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식

송창식 선수 ⓒ 한화이글스


한화가 김성근 감독 퇴임 후 첫 승을 올리며 길었던 연패의 늪에서 탈출했다.

이상군 감독대행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는 지난 27일 통합 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NC다이노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장단 11안타를 터트리며 6-1로 승리했다. 9번 유격수로 출전한 하주석은 6회 2타점 2루타를 터트리며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멀티히트를 기록한 김태균은 80경기 연속 출루 기록을 이어갔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안영명이 한 이닝만 던지고 강판됐지만 롱릴리프 장민재가 4이닝 무실점 호투로 시즌 첫 승을 수확했다. 하지만 이날 장민재를 구원해 NC의 추격을 뿌리치고 한화의 리드를 든든하게 지켜낸 투수는 따로 있었다. 바로 오랜 기간 자신을 희생하며 한화 마운드의 마당쇠로 활약하고 있는 송창식이 그 주인공이다.

팔꿈치 수술-손가락 혈행장애 딛고 재기한 불굴의 투수

청주 세광고 출신의 송창식은 고교 시절 팀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세광고의 봉황기 4강과 대붕기 준우승을 이끌었다. 200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1라운드(전체2순위)로 한화에 지명된 송창식은 2억 원의 계약금을 받으며 기대주로 주목 받았다. 송창식은 입단 첫 해부터 한화의 선발 투수로 활약하며 8승7패 평균자책점 5.13의 성적으로 오주원(넥센 히어로즈, 개명 전 이름 오재영)과 신인왕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송창식은 고교 시절부터 좋지 않았던 팔꿈치 통증이 악화됐고 결국 2005년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하다가 5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았다. 사실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은 재활 과정만 약 1년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술이 결정될 경우 한 시즌을 통째로 쉬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송창식은 2006년 곧바로 마운드에 복귀해 21경기에 등판했고 2007년엔 손가락 혈행장애(버거씨병)까지 겹치며 선수 생활에 치명적인 위기를 맞았다.

2008년4월 구단에서 임의탈퇴된 송창식은 모교인 세광고에서 투수코치로 일하며 재활을 병행했다. 2년 동안의 꾸준한 재활로 몸상태를 끌어올린 송창식은 2010 시즌을 앞두고 테스트를 통해 한화에 재입단했다. 2010년 12경기에 등판하며 실전감각을 찾은 송창식은 2011년 4승을 올리며 재기에 성공했고 2012년에는 4승3패1세이브12홀드 2.91의 호성적으로 한화 불펜의 기둥으로 우뚝 섰다.

송창식은 2013년 한화의 마무리 자리를 맡으며 4승6패20세이브3.42로 안정된 활약을 이어갔다. 무엇보다 2년 연속 70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부상의 걱정을 날려 버린 것이 고무적이었다. 하지만 2년 간 앞만 보고 달린 탓일까. 송창식은 2014년 1승3패1세이브3홀드7.45로 주춤하며 안식년(?)을 가졌다. 그리고 2015년 송창식은 드디어 자신을 '노예'처럼 부린 김성근 감독을 만났다.

김성근 감독 부임 첫 해 송창식은 64경기에서 109이닝을 던지며 8승7패11홀드6.44의 성적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이 다소 높았지만 송창식을 원망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송창식은 작년 시즌에도 66경기에서 97.2이닝을 소화하며 8승5패8홀드4.98을 기록했다.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마감하지 않았다면 아마 100이닝은 가뿐히 넘겼을 것이다.

8연패 탈출 경기에서도 2이닝 무실점으로 출근도장

송창식은 작년 10월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2005년에 받았던 인대 접합 수술에 비하면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지만 개막전 복귀를 장담할 수 없는 수술이었다. 하지만 송창식은 일찌감치 재활조에 합류해 시즌 개막에 맞춰 몸을 만들었고 시범경기에서 3.2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구위에 이상이 없음을 과시했다. 김성근 감독은 당연히 송창식을 개막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송창식은 올 시즌에도 변함없이 한화 마운드의 마당쇠로 활약하고 있다. 3월31일 두산 베어스와의 개막전부터 등판한 송창식은 4월 한 달에만 20.1이닝을 던졌다. 4월27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는 2.2이닝을 던지기도 했다(그리고 하루만 쉬고 다시 2이닝을 던졌다). 하지만 송창식의 고군분투에도 한화의 성적은 좀처럼 오르지 않았고 결국 지난 23일 김성근 감독이 중도 사임했다.

이상군 감독 체제에서도 송창식의 보직은 바뀌지 않았다. 송창식은 25일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팀의 3번째 투수로 등판해 1이닝을 던졌다. 팀이 1-4로 뒤지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송창식은 앞선 경기에만 등판하는 전문 필승조 투수가 아니다. 실제로 송창식은 팀이 8연패를 당하는 기간 동안에도 4번이나 마운드에 올랐다.

5월에 등판한 10경기 중 7번이나 실점을 하며 평균자책점이 6.09까지 치솟은 송창식은 한화가 연패에서 탈출한 27일 NC전에서 오랜 만에 믿음직한 투구를 선보였다. 안영명, 장민재에 이어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송창식은 2이닝 동안 26개의 공을 던지며 NC타선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시즌 5번째 홀드를 기록했다. 한화의 연패탈출에 가교 역할을 확실하게 해낸 셈이다.

송창식의 올 시즌 성적은 2승5홀드 평균자책점 5.75로 평범한 편이지만 많은 야구팬들은 송창식이 겉으로 보이는 성적보다 훨씬 좋은 투수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긴 시즌을 치르기 위해서는 개인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팀을 위해 희생하는 투수가 반드시 필요한데 송창식은 한화에서 오랜 기간 동안 기꺼이 그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 한화가 가을야구에 나가는 강팀으로 도약한다면 송창식의 희생은 분명히 재평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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