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7월 1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 경기. 3회초 1사 2,3루 한화 정근우 희생플라이 때 차일목이 홈을 밟으며 동점을 만들고 있다.

지난 2016년 7월 1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 경기. 3회초 1사 2,3루 한화 정근우 희생플라이 때 차일목이 홈을 밟으며 동점을 만들고 있다. ⓒ 연합뉴스


한화가 김성근 감독 사퇴 이후 첫 연승을 달렸다.

이상군 감독대행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는 지난 28일 통합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NC다이노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1개를 포함해 장단 12안타를 터트리며 8-1로 승리를 거뒀다. 한화의 선발 배영수는 7이닝 5피안타7탈삼진1실점 호투로 시즌 5번째 승리및 통산 133번째 승리를 챙겼다.

타선에서는 6번 좌익수로 출전한 이성열이 3안타2득점을 기록하며 공격의 물꼬를 텄고 김태균은 7회 승부에 쐐기를 박는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며 81경기 연속 출루 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날 한화 투타의 살아있는 전설 배영수, 김태균보다 더욱 빛났던 선수는 8번 타순에서 결승타를 포함해 2안타 4타점을 폭발시킨 포수 차일목이었다.

KIA의 불안한 주전포수, 한화 이적 후 최다 경기 출전

대구 출신의 차일목은 대구상고(현 상원고) 졸업반이던 1999년 해태 타이거즈에 2차 5라운드(전체36순위)로 지명을 받았다가 대학(홍익대)을 마친 후 2003년 KIA에 입단했다. 하지만 차일목이 프로에 들어왔을 때 KIA에는 이제 막 전성기 구간에 접어든 국가대표 출신 포수 김상훈(은퇴)이 있었다. 결국 차일목은 프로 입단 후 5년 동안 1군 무대에서 75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차일목은 2008년 김상훈의 부상을 틈 타 106경기에 출전하며 경험을 쌓았고 2009년에는 우승반지를 끼기도 했다. 그리고 2010년부터 부상이 잦은 김상훈의 뒤를 이어 꾸준히 KIA의 주전포수로 활약했다. 2010년과 2011년에는 2년 연속 7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만만치 않은 장타력을 뽐내기도 했지만 냉정하게 말해 차일목이 주전포수로 활약하던 시기에 KIA의 안방은 언제나 취약지구로 꼽히곤 했다.

실제로 차일목은 2012년과 2013년 2년 연속 .256의 준수한 타율을 기록했지만 2년 동안 단 하나의 홈런도 때려내지 못했다. 또한 이 기간 동안 도루 저지율은 각각 21.8%, 18.3%에 그치며 상대 주자들에게 무수히 많은 도루를 허용하곤 했다. 워낙 도루 저지율이 낮아 포수에게는 치욕적인 '차동문'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차일목은 FA를 앞둔 2014 시즌 94경기에 출전해 타율 .189 2홈런18타점으로 부진했다. 당연히 시즌이 끝난 후 FA협상에서 좋은 대접을 받지 못했 원소속팀 KIA와 2년 4억5000만원에 재계약을 했다. 하지만 김기태 감독이 부임한 2015 시즌 차일목은 허벅지와 손가락 부상으로 11경기 출전에 그쳤고 차일목이 자리를 비운 사이 백용환과 이홍구(SK 와이번스)가 1군에서 자리를 잡았다.

KIA에서 입지가 좁아진 차일목은 2015 시즌이 끝난 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한화로 이적했다. 차일목은 한화 이적 후 팀의 실질적인 주전 포수로 활약하며 117경기에 출전했다. 이는 프로 데뷔 후 차일목의 한 시즌 최다 경기 출전이었다. 물론 이는 정규리그 경기 수가 144경기로 늘어난 영향이 크지만 30대 중반의 나이에 팀을 옮겨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했다는 점은 분명 의미가 있었다.

포수들 줄부상 속 한화 안방 지키고 있는 차일목

이용규, 정근우, 송광민,김태균, 윌린 로사리오로 이어지는 한화의 상위타선은 건강만 보장된다면 어느 팀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 코너 외야에도 최진행, 김경언, 이성열 같은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과 양성우, 김원석 같은 패기 넘치는 신예들이 즐비하다. 팀 내 최고 유망주 하주석이 지키는 유격수 자리 역시 결코 약하지 않다. 하지만 포수만큼은 신경현 은퇴 후 꾸준히 한화의 약점으로 꼽혀 왔다.

그럼에도 한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포수 포지션에 이렇다 할 보강을 하지 않았다. 올해도 차일목, 조인성, 허도환 체제로 한 시즌을 치르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차일목이 시즌 개막 후 13경기에서 타율 .056, 조인성 역시 13경기에서 타율 .125로 부진하자 한화는 4월17일 신성현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포수왕국' 두산 베어스로부터 최재훈을 영입했다.

두산에서 양의지, 박세혁에 이은 제3의 포수에 불과하던 최재훈은 한화 이적 후 곧바로 주전으로 활약하며 24경기에서 타율 .323 20안타7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최재훈 합류 후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던 차일목은 5월5일 1군에 복귀해 최재훈의 백업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두산 시절부터 잔부상이 많던 최재훈은 지난 20일 고질적인 햄스트링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최재훈의 빈자리에는 노장 조인성이 들어왔지만 조인성 역시 어깨 통증으로 5일 만에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24일부터 박상언이 엔트리에 들어왔지만 박상언은 그 전까지 1군 경험이 전무한 신예로 사실상 한화 엔트리에 1군급 포수는 차일목 하나 밖에 남지 않게 됐다. 차일목은 조인성이 이탈한 후 한화가 치른 5경기에서 모두 주전 포수로 출전했고 NC와의 3연전에서는 교체 없이 풀타임으로 활약했다.

NC와의 주말 3연전을 통해 5안타를 추가했지만 차일목의 시즌 타율은 여전히 .170에 그치고 있다. 올 시즌 도루 저지율도 17.6%에 불과하다. 하지만 현재 한화 선수단에서 차일목은 간판타자 김태균 못지 않게 중요한 위치에 있는 선수다. 주력 포수들이 모두 부상에 신음하고 있는 한화에서 차일목은 1군 투수들을 리드할 수 있는 유일한 포수이기 때문이다. 한화 안방 '최후의 전사' 차일목은 이글스 구단과 팬들에게 지금보다 더 높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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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한화 이글스 차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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