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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여름, 메르스 확산으로 전국이 들썩일 때 국민들의 관심을 모았던 환자가 있었다. 이른바 '40대 임신부'다. 산과병동에 입원해 있던 임신부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당시 산모를 돌보던 어머니가 급체 증상이 있어 응급실에 들렀고 '14번째 환자'에게서 감염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임신부는 응급실에 있는 어머니를 방문했고, 함께 간 임산부의 아버지, 남편까지 메르스에 감염됐다. 어머니 병문안을 갔다가 일가족 세 명이 메르스에 감염된 것이다.


당시 메르스 판정을 받은 환자 중에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들뿐만 아니라 병문안을 위해 병원을 찾았다가 메르스에 감염된 사례도 상당수 있었다. 입원 환자를 병문안 하는 문화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메르스 사태를 겪은 이후 우리 사회의 감염 예방에 대한 인식은 얼마나 나아졌을까?



의료기관 복장 권고에 대해 의료계 반발, "인권침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감염관리를 위한 의료기관 복장 권고문(안)'을 마련해 의료기관 종사자는 근무복을, 환자는 환자복을 착용한 채로 외출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의료계는 "의사 가운을 통해 감염이 된다는 것은 근거가 없는 이야기"라며 "지엽적인 조치에 불과하고 의료인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감염 관리 정책 중 우선순위는 아니다"라며 "향후 감염 전문가들과 의견을 조율해 나가면서 진행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의료계의 집단적 반발에 비난이 가해지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압구정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강미순(가명) 씨는 "점심시간에 의사나 간호사 할 것 없이 전부 가운을 입고 식당에 들어온다. 환자에게 실제로 영향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보기에 안 좋고 감염되지 않을까 의심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의사나 간호사, 환자가 가운, 수술복, 진료복 등을 입은 상태에서 외부활동을 자제하도록 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신경민 의원은 의사와 간호사들이 평소 복장 그대로 병원 주변의 음식점과 카페를 찾는 게 위생상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지역구 주민들의 민원을 참고해 개정안을 발의하게 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법안은 의료계의 반발로 지난 19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병문안 문화 개선 실천사항, 얼마나 알고 있나요?


보건복지부는 2015년 11월 27일, 의료계뿐만 아니라 환자와 가족들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기관 입원환자 병문안 기준'을 만들었다. 이에 따르면 평일 오후 6~8시, 주말과 공휴일은 오전 10~12시, 오후 6~8시에만 병문안을 하도록 권고했다. 뿐만 아니라 직접 병문안을 하기 보다는 SNS나 문자, 영상통화로 마음을 전하도록 하고, 병·의원을 찾을 때 손 위생에 철저히 하라는 내용으로 실천사항 홍보 캠페인을 펼쳤다.



권고안이 발표된 후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시민들의 병문안 문화 개선에 대한 인식은 어디까지 왔을까? 지난 5월 27일, 서울 광화문 스페이스 라온에서 서울시 환자권리옴부즈만의 주최로 환자권리교실 '토마토(토크로 마주하는 환자권리 토크)'가 열렸다. 이날 '토마토'에서는 정부가 권고한 병문안 시간에 대해 묻는 OX 퀴즈가 진행되었는데 참석자 40명 가운데 34명이 정답을 맞혔다. 대다수 참석자가 정답은 맞혔지만 시간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한 참가자는 "과거에 비해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했고 사람들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데 왜 기술을 활용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면서 "병실에 아예 화상통화를 할 수 있는 장비 같은 것을 마련해서 병문안을 직접 오지 않고 마음을 전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했다. 정부가 병문안 전용 이모티콘을 개발해 보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병문안 문화 개선을 위한 공익캠페인 홍보대사를 추천받기도 했다. 대다수 참가자들은 송중기, 박보검, 송혜교 등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나 유시민 작가, 김연아 선수 등 다양한 분야의 유명인을 적어냈다. 문재인 대통령을 적은 사람도 있었다.

 

각자의 답은 달랐지만 기대하는 바는 같았다. 믿음 가는 홍보대사가 캠페인을 위해 포스터를 촬영하거나 병문안 문화 개선을 위한 실천사항을 알릴 수 있도록 영상물을 제작하는 데 재능을 기부해 달라는 것이었다. 정부와 의료계, 시민사회 모두가 '제2의 메르스 사태'를 다시는 겪지 않도록 감염 예방을 위해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힘을 모아달라는 의미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의 안기종 대표는 "메르스 이후 감염 예방을 위해 병문안 문화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 되어 왔고, 대중들의 인식 또한 맥을 같이 하고 있다"며 "다만 실천사항에 대해 정부와 의료계, 시민사회가 한 마음으로 조금만 노력 한다면 현장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그:#병문안 문화 개선 캠페인, #메르스 집단감염, #환자권리교실 토마토, #한국환자단체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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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노동자. 주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는 작업을 해왔으나 암 진단을 받은 후 2022년 <아프지만, 살아야겠어>, 2023년 <나의 낯선 친구들>(공저)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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