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리틀빅픽쳐스


인간과 고양이는 공존한다. 고양이를 좋아하느냐 좋아하지 않느냐의 문제와 상관없이 이건 엄연한 현실이다. 이슥한 밤 골목 구석에서, 후미진 주차장의 자동차 사이에서 종종 눈에 띄는 길고양이들은 우리에게 잠시 눈길을 주곤 슬그머니 자리를 피한다. 호기심과 경계심이 반반씩 느껴지는 그 눈동자는 좀처럼 인간이 가까이 가는 걸 허용하지 않는다. 하는 짓이 귀여워서 한번 만져보고 싶기도 한데 그랬다가 괜히 할퀴기라도 하지 않을까 불안감도 든다. 이 녀석들은 도대체가 왜 이리 새침한 건지 알 수가 없다.

다큐멘터리 영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보면 고양이가 원래 그런 동물이 아니란 걸 알게 된다. 길 한가운데에 누워 사람이 지나가도 본체만체하거나, 심지어는 달려와 머리를 비비며 놀아달라고 칭얼대기까지 한다. 영화는 일본과 대만의 고양이들을 카메라에 담으며 우리가 지금껏 알지 못했던 고양이의 진심을 조명한다. 고양이가 우릴 피했던 건 우리가 그들을 싫어해서였다고, 자신들을 기분 나빠하는 인간에게 상처 입은 때문이라고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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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에서 신문 배달을 하며 길고양이들을 돌보는 캣대디 김하연을 시작으로 일본의 고양이 섬 아이노시마, 대만 허우통 마을로 이어지는 고양이들의 면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행운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인간의 삶 속에 깊숙이 자리한 고양이들이 누군가의 벗이 되고, 인간과 여유롭고 행복한 일상을 함께하는 장면들은 낯설면서도 이상적인 풍경으로 비친다. 수년간 길고양이들을 돌보고 불임 수술까지 도맡으며 주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바꾼 대만 캣맘의 이야기는 퍽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이는 한 뼘 남짓한 공간에 먹이를 주는 것조차 눈치가 보이는 우리나라의 현실과 대비되며 인간과 고양이의 이상적 공존으로 각인된다.

내내 애묘인의 처지를 대변하는 듯한 영화는 나아가 인간과 고양이의 공존을 통한 사회적 순기능을 설득력 있게 조명하는 데에도 성공한다. 특히 쇠락한 탄광 지역이었던 대만 허우통 마을이 길고양이 덕분에 관광 명소로 자리 잡은 이야기는 '콘텐츠'로서 고양이가 지닌 가능성을 의미심장하게 조명한다. SNS를 통해 허우통 마을이 '고양이 마을'로 유명세를 타면서 고양이 카페와 예술 거리가 조성되고 연간 50여만 명의 관광객이 찾게 된 것이다. 이는 단순히 인간과 고양이의 감정적 교류를 넘어 일종의 상부상조로까지 비친다.

노년층을 중심으로 한 일본 캣맘, 캣대디들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길고양이'라는 공통분모 위에서 이루어지는 독거노인들의 교류는 바람직한 지역 커뮤니티의 지위까지 획득한다. 인간이 고양이에게서 위안을 얻는 것뿐만 아니라 고양이를 통해 또 다른 인간과 소통의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고양이를 플랫폼으로 이루어지는 지역 사회와 공동체의 변화가 애묘인과 비애묘인을 아우르며 공익적 방향으로 흐르는 건 그래서다. 이는 흔히 지자체가 추진하는 여느 문화 사업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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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애묘인들의 힘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총 1463명으로부터 3500여만 원의 후원금이 모였다. 여기에 한국고양이보호협회, 길고양이를 카메라에 담는 김하연 작가가 큰 도움을 줬다. 보이그룹 씨엔블루 멤버 강민혁이 영화의 내레이션을 맡았다. 대만 허우통 마을이나 일본 아이노시마의 이야기는 바로 이들의 꿈이자 이 나라 고양이들의 꿈인 셈이다. 그리고 이들은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부탁합니다"라는 말을 달고 다니며 우리에게 부탁한다. 그들을 따뜻하게 맞아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다만 때리거나 쫓아내지만 말아달라고.

"하늘에서 사뿐사뿐 우산을 쓴 고양이가 내려와 / 이 세상의 살아가는 기쁨을, 살아가는 의미를 가르쳐주는 / 고양이, 고양이, 고양이." -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엔딩곡 'NEKO' 중

덧붙이는 글 감독 조은성 / 러닝타임 90분 / 전체 관람가 / 6월 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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