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 외국인 투수 제이크 브리검이 지난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4피안타 5탈삼진 1실점으로 막고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사진은 포효하는 브리검.

넥센 히어로즈 외국인 투수 제이크 브리검이 지난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4피안타 5탈삼진 1실점으로 막고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사진은 포효하는 브리검. ⓒ 연합뉴스


넥센이 LG를 6연패 수렁에 빠트리며 공동 4위로 도약했다.

장정석 감독이 이끄는 넥센 히어로즈는 지난 30일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한 방을 포함해 7안타를 터트리며 3-1로 깔끔한 승리를 거뒀다. 2회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때린 김민성은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캡틴' 서건창은 4회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터트렸다(시즌 3호). 반면에 이 날도 선발 6안타1득점에 그친 LG는 6연패의 늪에 빠졌다.

사실 이날 넥센 타선은 LG 선발 류제국을 상대로 3점 밖에 뽑지 못했다. 3할에 육박하는 넥센의 팀 타율(.296)을 생각하면 썩 만족스럽지 못한 공격력을 선보인 셈이다. 하지만 다소 아쉬웠던 득점에도 넥센이 승리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넥센의 새 외국인 투수 제이크 브리검이 KBO리그 데뷔 후 세 번째 등판에서 7이닝 4피안타5탈삼진1실점의 눈부신 호투로 LG타선을 꽁꽁 묶었기 때문이다.

45만 달러에 영입한 '저가형 외국인 투수' 브리검

넥센은 올 시즌을 앞두고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지는 외국인 투수 션 오설리반을 영입했다. 넥센은 빅리그 7년 경력의 오설리반을 영입하기 위해 창단 후 가장 많은 110만 달러(옵션 포함)의 거액을 투자했다. 넥센 구단은 오설리반이 '터줏대감' 앤디 밴 헤켄, 신인왕 신재영과 함께 히어로즈의 든든한 선발 트로이카를 이룰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오설리반에 대한 넥센 구단과 팬들의 기대는 시즌 개막과 함께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시범경기에서 3경기에 등판해 13이닝 1자책점(1승 평균자책점 0.69)를 기록하며 더욱 기대감을 높혔던 오설리반은 4월 1일 LG와의 시즌 첫 등판에서 홈런 2개를 맞으며 5이닝 7실점으로 무너졌다. 오설리반은 8일 두산 베어스전에서도 2이닝 6실점으로 뭇매를 맞으며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장정석 감독은 오설리반이 KBO리그 마운드에 적응이 덜 됐다고 판단해 한시적으로 오설리반을 불펜으로 돌렸다. 하지만 14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1이닝1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되며 불펜에서도 실망스런 투구를 이어갔다. 결국 오설리반은 4월 17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퓨처스리그에서만 2경기에 등판했다가 5월 3일 방출 통보를 받았다.

공 들여 영입한 오설리반 카드가 실패로 돌아간 넥센은 오설리반의 방출을 발표한 다음날 새 외국인 투수 브리검과의 계약 소식을 전했다. 브리검은 빅리그 12경기 출전 경력을 가지고 있는 1988년생의 비교적 젊은 투수로 작년 시즌엔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 골든 이글스에서 활약한 바 있다(11경기 3패 5.24).

일본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방출된 브리검은 작년 12월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 마이너 계약을 했다. 하지만 스프링캠프부터 등판 기회를 잡지 못했고 넥센과 계약할 때까지 올해 실전 등판을 전혀 하지 못했다. 빅리그 경험이 있는 20대 투수의 몸값이 왜 45만 달러에 불과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적응 기간 끝내고 3경기 만에 7이닝 1실점 위력투 

브리검과 비슷한 시기에 SK 와이번스와 계약을 체결한 제이미 로맥은 입국 후 매디컬 테스트를 마친 다음 11일부터 곧바로 실전에 투입됐다. 로맥은 SK와 계약하기 전까지 트리플A에서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며 실전 감각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올 시즌 실전 등판 경험이 없는 브리검은 몸을 만들 시간이 필요했다. 7일 입국했지만 18일에야 1군에 등록된 브리검은 18일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KBO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브리검은 18일 한화전에서 5이닝 2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겉으로 보기엔 매우 준수해 보이지만 볼넷을 4개나 허용하며 제구 불안을 노출했다. 그리고 24일 NC다이노스전에서는 6이닝 동안 11개의 피안타와 2개의 몸 맞는 공을 기록하며 5실점(3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구위는 나쁘지 않았지만 역시 부족한 실전 감각 탓인지 제구에 기복이 심했다. 한 마디로 좀처럼 계산이 서지 않는 위태로운 투수였다.

앞선 두 번의 등판에서 장정석 감독에게 확실한 믿음을 심어주지 못했던 브리검은 30일 LG전에서 시즌 3번째 등판을 가졌다. 그리고 브리검은 이제야 실전 감각이 회복된 듯 KBO리그 진출 후 가장 믿음직한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7이닝 동안 95개의 공을 던진 브리검은 LG 타선을 4피안타5탈삼진 1실점으로 틀어 막고 시즌 첫 승을 거뒀다. 브리검은 이날 시속 149km의 강속구를 뿌렸고 슬라이더, 커브 등 변화구의 각도도 예리했다.

무엇보다 그 동안 브리검의 약점으로 지적되던 사사구가 하나도 없었다는 점이 가장 고무적이었다. 브리검은 6회 이천웅에게 적시타를 허용하고 박용택에게도 안타를 내주며 1사 1, 3루의 위기를 맞았지만 LG의 4번타자 루이스 히메네스를 3루 앞 병살로 처리했다. 최근 타격 컨디션이 좋지 못한 LG 타자들은 브리검의 힘 있는 투구에 좀처럼 정타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넥센은 작년까지 에이스 역할을 해주던 밴 헤켄이 올 시즌 2승3패4.59의 부진한 성적을 남기고 현재 1군 엔트리에서 빠져 있다. 홈런은커녕 아직 시즌 첫 타점조차 신고하지 못한 대니 돈의 부진은 따로 강조할 필요도 없다. 이렇게 외국인 선수 덕을 거의 보지 못하고 있는 올해의 넥센에서 '저가형 외국인투수' 브리검의 호투는 장정석 감독과 히어로즈 팬들을 미소 짓게 만들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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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넥센 히어로즈 제이크 브리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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