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디스토리


공장 노동자 일록(백승환 분) 앞에 옛 친구 예건(이웅빈 분)이 20여 년 만에 미국에서 돌아온다. 일록의 공장에서 얹혀살게 된 예건은 우연히 알게 된 남성 사중창 경연대회 출전을 제안하고, 이들이 붙인 공고를 본 대용(신민재 분)이 친한 동생 준세(김충길 분)과 함께 가세한다. 넷은 의기투합해 대회 준비를 시작하지만, 생계를 이어가기에도 벅찬 이들의 동행은 녹록치가 않다. 공장 일을 그만둬 살길이 막막해진 일록, 영어 강사 자리를 알아보지만 좀처럼 직장을 얻지 못하는 예건, 그리고 생선가게에서 일하는 대용과 노점에서 도넛을 파는 준세까지. 이들은 힘든 와중에도 서로 가까워지며 조금씩 꿈을 향해 나아간다.

영화 <델타 보이즈>는 당장 먹고 살기 급급한 이들을 통해 꿈에 대해 역설한다. 이들은 삼시 세끼 라면을 먹거나 베개도 이불도 없는 남의 집 옥탑방에서 신세를 진다. 시장에서 장사하며 넉넉잖은 월급을 받고, 트럭 한 대로 겨우 아내와 생계를 이어간다. 누구보다도 생활의 최전선에 선 이들이지만, 그런 주제에 꿈을 노래한다. 특별히 성공을 목표로 하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이렇다 할 재능도 없어 보인다. 말하자면 이 영화는 배고픈 이들을 주인공으로 배부른 이야기를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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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영화는 꿈과 현실의 커다란 괴리를 터무니없이 간단하게 무너뜨린다. "열심이 일해서 먹고사는 것"보다 "필요한 사람이 된 느낌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천진하게 역설한다. 돈이 없으면 무엇도 할 수 없는 세계에서, 돈이 없어도 꿈을 꿀 수 있다는 걸 몸소 보여준다. 미국 흑인 그룹 델타 리듬 보이즈의 이름을 따 거창하게도 '델타 보이즈'란 팀명을 짓고 '예리코의 전투'(Joshua fit the battle of jericho)를 연습곡으로 정하는 이들의 의기투합은 막무가내다. 특별하게 대단한 노력을 하는 것도 아니고, 만나면 소주잔을 기울이기 일쑤다 보니 연습은 지지부진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끊임없이 '다음'을 약속을 정하며 함께 꿈을 만들어 간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주인공들을 꿈에 심취해 자기 앞가림조차 하지 못하는 '베짱이'로만 다루는 건 아니다. 사중창 대회를 향한 이들의 꿈이 되레 현실 속 고통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매개체이자 성장의 동력으로 기능한다는 점에서다. 한창 30대를 지나고 있는 네 사람에게 "나잇값 좀 하라"는 주변의 목소리는 아무리 노력한들 별로 달라질 것 없는 처지에 잔인하게만 다가오고, 오히려 "내 나이가 어때서"라며 꿈을 지키고자 하는 '사투'야말로 이들의 자존감을 지킬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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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향한 동반자이면서도 줄곧 서로 부딪치는 넷 사이의 에피소드들은 코믹하면서도 칼날처럼 날카롭게 폐부를 찌른다. 특히 영화 중반 이후 대회가 가까워지면서 발생하는 갈등들은 인물 각자의 처지와 속내를 오가며 강렬하게 각인된다. 조용한 리더 역할을 맡는 일록과 가볍기만 한 멘토 예건, 어린 시절부터 노래하자며 준세를 꼬드겼던 대용과 생계에 집중하고 싶은 준세. 두 갈래로 나눠져 뒤엉키는 이들 간의 다툼과 화해의 과정은 퍽 아릿하면서도 사랑스럽다.

인물 간의 서사를 돋보이게 하는 건 단연 배우들의 연기다. 실제 배우들이 간단한 캐릭터와 상황 설정을 기반으로 대부분을 애드리브로 소화해낸 장면 장면들에는 진정성이 가득하다. 특히 예건 역을 맡은 이웅빈이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쉴 새 없이 쏟아내는 대사들은 영화 속에서 주요한 코믹 요소다. 여기에 준세의 아내 지혜 역을 맡은 윤지혜는 남편과의 강도 높은 격투(?) 장면, 술에 취한 연기까지 신들린 듯한 모습으로 소화하며 강렬한 존재감을 남긴다. 250만 원이란 초저예산으로 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더할 나위 없는 연기는 영화의 다른 모든 요소를 압도하며 완성도를 견인한다.

덧붙이는 글 감독 고봉수 / 러닝타임 120분 / 15세 관람가 / 6월 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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