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리틀빅픽쳐스


성욱(이문식 분)은 외딴 마을 한구석의 건물 지하에서 '중독노래방'을 운영하며 생활한다. 손님이 뜸한 탓에 경영난에 허덕이던 그는 도우미 구인 광고를 내고, 이를 보고 찾아온 하숙(배소은 분)에게 숙식을 제공하며 손님을 받는다. 춤도 노래도 형편없는 하숙이 나름의 방식대로 손님들의 욕구를 채워주면서 가게 사정은 차츰 나아지고, 여기에 '프로 도우미'를 자처하는 나주(김나미 분)와 가게 귀퉁이 방에 몰래 숨어 지내던 점박이(방준호 분)까지 합류해 함께 일하게 된다. 각자 말 못 할 사정과 상처를 지닌 네 사람은 서로 점점 가까워지고, 이 와중에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위기를 맞는다.

영화 <중독노래방>은 무너질 대로 무너진 네 남녀의 이야기를 노래방이란 배경 속에 담아낸 작품이다. 과거 자신의 실수로 어린 딸을 죽게 만든 성욱, 성폭력을 당한 트라우마를 지닌 하숙, 아픈 가족을 위해 돈을 마련해야 하는 나주, 불의의 사고로 아내와 자식을 잃은 점박이까지. 영화는 각각 포르노와 인터넷 게임, 돈, 도둑질에 중독된 이들을 통해 '죽지 못해 사는 삶'의 지리멸렬함을 조명한다. 회한과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세상 끄트머리에 다다른 이들의 서사는 다분히 몽환적이고 우울하면서도 코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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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로케이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독노래방'은 외부와 유리된 세계로서 내내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성욱과 하숙은 종일 가게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은 채 무표정하게 생활한다. 창문 하나 없는 지하의 노래방은 낮과 밤, 시간과 날짜의 흐름조차 잊게 만드는 공간으로서 이들의 무력감을 효과적으로 대변한다. 여기에 어딘가 공주의 방을 연상시키는 고딕풍 인테리어의 노래방 내부 공간은 밑바닥 인생을 살아온 두 여자의 처지와 대비되어 묘한 이질감을 자아낸다.

"지하만 내려오면 하나같이 다들 지랄이야."

극 중 성욱의 이 대사는 중독 노래방을 찾는 손님들의 면면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예비군복을 입은 청년부터 중년 사업가, 변태적 성욕을 지닌 남녀 등 순간의 쾌락에 집착하는 인물들의 면면은 덧없는 욕망의 속성을 의미심장하게 대변한다. 돈을 냈다는 이유로 거리낌 없이 하숙과 나주를 유린하는 남성들의 적나라한 모습은 아릿하게 다가온다. 그렇게 영화는 '도우미 노래방'이라는 공공연한 유흥 문화의 속성과 맞물려 음지에 자리한 추악한 사회의 민낯을 까발리는 데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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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고통에 매몰된 네 주인공이 서로를 보듬는 영화 후반부 전개는 퍽 감동적이다. 이들이 함께 일하며 지지고 볶는 에피소드들은 코믹한 와중에도 은근히 온기를 형성한다. 성별과 세대를 초월한 네 사람이 아무도 없는 노래방 안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함께 웃고 떠드는 장면은 약자들의 연대를 넘어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으로까지 비친다. 특히 이들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비로소 함께 외출해 갖는 즐거운 한 때는 그 정점이다.

이문식을 중심으로 한 네 주연배우의 캐릭터 연기와 이들 사이의 호흡은 영화 특유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견인한다. 각자 지닌 상처와 치부에도 불구하고 차츰 인간성을 내보이는 이들의 태도는 선악의 잣대 밖에서 퍽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극 중 노래방에서 '조용한 방'을 맡는 하숙과 '시끄러운 방'을 담당하는 나주의 상반된 캐릭터는 영화의 주된 매력 요소다. 영화 말미 나주에게 닥치는 결정적 사건과 이를 대하는 하숙의 감정은 긴 여운으로 남는다. 하숙 역을 맡은 배소은은 제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코리안 판타스틱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1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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