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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절규한다. 딸을 납치당한 형사 장득천(정재영 분)은 유괴범이 지시하는 대로 이리 뛰고 저리 뛴다. 포효하는 장득천의 눈은 이미 뒤집힌 상태. 납치범을 잡기 위해 냉철하게 그의 뒤를 쫓도록 지시하는 검사 최조혜(김정은 분). 그리하여, 눈이 뒤집힌 이 아비에게 나타난 용의자 이성훈(양세종 분)과 그와 똑같은 얼굴을 한 이성준(양세종 분)이 등장할 차례다.

"딸이 사라지던 날, 똑같이 생긴 두 놈을 만났다."

<듀얼>의 홍보 문구다. '복제인간 추격 스릴러'와 '한국판 <테이큰>' 사이. 3일 첫 방송된 OCN <듀얼>은 일명 '하이 콘셉트', 즉 자신들이 표방한 흥미로운 한 줄 소재를 대중들이 친근해 할 만한 설정에 헌납하며 출발했다. 즉, 복제 인간이라는 주요 소재를 제대로 꺼내 놓기 전 장득천이란 캐릭터의 심리와 과거, 딸 장수연(이나윤 분)과의 관계를 먼저 친절하게 설명하는 쪽을 택했다.

하지만, 22분여에 걸친 초반 추격전은 식상했다. 연신 고함을 치고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장득천의 심리는 공감보단 그저 강요에 가까웠다. 호텔과 도로 위, 터미널을 거치는 공간들이나 이를 뒤쫓는 최조혜의 대사들도 물리긴 마찬가지였다. 이성훈과 이성준의 존재를 아직 감춰야 한다는 설정상 핸디캡을 고려하더라도 22분은 꽤나 길어 보였다. 더 큰 문제는 그 뒤로 이어지는 장득천에 대한 묘사에 있다.

<듀얼>이 아빠 장득천에 주목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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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어 닥친 불행에도 장득천은 인간적인 면모를 버리지 않는다. 어린 딸은 골수형 백혈병 환자다. 술과 담배, 욕을 줄이라는 딸의 요구에 바보처럼 웃는 장득천. 10년 전, 딸을 임신한 아내는 흉악범에게 목숨을 잃었다. 그 딸을 위해 장득천은 최조혜가 제안한 사건 조작을 다시 한번 받아들인다. 줄기세포를 치료를 받기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자, 그러니까 이성준이 딸을 납치하기 전까지의 상황을 위해 <듀얼>은 구구절절 설명을 시작한다. 장득천은 불행하지만 나름 강직하다. 인간적인 만큼 적당히 때가 묻었다. 욕을, 욕을 하면서도 동기의 비리도 눈감아줄 줄 아는 형사다. 그런 성격을 강화화는 것이 바로 최조혜와의 두 번째 결탁이다. 10년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엔 딸의 목숨을 위해서다.

이러한 상황 묘사와 과거 회상 장면이 들어가고 장득천의 성격과 상황이 충분히 묘사된 뒤에야 다시 이성준이 등장한다. 최초의 줄기세포 이식을 받기 위해 딸과 올라탄 구급차를 습격하는 인물이 바로 이성준이다. 초반 22분의 추격전 상황인 셈이다. 왜 <듀얼>은 이러한 구조를 택해야 했을까.

호흡 긴 이 연작 드라마에서, 결국 시청자들이 공감해야 할 감정의 주인공은 장득천이다. '복제인간'이란 소재가 얼마나 본격적으로, 혹은 매력적으로 그려지느냐는 사실 부차적인 문제일지 모른다. 왜, 장득천의 딸은 줄기세포를 이식받지 않으면 회생할 수 없는 불치병 환자고, 최초의 이식자라는 이유로 납치된 상태다.

첫 회는 이 드라마의 감정선이 그러한 장득천의 고군분투와 부성애를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선전포고와도 같다. 억울한 사람이 또 있긴 하다. 일단 누명에 빠져 납치범으로 몰리게 될 운명의 이성훈이 그 주인공이다. 아마도 그는 인간복제를 자행한 집단의 희생양일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결국 <듀얼>의 초반은 이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 범인 이성준을 쫓고, 이성준 뒤에 도사리고 있을 거대 시스템과 맞서는 방식으로 전개될 공산이 커 보인다.

'복제 인간'이란 범상치 않은 소재,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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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스릴러'와 '복제인간'이 만나는 방식이다. 일단 장득천 캐릭터의 주변에는 평범한 장르적 공식들이 즐비하다. 아내를 잃고 불치병에 걸린 딸을 사랑하는 이 형사 아버지. 한국적인 '인간 냄새'를 장착하고 막무가내와도 같은 부성애를 앞세운 채 '복제인간'을 쫓는 형사가 벌일 눈물 나는 드라마는 우리가 너무나도 많이 보아온 형식이다. 여기에 '복제인간'을 둘러싼 우선 말이 되고 물리지 않은 설정들이 자연스레 이어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듀얼>이 택한 첫 회의 형식은 살짝 의구심을 들게 만든다. '복제인간'이란 매력적인 소재를 본격적으로 꺼내 놓기 전, 유괴·납치와 부성애, 과거 사건을 전시하는 장면의 연쇄들이 꽤 낡아서다. 포효와 절규, 한국 아저씨의 전형 등 배우 정재영이 가장 잘하는 연기를 하고 있지만, 큰 설득력을 주지 않는 것도 같은 이치다.

안드로이드와 함께 복제 인간은 SF와 스릴러 장르에서 꽤 잘 먹히는 소재다. 특히 전자의 경우 영드 <휴먼스>나 미드 <웨스트월드>란 수작으로 최근 재탄생했다. 반면, 복제 인간은 한국에서는 물론 해외에서도 범상치 않은 소재라 할 만하다. 그 소재에 <듀얼>이 도전했다.

그렇기에 더더욱 <듀얼>이 1화와 같이 익숙한 설정들을 반복해서는 곤란하다. 명심할 것은 따끈따끈하고 흥미로운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다. 근미래도 아닌 현재에서 벌어지는 '복제인간' 이야기인 <듀얼>이 1화에서처럼 '한국 아저씨 형사'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방식과 감정에만 묶여 있다면 그저 그런 한국식 장르물에 갇힐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얘기다. 과연 <듀얼>은 1화가 보여준 이러한 근심을 벗어 던지고 근사한 '복제 인간' 이야기로 거듭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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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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