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식당2>의 한 장면.

<심야식당2>의 한 장면. ⓒ 엔케이컨텐츠


영화가 시작되면 익숙한 오프닝이 등장한다. 스즈키 츠네키치의 <추억>이라는 노래를 배경으로 도쿄 신주쿠 야경이 그려진다. 이어 도쿄 뒷골목에 아직도 저런 곳이 있을까 싶은 좁고 허름한 골목이 보이고, 밤새 영업한 후 아침이면 문을 닫는 작은 '심야식당'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식당의 유일한 메뉴, 돼지고기 된장국 정식을 만드는 모습도 나온다. 지난 9년간 아시아 시청자를 사로잡은 동명의 TV 시리즈와 같은 오프닝(구체적인 장면은 시즌마다 조금씩 다르게 변주되지만)이다. 

"할 줄 아는 건 뭐든 만들어준다"며 음식을 내오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마스터(고바야시 가오루)의 존재도 여전하다. 그는 위로를 주고 다시 기운을 내게 하는 음식도 만들어주지만, 때로는 고쿠레(오다기리 조)와 힘을 합해 실질적인 도움도 준다. 오는 8일 개봉하는 <심야식당2>에는, TV 시리즈에 나왔던 단골손님들도 여전히 볼 수 있고, 극장판 전편에 나왔던 미치루와 여 사장도 출연해 이야기를 이어간다.

동명의 만화 원작인 <심야식당>은 9년째 일본에서 TV 드라마로 방영되고 있다. 40편의 드라마가 제작됐고, 2편의 영화가 개봉됐다. 한국에선 TV 드라마는 물론 연극과 뮤지컬로도 만들어졌다.    

영화는 드라마와 다른 점도 눈에 띈다. TV 시리즈에선 식당의 2층이 나오지 않지만, 영화에선 나온다. 남자의 배신으로 노숙 소녀로 전락해 거리를 헤매던 미치루(다베 미카코)가 마스터의 제자가 돼 머무는 공간이 되기도 하고, 단골 경찰들이 잠복하며 스키야키를 먹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영화 1편에선 마스터가 테라스에서 빨래를 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가 사는 집이 처음 공개되기도 했다.     

재밌는 것은 이번 영화에서 마스터의 캐릭터 변화가 살짝 시도됐다는 점이다. 그는 그간 비밀스러운 과거를 지닌 듯한 과묵하고 미스터리한 인물로 그려졌다. 그러나 여 사장(요 기미코)과의 로맨스가 펼쳐지는 장면에서 엉뚱한 표정을 짓기도 하고, 개인적인 이력이 드러나는 신(Scene)이 나오기도 한다.  

 마츠오카 조지 감독이 주연배우인 고바야시 가오루에게 디렉션을 주고 있다.

마츠오카 조지 감독이 주연배우인 고바야시 가오루에게 디렉션을 주고 있다. ⓒ 엔케이컨텐츠


이와 관련해 지난 1일 열린 언론 시사에 참석한 주연배우 고바야시 가오루는 "심야식당을 계속 찾아오게 만드는 익살, 실수, 귀여움 같은 끌리는 면을 표현했다"면서 "인간적 면모가 드러나는 당황하고 쑥스러워하는 표정을 넣자고 감독에게 제안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왼쪽 눈에 세로로 길게 난 상처도 관객의 오랜 궁금증이다. 이에 대해선 "정보가 적을수록 드라마가 깊어진다"며 "그 정도 상처가 있다면 뭔가 과거가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게 된다"고 답했다. 아마도 회를 거듭하며 상처에 얽힌 사연도 소개될 날이 있을 듯하다.   

영화는 전편이나 드라마보다 로케이션 촬영도 증가한 것 같다. 식당 세트를 벗어나 배우들을 도쿄 곳곳에 세운다. 사실 한정된 작은 공간 안에서는 숏(Shot) 구성이 쉽지 않은데, 카메라를 어디에 세워도 나오는 그림이 비슷해서 자칫 숏들이 단조롭고 지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촬영하고 편집한 인상이 두드러진다. 더 나아가 식당 밖 로케이션 촬영을 증가시켜 단조로움을 극복하고자 했다.   

이 영화에도 섣불리 대상에 개입하지 않고 거리를 두고 관조하는 일본 영화 특유의 감성이 잘 드러난다. 이야기는 잔잔하게 전개되지만 상투성을 피하려 했고 등장인물들은 일본인 특유의 절제를 잃지 않는다. 각 배역과 연결된 음식들은 그리운 추억을 소환하고 마음을 치유하며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한다. 때로 갈등을 해결하고 화해를 돕는 매개가 된다. 

타다시 역의 후와 만사쿠는 언론 시사에서 "음식이 사람과 사람을 맺어준다"며 "(영화에 등장하는 음식들은) 오래전부터 먹어온 그립고 소박한 맛"이라고 소개했다. 

 <심야식당 2> 두 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볶음우동 .

<심야식당 2> 두 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볶음우동 . ⓒ 엔케이컨텐츠


영화는 남녀 간의 사랑, 부모 자식 간의 정 등 애정의 여러 형태를 다룬다. 에피소드마다 묘사와 결말이 인상적인데, 한국과는 많이 다른 일본적인 사고방식과 가치관이 드러난다. 사적으론 미치루가 자신의 할머니를 떠올리고 유키코(와타나베 미사코)를 도우며 "제가 힘들었을 때 마스터가 도와준 것처럼 언젠가 남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라고 말하는 장면이나, 아들과의 사연을 말하는 유키코의 모습이 인상 깊다. 이 장면에서 카메라는 픽스된 롱테이크로 그녀를 오랫동안 프레임 안에 가둔다.

음식도 음악처럼 때로 그리운 기억을 소환하곤 한다. 음식을 앞에 두고 어릴 적 엄마가 만들어준 소박한 가정식이 떠오르고, 헤어진 연인과 함께한 추억이 생각난다. 먹고 나면 기운을 얻고, 생명을 유지할 힘이 생기고, 위로를 받는다. 그런 음식을 모티브로 해 셰프가 요리를 해주고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설정으로 시작한 만화는 드라마, 영화, 예능 등으로 변주되며 오랜 생명력을 유지해왔다. 영화는 기존의 만화 및 드라마 팬에게도 어필할 만하지만,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콘텐츠이므로 전편이나 드라마를 보지 않았어도 무리 없이 감상할 수 있다. 오는 8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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