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유 워 네버 리얼리 히어>의 한 장면.

영화 <유 워 네버 리얼리 히어>의 한 장면. ⓒ WhyNot Productions


괴물들이 뭉쳤다라는 표현을 이 영화에 쓰고 싶다. 여성과 모성, 소년성을 꾸준히 천착해 온 린 램지 감독과 발군의 연기력을 보이고 있는 호아킨 피닉스가 만났기 때문이다. 칸 영화제 경쟁부문 상영의 피날레를 장식한 <유 워 네버 리얼리 히어>(You Were Never Really Here)는 그래서 '괴작'이었다.

비밀리에 유력 인사들의 청탁을 받아 사람을 찾거나 누군가를 죽이는 심부름꾼 조(호아킨 피닉스)는 상원의원의 사라진 딸 니나(예카테리나 삼소노프)을 찾아달라는 임무를 떠맡는다. 미성년을 가둔 채 가학적 성폭력을 일삼는 상대의 허를 노리고 극적으로 구해내지만 왠지 뒤끝이 좋지 않다. 이 사건에 주지사 등 거물들이 연루돼 있고, 니나와 함께 조는 쫓기는 신세가 된다.

추격전과 반복되는 격투신으로 영화는 기본적으로 액션 장르 성격을 갖고 있지만 화면과 음악이 예사롭지 않다. 일렉트로닉과 록 음악을 교차로 배치해 영화는 장면의 리듬감을 더했고, 괴상한 음향 효과를 넣어 조의 불안한 심리를 강조했다.

학대의 기억

이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건 임무를 완수하려는 조의 고군분투가 아닌 이야기 흐름 도중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한 소년의 학대 장면이다. 이것이 조의 분열증과 대비되는 걸로 봐서 그의 어린 시절 기억임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즉, 현재는 무서운 킬러 내지는 해결사지만 어린 시절 학대 경험으로 늘 자신을 옥죄며 살아가는 인물이 조다.

그러던 그가 성적 학대를 당하는 니나를 만난다. 과거의 고통이 현재의 고통과 만나는 순간 조의 정신 상태는 더욱 피폐해지고 망가진다. 이야기 역시 선형적이 아닌 비약과 퇴행을 반복한다. 줄거리 쫓기에 익숙한 관객 입장에선 여간 당혹스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린 램지의 대표작 <케빈에 대하여>를 아는 이라면 린 램지의 이런 선택이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음울한 분위기로 모성과 소년의 반항을 제시한 <케빈에 대하여>를 빗대 보면 어쩌면 그 작품의 성인버전이 아닐까 생각할 정도다.

상업영화 문법으로 바라보면 우리가 역시 잘 아는 프랑스 영화 <레옹>을 떠올릴 수 있다. 레옹과 마틸다의 관계가 바로 조와 니나의 관계로 치환되기 때문이다. 너무도 일찍 둥지에서 떨어져 나온 온갖 미성숙한 존재는 그 자체로 슬픈 법이다. 그를 품으려는 성인 역시 상처투성이다. 미완성의 연대를 통해 묘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또 뉴욕 곳곳의 골목과 반복해서 등장하는 맨해튼 브릿지(로 추정되는) 장면은 관광객으로서는 영영 찾지 못할 그 땅의 맨얼굴들이다. 무섭도록 차가운 뉴욕, 이곳을 채우는 사람들 중 과연 누가 진짜 소속감을 느끼며 살아갈까. 이 영화의 제목이 던지는 질문 중 하나다. 참고로 영화가 끝난 후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오지 않는다. 여러 모로 특이한 감독이다.

평점 :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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