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라> 영화 포스터

▲ <미이라> 영화 포스터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영화사에서 '미라'의 발자취는 깊다.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드라큘라> <프랑켄슈타인> <투명인간> <프랑켄슈타인의 신부> <런던의 늑대인간>을 연달아 내놓으며 호러 영화의 붐을 일으키던 1930년대에 미라를 소재로 한 <미이라>(1932)가 나왔다. 이후 <미이라의 손>(1940) <미이라의 무덤>(1942) <미이라의 유령>(1944) <미이라의 저주>(1944)로 맥은 이어졌다.

미라가 등장한 두 번째 시기는 1950년대다. 영국 해머 필름은 1950~1970년대에 <드라큘라> <프랑켄슈타인의 저주> <늑대인간의 저주> 같은 몬스터 영화를 쏟아내며 인기를 구가했는데 그 중엔 유니버설로부터 리메이크 권한을 받은 <미이라>(1959)도 있었다.

요즘 관객에게 친숙한 <미이라>(1999)는 3번째 미라 시리즈에 속한다. 브렌든 프레이저와 레이첼 와이즈를 주연으로 엄청난 흥행몰이에 성공한 <미이라>는 속편인 <미이라 2>(2001) <미이라 3:황제의 무덤>(2008)와 스핀오프인 <스콜피언 킹>(2002)이 나오는 발판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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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째 미라 프로젝트

알렉스 커츠만이 메가폰을 잡은 <미이라>(2017)는 4번째 '미라' 프로젝트다. 기본적인 이야기는 과거 '미라'를 다뤘던 영화들의 얼개(수천 년 동안 잠들어 있던 절대적인 존재 미라를 인간이 깨우고 되살아난 미라가 사랑하는 이를 부활시키길 꾀한다)를 따른다. 장르의 성격은 유머와 모험이 담긴 어드벤처 블록버스터 <미이라>(1999)보단 전 세계에 공포의 존재를 각인시켰던 호러 <미이라>(1932)에 가까워졌다. 으스스한 장면이 꽤 나온다는 소리다.

과거 미라 영화들과 다른 면도 분명하다. 이번엔 미라가 여성이다. 차기 파라오로 꼽히다가 자리를 빼앗기고 복수심과 힘에 대한 갈망에 휩싸여 악과 손잡았다가 미라가 되는 형벌을 받는 아마네트 공주 역할은 소피아 부텔라가 맡았다.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스타트렉 비욘드>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던 그녀는 CG와 독특한 몸짓으로 자신만의 미라 캐릭터를 빚는다.

'다크 유니버스'도 주목할 차별점이다. 지금 할리우드는 세계관을 공유하는 '유니버스'의 전성시대다.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디즈니), DC시네마틱유니버스(워너브라더스), 엑스맨유니버스(20세기폭스)는 박스오피스의 상위권을 점령하고 있다. <트랜스포머> 시리즈(파라마운트)도 스핀오프 <범블비> 제작을 선언하며 유니버스에 합류했다.

다른 스튜디오가 잇따라 유니버스를 내놓자 유니버설은 자사를 대표하는 몬스터 영화들을 '다크 유니버스'란 통합 세계관 아래 모은다. 앞으로 유니버설은 울프맨, 투명인간, 프랑켄슈타인, 드라큘라 등을 새로운 모습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미이라>는 다크 유니버스의 첫 번째(2014년 유니버설은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을 첫 번째 시도라고 언급했으나 흥행 성적이 저조하자 말을 바꾸었다) 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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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이자 단점, 톰 크루즈

<미이라>와 다크 유니버스를 잇는 가교 역할은 지킬(<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지킬!)에게 맡겨졌다. 헨리 지킬(러셀 크로우 분)은 악을 연구하고 파괴하는 조직인 프로디지움의 수장으로 나와 다크 유니버스의 기본 설정과 앞으로 방향을 제시한다.

과거 유니버설 몬스터 영화들이 저예산 B급이었다면 <미이라>는 고예산을 투입한 A급 블록버스터다. 아마네트와 미라 군단, 거대한 모래 폭풍, 비행기 추락 장면, 아마네트가 잠들어있던 무덤, 런던자연사박물관 지하실에 숨겨져 있다는 설정인 프로디지움 본부 등 블록버스터다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톰 크루즈는 가장 큰 매력 포인트다. 그는 우연히 미라를 깨우는 닉 모튼으로 분해 종횡무진 맹활약한다. 이것은 장점이자 단점으로 다가온다. 액션 시퀀스에서 닉에겐 다른 톰 크루즈의 영화들이 겹쳐진다. 기시감 외에 존재감도 커서 아마네트 등 여타 캐릭터들이 압도되는 것도 문제다. <미이라>의 톰 크루즈인지, 톰 크루즈의 <미이라>인지 애매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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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라>에 담긴 몇몇 설정엔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영국을 무대로 삼았다는 점은 과거 미라 시리즈가 영국이 배경이었던 걸 계승한 설정이다. 한편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의 요소를 가져온 것이기도 하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는 인간의 이중성을 탐구하며 동시에 문명과 교양을 앞세우지만 힘으로 다른 나라를 침략한다는 영국의 이중적인 면모를 은유했다. <미이라>는 이중성을 지닌 영국의 땅 위에서 선과 악의 경계에 놓인 닉과 지킬을 보여준다.

지킬은 인간에게 악은 원래 존재하며 치료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한다. 그는 재판관처럼 군림하며 선과 악을 구분하는 판결을 내리려 한다. 그에게 닉은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치고 유물을 도굴해 팔아먹는 비도덕적 인물일 뿐이다.

지킬의 예상과 달리 닉은 선한 면이 강했다. 둘의 구도는 마치 인간은 본래 선하다는 성선설(닉)과 인간은 본디 악하다는 성악설(지킬)로 느껴진다. 이들은 요즘 할리우드 슈퍼히어로 영화들의 화두인 '자유와 통제'일 수도 있다.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미이라>는 '톰 크루즈'표 영화론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유니버설의 몬스터 영화의 첫 시작으로 보면 의문이 크다. <미션 임파서블>과 <인디아나 존스>가 뒤섞인 느낌이 강하기에 그렇다.

선과 악, 인간과 괴물의 경계에 위치한 자들이 느끼는 정체성의 혼란은 앞으로 어떻게 묘사될까? 궁금증은 커진다. 아쉬움은 접고 유니버설의 다크 유니버스에 기대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신들과 괴물들의 새로운 세계'의 다음 여정은 <프랑켄슈타인의 신부>(2019년 2월 개봉 예정)이다. 악마성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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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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