하냐' (웃음) 이야기를 듣는데 그 외모가 작품 안에 있을 때 튀지 않고 캐릭터로 보이지 않나? 너무 잘생겨서 캐릭터로 보이지 않는 게 아니라 어떤 역할도 소화하는 모습을 많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

- 너무 겸손한 대답인 것 같은데.
"아니 난 장점인 것 같다. 박해일 선배님을 되게 좋아한다. 술에 술 탄 듯, 물에 물 탄 듯, 모든 캐릭터를 잘 소화하지 않나. 박해진이 할 수 있는 연기를 하기보다는 그만큼 다양한 연기 폭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배우 박해진이 2일 오후 서울 신사동 근처에서 <맨투맨> 종영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박해진은 JTBC 금토드라마 <맨투맨>에서 국정원 고스트 요원 '케이'를 맡아 배우 김민정·박성웅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20대와 30대의 연기관은 똑같다. '사람 냄새 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것. 그리고 신뢰감을 줄 수 있는 배우였으면 한다." ⓒ 마운틴무브먼트엔터테인먼트


- 최근 중국 활동은 어떻게 되고 있나.
"사드에 대한 규제가 다행스럽게도 풀리고 있어 일이 많다. 마지막에 촬영한 드라마도 방영 일자까지 잡혀 있다가 방영을 못 하게 됐고 그래서 그 홍보 활동도 해야 한다. 미뤄놨던 팬 미팅 행사들도 진행해야 하고."

- 2006년 <소문난 칠공주>로 데뷔하고 쉼 없이 작품 활동을 해왔다. 힘들진 않나.
"일이 많아서 힘들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건 행복한 고민인 것 같다."

- 개인을 채우는 일도 필요할 것 같은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어떻게 채워야 할지도 모르겠고. 뭘 해야 촉촉하게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뭐를 봐야 하나? 여행을 가야 하나? 일단은 '해야 할 것들이 있기 때문에' 숙제를 해놓고 나서 한 번에 채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은 잘 모르겠다. 일하느라 마르고 닳아서."

- 개인 시간은 어떻게 보내고 있나.
"보통은 집에 있다. 조카들과 집에서 시간도 보내고. 남들 하는 거 한다. 청소도 하고 보수를 많이 한다."

- 보수?
"뜯어진 방충망을 고친다든지 그런 것들. (웃음) 집에서 그런 걸 할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 제품디자인을 전공했고 뭔가 만드는 걸 좋아해 그런 거로 스트레스를 많이 푼다. 그리고 '정리'. 결벽증까진 아닌데 '정리벽'이 좀 있다. 편집증처럼 색깔 별로 똑같은 게 나열돼있어야 한다든지 그런 걸 보면서 뿌듯해한다든지."

- 모범적인 사람으로 인식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
"답답함은 없다. 사실 보시는 것보다 그렇게 모범적인 사람도 아니다. 기부도 꾸준히 '할 수 있을 때 하자'는 약속을 지켜오고 있는 것뿐이다. 세월호 팔찌도 마찬가지다. 내가 어디 가서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한 것도 아니지 않나. 민주주의 국가에서 누구나 찰 수 있는 팔찌를 찬 것뿐인데 전혀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소신껏 하는 것이지. 블랙리스트가 있든 뭐든 그건 내가 모르는 것이니까. 모르니까 그냥 그런가 보다 한다. 난 지금 내가 이렇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하는 것이다. 모범적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 조카들을 보면서 결혼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
"아기들을 보면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진다(웃음). 아이들을 기본적으로 좋아한다. 집에서도 항상 쪼르르 뛰어오면 뽀뽀를 해준다. 촬영 끝나고 들어오면 술 취한 아빠들처럼 아기들이 너무 사랑스러워 보인다. 가족들과 함께 살지 않았을 때는 결혼해서 아기도 낳고 그러고 싶었는데 결혼에 대한 생각이 늦어지면서 아기에 대한 생각도 늦어졌다. 아기를 갖게 되더라도 결혼한 사람과 충분히 시간을 갖고 자유롭게 가고 싶은 곳도 가고 공유할 것들을 많이 쌓은 다음에 갖고 싶다. 하지만 좋은 사람이 생겨야 하겠지. 빨리할 수도 있고 늦어질 수도 있고. 결혼은 아무도 모를 일이다."

박해진 맨투맨 소문난 칠공주 치즈인더트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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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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