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회 칸영화제 마켓 단편의 선택을 받은 <블라인드 필름>의 오재형 감독.

제70회 칸 영화제 마켓 단편의 선택을 받은 <블라인드 필름>의 오재형 감독.ⓒ 오재형


110여 편의 공식 부문 상영이 있고, 이 중 19편의 경쟁 부문 작품에 다들 열광하지만, 칸영화제의 묘미는 이 작품이 다가 아니라는 데 있다. 비평가주간, 감독주간, 그리고 마켓 단편 상영 등 2000여 편에 가까운 작품들이 전 세계 씨네필들을 흥분시켰다. 마켓 단편 상영의 선택을 받은 한국 영화만 해도 37편이다. <오마이스타>는 이 중 세 편의 작품, 그리고 그 주역을 영화제 기간에 만났다. 그중 두 번째는 <블라인드 필름>의 오재형 감독이다.

<블라인드 필름>은 애니메이션의 형식이지만 음악과 일종의 퍼포먼스 요소까지 가미한 종합 예술로 볼 수도 있다. 강정마을 사태, 세월호 참사 등이 주 모티브인 이 작품엔 우리가 알고 있던 뉴스나 다큐멘터리 영상에 애니메이션 효과를 덧씌웠고, 여기에 오재형 감독이 직접 작곡해 연주한 피아노 음악이 깔렸다.

스스로 "국가 폭력과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던 오재형 감독을 칸영화제 기간 중 만났다. 회화를 전공했다는 오 감독은 "우연히 인터넷 뉴스를 통해 강정마을 해군기지 이전 이슈를 접하고 너무 화가 나서 작품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원래 작업실에서 그림만 그리던 사람이었다. 그러다 그 뉴스를 봤고, 무작정 제주로 내려갔다. 그 안에서 지켜보니 강정마을엔 해군기지 사건을 포함해 대한민국의 모든 구조적 문제가 얽혀 있더라. 예술이란 걸 하면서 과연 예술가는 사회현상에 대해 무얼 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투쟁을 하기로 했다."

광주 출신 미술학도의 시각

이미 그는 한 캐릭터가 강정마을을 여행하는 이야기를 다룬 단편 <강정 오이군>, 공황장애를 UFO로 풀어낸 <덩어리> 등을 발표하는 등 활발하게 작품 활동 중이었다. 작품들 모두 사회문제를 진지하게 때로는 재치 있게 풀어냈다.

"투쟁한다고 말했지만, 지속할 수 있어야 하기에 감당할 수 있는 이라는 표현을 썼다. 또 즐겁게 하려고 한다. 즐겁다는 표현이 여기서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지치지 않기 위해서다. <블라인드 필름>은 애니메이션 기법 중 로토스코핑이라는 걸 적용했다. 영상에 리터칭을 하는 식이다. 조성봉 감독님의 기존 작품과 여러 영상 클립을 허락을 받고 제 의도대로 덧씌웠다.

<블라인드 필름>은 본래 '일년만 미술관'이라는 곳에서 개인전 형태로 시작한 거다. 음악과 영상을 결합해 필리버스터 형식으로 한 거다. 본래 사회참여에 관심이 있었는데 당시 야당 국회의원들이 필리버스터 하는 모습을 보고 착안한 거다. 불가능함을 알고도 행동한 거잖나. 저 역시 적은 힘이지만 그렇게 보태고 싶었다."

국가적 폭력이 그의 작품에 꾸준한 화두인 이유를 물었다. "광주 출신"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 말로 많은 게 설명됐지만, 그에게 더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했다.

"어머니가 5.18 국가 유공자시다. 나 역시 어릴 때 광주에 살았고, 민중가요가 마치 대중가요인 양 듣고 자랐다. 부모님이 애써 민주화 항쟁을 강조하진 않았다. 자란 환경이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늘 관심이 있었던 거 같다. 아, 아버지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처음 녹음하신 분이다."

진짜 예술

뚜렷한 작품관을 갖고 있었다. 오재형 감독은 "예술이란 걸 과거엔 멋지게 작품을 만들어 대중을 놀라게 하는 것 정도로 생각했다면 이젠 작품과 작가, 심지어 작품으로 번 돈을 어디에 쓰는 지까지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회화와 음악, 춤 등을 함께 대입한 작품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금 5.18 항쟁을 다룬 작품을 준비 중이다. 댄스 필름의 형식이다. 그래서 퍼포먼스 하시는 분들과 함께하고 있다. 또 이탈로 칼비노 작가의 <보이지 않는 도시>라는 책에서 영감을 받아 대한민국 도시를 거기에 대입한 작품도 준비 중이다."

참 쉽지 않은 세상이다. 오재형 감독은 작품 출품의 어려움을 잠시 토로하면서도 본인이 하는 작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좋은 작가들이 제대로 발굴될 수 있는 환경이 과연 근시일 내에 만들어질까. "작품보다 지원서가 중요한 세상이 된 것 같아 뭔가 앞뒤가 바뀐 느낌"이라던 오재형 감독의 말에서도 씁쓸함이 느껴졌다. 그런데도 재밌게 꾸준하게 할 방법을 찾는 이런 작가들이야말로 진짜 예술가라 불릴 자격이 있지 않을까.
참고로 <블라인드 필름>은 오는 6월 1일까지 인디포럼 초청작 섹션에서 상영된다.

이미 <블라인드 필름>은 최근까지 인디애니페스트, 제주프린지페스티벌, 광장극장 블랙텐트에서 공영 형태로 관객과 만나고 있었다. 인디 포럼에도 초청돼 5월 25일부터 6월 1일까지 열리는 '인디포럼' 영화제의 초청작 섹션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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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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