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7 시즌 프리미어리그가 최근 9개월간의 대장정에 막을 내렸다. 지난 프리미어리그에서 최대의 화두로 떠오르는 것은 역시 명장들의 진검승부였다.

지난 시즌 첼시에서 경질되었던 '스페셜 원' 주제 무리뉴 감독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신임 사령탑으로 부임하며 반년만에 화려하게 EPL로 복귀한 것을 비롯하여, '전술가'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맨체스터시티), 이탈리아 출신의 젊은 명장 안토니오 콘테(첼시) 등이 새롭게 가세했다.

여기에 리버풀을 이끌고 사실상 첫 풀타임 시즌을 맞이하는 위르겐 클롭, 기존의 아르센 벵거(아스널), 마우리시오 포체티노(토트넘) 등에 이르기까지, 현재 유럽 축구계에서 가장 핫하면서도 저마다 확실한 개성과 축구철학을 지닌 감독들이 유독 EPL에 한꺼번에 집결하는 모양새가 됐다. 감독들 상호간의 엇갈린 인연과 악연까지 더해지며 지난 시즌 EPL은 그야말로 '감독 대첩'이라고 할 만큼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결과적으로 가장 좋은 성적표를 받아든 것은 역시 데뷔 시즌에 첼시를 정상으로 이끈 콘테 감독이었다. 지난 시즌 10위에 그치며 체면을 구겼던 첼시는 콘테 감독 부임 이후 환골탈태하며 2년만에 프리미어리그 정상에 복귀했다. 콘테의 첼시는 올시즌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는데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단일 시즌 최다인 13연승을 비롯하여 30승 고지에 오른 것 역시 첼시가 최초다. 콘테는 압도적인 지지로 2016-17 시즌 '최고의 감독'으로도 선정됐다.

첼시는 지난 시즌의 부진으로 유럽클럽대항전에 나가지못하며 리그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이 옿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여기에 FA컵에서도 준우승을 기록했다. 비록 아스널의 벽에 막혀 '더블'에는 실패했지만 콘테 감독으로서는 충분히 성공적으로 EPL에 연착륙했다고 자부할 만한 시즌이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벨기에 안더레흐트의 콘스탄트 반덴 스톡 스타디움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조제 무리뉴 감독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난 4월 12일(현지시간) 벨기에 안더레흐트의 콘스탄트 반덴 스톡 스타디움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조제 무리뉴 감독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EPA/ 연합뉴스


무리뉴 감독도 맨유 사령탑으로 나름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는 한 시즌을 보냈다. 비록 리그에서는 6위에 그치며 일찌감치 우승경쟁에서 밀려났지만 커뮤니티 실드와 리그컵, 유로파리그에서 3관왕을 거두며 미니 트레블을 달성했다. 무엇보다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다음 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티켓을 극적으로 확보한 것이 최대의 성과다. 무리뉴 감독은 맨유에서도 철저한 선택과 집중을 통하여 특유의 실리축구를 선보이며 지난 시즌 첼시에서 경질된 아픔을 만회하고 '우승 청부사'의 자존심을 회복했다.

하지만 폴 포그바를 영입하는 데 역대 최고 이적료를 투자하는 등 막대한 지원과 선수 영입에도 불구하고 올시즌 우승은커녕  톱4에도 들지 못할 만큼 팀 전력이 내내 불안정했다는 건 옥의 티였다. 무승부가 유독 많았던 지루한 경기력에 대한 아쉬움도 컸다. 챔피언스리그에 복귀하는 다음 시즌이 무리뉴 감독의 진가를 확인할 진정한 무대가 될 전망이다. 참고로 무리뉴 감독은 가는 클럽마다 두 번째 시즌에 최고의 성적을 올려 '무리뉴 2년차'라는 신조어가 있을 정도다.

손흥민이 소속된 토트넘도 포체티노 감독의 공격축구가 절정을 이루며 훌륭한 시즌을 보냈다. 비록 올해도 타이틀은 없었지만 리그 2위, FA컵 4강에 오르며 막판까지 첼시의 강력한 대항마 역할을 해냈다. 팀득점(86골)-득실차(+60골)는 첼시를 넘어 올시즌 프리미어리그 전체 1위였다. 특히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최초로 북런던 라이벌 아스널보다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는 것은 우승 트로피 만큼의 가치가 있는 성과였다.

손흥민은 올시즌 21골(리그 14골)을 기록하며 아시아선수로는 최초로 EPL 이달의 선수상을 두 번이나 수상하는 등 토트넘 전력의 한 축으로 빛나는 시즌을 보냈다. 포체티노 감독은 스리백과 포백을 넘나드는 유연한 전술적 변화를 바탕으로 토트넘의 전력을 극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유럽클럽대항전에서 2년 연속 조기탈락하는 등 올해도 단기전과 빅매치에서 상대적으로 2% 부족한 모습을 보인 것은 포체티노 감독과 토트넘이 우승에 근접하기 위하여 넘어야할 과제다.

과르디올라와 클롭 감독은 롤러코스터같은 한 시즌을 보냈다. 맨시티와 리버풀 모두 시즌 출발은 좋았으나 중반 이후로 갈수록 부상자 속출과 전력 노출로 어려움을 겪으며 우승권에서 멀어졌고 결국 한 개의 트로피도 들어올리지 못했다. 특히 바르셀로나-뮌헨 등 유럽 굴지의 빅클럽에서 무수한 우승컵을 들어올린 과르디올라 감독이 '무관'에 그친 것은 올시즌이 처음이다. 그나마 맨시티와 리버풀은 치열한 경쟁을 극복하고 톱4를 사수하며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확보한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지난 시즌 레스터시티의 깜짝 우승을 이끌었던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은 올시즌 가장 비극적인 새드 엔딩을 맞이했다. 레스터시티는 챔피언스리그에서 8강에 오르는 성과를 냈지만 정작 리그에서 성적이 추락하며 결국 라니에리 감독을 시즌 중반 경질했다. 이 과정에서 라니에리 감독이 선수단과의 불화와 태업으로 인하여 쫓겨났다는 루머가 확산되며 '토사구팽'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레스터시티는 라니에리 감독 경질 이후 상승세로 돌아서며 리그 12위로 시즌을 마무리했지만 라니에리 감독과의 좋지 못한 결별로 이미지에 흠집을 남겼다.

EPL 현역 최장수 터줏대감 벵거 감독에게도 천국과 지옥이 엇갈린 시즌이었다. 벵거 감독의 아스널은 올시즌도 리그 우승에 실패한 데다 5위까지 추락하며 벵거 부임 이후 처음으로 4위까지 주어지는 UCL티켓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2003-04시즌 이후 13년째 계속되고 있는 리그 무관 행진에 대하여 팬들의 불만이 높아지며 벵거 감독의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어느때보다 강해졌다.

하지만 아스널은 FA컵에서 첼시를 꺾고 우승을 차지하며 간신히 무관의 위기를 벗어나 유종의 미를 거두는 데 성공했다. 아스날은 13회 우승로 FA컵 최다 우승팀에 등극했고 벵거 감독 개인으로서도 최다인 7번이나 정상에 오르는 신기록을 수립했다. FA컵 우승이 아스널 구단과 재계약과 결별 사이의 기로에 놓여있는 벵거 감독의 거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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