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두산이 원했던 화수분 야구 시즌2가 시작됐다. 김명신, 박치국에 이어 지난해 1차 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한 이영하가 마운드에 올랐다. 타선에 비해 마운드가 약했던 두산으로선 이영하의 성공적인 데뷔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9일 광주 KIA전에서 1이닝 동안 버나디나에게 홈런 하나를 허용했으나 나머지 세 타자를 범타 처리하며 1군 데뷔전을 마무리했다. 그 이후 27일 kt전에서 1이닝을 소화해 무실점을 기록했고 28일 kt전에서 선발 이현호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나와 1.2이닝 동안 1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을 기록했다. 구원승을 챙긴 이영하는 프로 데뷔 이후 첫 승의 기쁨을 맛봤다.
어깨 부상으로 이탈한 보우덴이 복귀하기 위해선 한 달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5월 팀 불펜 평균자책점이 1위라고 할지라도 여전히 불안 요소는 존재한다. 두산의 화수분 야구 시즌2가 필요했던 이유이다.
▲ 28일 잠실 kt전에서 마침내 프로 데뷔 이후 첫 승의 감격을 맛봤다. ⓒ 두산 베어스
그토록 기다렸던 '영건'의 성장, 이제는 이영하까지두산의 화수분 야구는 주로 야수 쪽에서 두드러졌다. 200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이종욱, 고영민, 오재원 등 빼어난 야수들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두산은 가을야구 단골손님으로 자리잡았다. 정규시즌이라는 장기 레이스를 치르면서 두터운 선수층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다른 팀들에겐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랬던 두산에게도 고민은 있었다. 이러한 화수분 야구가 투수 쪽에서는 좀처럼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1차 지명으로 입단하거나 상위 라운드에서 지명된 투수들이 입단하자마자 활약하는 경우가 드물었고, '민간신앙' 성영훈이 그런 케이스였다.
그러나 2014년 함덕주를 발견하면서 투수 쪽에서도 화수분 야구의 희망을 봤다. 지난해에는 고봉재가 입단 첫 해 불펜 투수로서의 잠재력을 인정받았고 마침내 올해 김명신과 박치국, 이영하까지 두산이 기다렸던 신진급 투수들이 1군 무대에서 공을 뿌리고 있다.
시즌 초 선발과 불펜을 오가던 김명신이 4월 말 안면 골절로 인해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지난주 잔류군 훈련에 합류하면서 복귀를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마찬가지로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박치국은 어린 나이임에도 노련한 투구로 두산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성영훈, 이영하가 비슷한 시기에 1군에 올라와 복귀전 및 데뷔전을 치렀고 이영하의 경우 데뷔전을 치른 이후에도 1군에 머무르면서 1군 적응기에 나섰다.
한때 고교랭킹 1위로 선정될 만큼 이영하의 공은 이미 고교 무대에선 검증된 지 오래였다. 배짱 있는 투구로 타자들과의 승부를 두려워하지 않는 스타일의 투수였다. 지난해 몸 만들기에 전념하며 실전에 나설 기회가 거의 없었지만 고교 시절 두둑했던 배짱은 여전했다. 1군 데뷔 이후 세 경기에서 3.2이닝을 소화하며 허용한 사사구는 단 한 개도 없다.
▲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제 몫을 다해주고 있는 박치국, 재활중인 오현택과 군입대로 자리를 비운 변진수의 빈 자리를 잘 메워주고 있다. ⓒ 두산 베어스
'성장'에서 그치지 않는 이들의 등장, 팀을 이끌어야 한다이들의 등장은 성장의 의미에서 그칠 수만은 없다. 당장 팀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보우덴의 복귀, 여유롭지 않은 불펜진 등 팀의 마운드 사정을 고려한다면 신진급 투수들의 활약이 올시즌부터 필요하다.
다행인 것은 한 두 명이 아닌 여러 명의 투수들이 한꺼번에 등장해 마운드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5월 말이라 시기적으로 봤을 때 여유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면, 장기전에 강한 두산으로선 이제부터 힘을 낼 수 있다. 그 중심에는 젊은 투수들이 버티고 있는 마운드가 한몫을 해줘야 한다.
누군가 나타나면 기존에 엔트리에 있던 또 다른 누군가가 부상을 당하면서 두산 마운드가 아직은 완전체를 구성했다고 볼 수는 없다. 젊은 투수들만 보더라도 아직 김명신이 복귀하지 않았고 복귀전을 소화한 성영훈도 허리 통증으로 다시 2군에 내려갔다. 김태형 감독은 서두르지 않고 있지만, 내심 언젠가는 완전체를 이룬 마운드를 봤으면 하는 바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짧게는 올시즌에서의 활약이지만, 길게는 팀의 미래가 이들에게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산의 화수분 야구 시즌2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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