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여 편의 공식 부문 상영이 있고, 이 중 19편의 경쟁 부문 작품에 다들 열광하지만, 칸영화제의 묘미는 이 작품이 다가 아니라는 데 있다. 비평가주간, 감독주간, 그리고 마켓 단편 상영 등 2000여 편에 가까운 작품들이 전 세계 씨네필들을 흥분시켰다. 마켓 단편 상영의 선택을 받은 한국 영화만 해도 37편이다. <오마이스타>는 이 중 세 편의 작품, 그리고 그 주역을 영화제 기간에 만났다. 그 마지막은 배우이자 연출자로 칸의 부름을 받은 음문석이다.

혹시 SIC(식)이란 이름을 기억하는가. 2000년대 초반 그는 KBS <위기탈출 넘버원> <상상플러스> 등에서 종횡무진으로 활약하며 특유의 재치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산 신성이었다. 가수로 활동하다 잠시 공백기를 가졌던 그는 <댄싱9>에서 기지개를 켜더니 최근 종영한 드라마 <귓속말>에도 깜짝 등장했다. 그러던 그가 제70회 칸 영화제에 모습을 드러냈다. 대체 그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SIC이 음문석이 되기까지

 제70회 칸영화제를 찾은 배우 음문석.

제70회 칸 영화제를 찾은 배우 음문석. 그의 예전 예명은 SIC(식)이었다. ⓒ 음문석


그는 단편 <아와 어>의 출연배우로, <미행>의 연출자로 칸영화제 마켓 단편 부문에 출품했다. <귓속말> 뒷풀이에 참여하느라 영화제 종반인 25일 도착했다는 그는 쾌활한 모습으로 취재진에게 자신에 관해 설명했다.

"SIC로 활동하다 회사에 문제가 생겨, 군대에 바로 입대했다. 그게 전환점이었다. 27살 때부터 특별한 활동 없이 연기 훈련만 했다(올해로 만 35세). 왜냐면 오래오래 남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단편 영화 작업을 하다 영화 <공조>에서 김주혁 선배의 '부대원4'로 출연했다. 드라마 오디션에도 운 좋게 붙어서 하게 된 게 <귓속말>이었고! (웃음)"

본래 그는 전도유망한 하키 선수였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겪다 문득 춤에 빠졌고, god, 스페이스A, 량현량하 등 2000년 초중반을 주름잡던 스타 가수들의 백댄서로 꽤 활동했다. 그러다 가수 더원 눈에 들며, 앨범을 냈다. 시작은 연기보단 가수 쪽인 셈이다.

"더원 형이 처음 프로듀싱을 한 게 나다. 근데 그 무렵 회사가 갑자기 게임회사로 바뀌면서 군대에 가게 됐다. 미래를 많이 생각하다가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그간 제가 겪은 모든 과정이 연기를 하기 위해 준비된 게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매력이 컸다. 다시 초심을 다잡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 아무리 생활이 어려워도 내가 하는 일 안에서 돈을 벌자는 생각이었다. 춤도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을 정도로 췄고, 연기도 가르칠 수 있을 정도로 배우려 했다. 그렇게 번 돈으로 또 내가 다른 분에게 가르침을 받고. 그런 연속이었다. (웃음)"

연기의 재미

 칸영화제를 찾은 배우 음문석(중앙), 좌측은 배우 이승훈, 우측은 홍경모. 세 사람은 칸 현지에서 또다른 영상 작업 중이다.

칸 영화제를 찾은 배우 음문석(중앙), 좌측은 배우 이승훈, 우측은 홍경모. 세 사람은 칸 현지에서 또다른 영상 작업 중이다. ⓒ 음문석


그렇게 그는 10여 편의 독립 및 장편영화에 출연하며 경험을 쌓았다. 그러다 마음이 맞는 동료들과 만든 '7097 액터스'라는 그룹을 통해 직접 영화 연출과 제작 과정까지 습득한다. <미행>은 바로 그 소속인 배우 현슬기가 시나리오를 썼고, 음문석이 연출을 맡아 탄생한 작품으로 무명 배우의 설움과 가족 관계를 그린 단편이다.

"연기자를 지망하는 여동생이 밤마다 나가는 걸 이상하게 여긴 오빠가 동생을 미행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실제 현슬기라는 친구가 겪은 이야기다. 연기하면서 굉장히 울었다. 그만큼 배우들의 삶이 짙게 담겨 있다. 가족의 오해, 배우의 그 감정을 놓치기 싫어서 배우와 굉장히 대화를 많이 하며 찍은 기억이 있다.

7097 액터스를 통해 나도 처음 연출을 경험한 거다. 이 모든 게 좋은 배우가 되고자 하는 목표로 시작한 일이다. 연기만 하는 배우보단 다방면을 경험해보자는 취지다. 스크립터, 조명, 마이크, 연출 등을 배우들이 돌아가면서 한다. 사실 칸영화제는 1년 중 가장 먼저 출품할 수 있는 곳이라 그냥 냈는데 초청돼서 너무 행복했다. 진짜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한 거다. 하다 보니 기술적으로 잘 몰랐던 부분도 배우고 연기할 때 현장에서 느꼈던 그거 적용할 수도 있고 참 좋더라."

출연작 <아와 어>는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시각과 관점의 차이를 다룬 작품이다. 음문석은 시위 진압 의경으로 분했고, 시위에 나선 임산부를 도와주는 과정에서 오해를 받는 상황을 그렸다. 음문석은 "롱테이크로 하루 만에 영화를 다 찍는데 참 체력적으로 힘들었다"며 "실제로 경찰분을 만나 물어보니 그런 식으로 오해받는 경우도 많다고 하더라"고 작품 준비 과정을 전했다.

진짜 목표

사실 행운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칸 영화제 출품은 우연적이었고, 이를 그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온 김에 동료 배우들과 칸 시내를 누비며 또 다른 단편을 찍고 있었다. 음문석은 "마켓 단편 부문은 일종의 비즈니스를 위한 행사라고 하는데 우린 그쪽에 준비가 안 됐으니 마음 편하게 즐기고 작품 하나를 또 만들어보자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상업영화에도 계속 도전할 거고 단편 작업도 꾸준하게 할 거다. 다시 말하지만, 이 모든 건 오로지 좋은 연기를 위해서다. 연출과 편집을 알아가는 게 재밌고 유익하더라. 뭔가 견고해지는 느낌이 있다. 최근 시나리오도 쓰고 있다. 제목은 가제인데 <고구마>라고 수원역에서 실제 벌어진 일을 다루려 한다. 외국인 노동자의 성매매와 관련한 거다. 악마 같은 사람의 본성을 그리고 싶다."

그의 변천사는 그렇게 이유가 있었다. 지치지 않고 밝은 에너지로 꾸준히 자신을 갈고닦는 모습에서 이후를 밝게 점쳐 볼 수 있었다. "누군가 해주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그냥 우리가 알아서 하자는 주의"라며 그는 "이후의 모습도 기대해 달라. 진짜 잘 하겠다"라고 눈빛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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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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