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잉글랜드에 아깝게 패했으나 16강 진출로 개최국의 자존심을 지켰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 축구대표팀이 26일 저녁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A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축구 종가' 잉글랜드에 0-1로 패했다.

3연승으로 조 1위를 기대했던 한국으로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그러나 한국은 2승 1패로 승점 6점을 기록, A조 2위로 무난히 16강 진출에 진출하며 진정한 강호들과 맞붙게 됐다.

'이승우-백승호' 벤치... 차·포 떼고 나선 한국

앞서 기니를 3-0, 아르헨티나 2-1로 연파하고 2연승을 거두며 최소 조 2위를 확보, 16강 진출을 확정 지은 한국은 일부 주전 선수들을 빼고 로테이션을 가동하며 여유 있게 잉글랜드와 맞섰다.

신태용 감독은 '3-5-2' 카드를 꺼내 들었다. 조영욱, 하승운이 공격이 이끌고 임민혁, 이승모, 한찬희, 우찬양, 이유현을 중원에 배치했다. 수비는 이정문, 이상민, 정태욱이 스리백을 이뤘고 골키퍼 장갑은 송범근이 꼈다.

양 팀은 압박과 역습을 주고받으며 치열한 중원 대결을 펼쳤다. 앞선 2경기에서 롱패스 위주의 선 굵은 축구를 보여줬으나 이날은 드리블이 뛰어난 선수들을 대거 활용하며 점유율을 높였다.

한국도 잉글랜드와의 중원 대결에서는 밀리지 않았다. 그러나 실점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했는지 공수 전환이 다소 느렸고, 이승우와 백승호가 빠진 탓에 최전방에서 공을 잡은 조영옥이 고군분투하다가 공을 빼앗기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한국은 전반 1분 만에 임민혁의 선제 슈팅으로 포문을 열었다. 그러나 불과 2분 뒤 역습을 당하는 위기에서 잉글랜드의 오비 에자리아에게 위협적인 슈팅을 내줬지만 골키퍼 송범근의 선방에 힘입어 위기를 넘겼다.

전반 8분에는 이유현의 위협적인 프리킥으로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그러나 잉글랜드도 날카로운 측면 돌파에 이어 우세한 체격 조건을 앞세운 공격으로 한국의 골문을 노리며 긴장감 넘치는 경기가 이어졌다.

가장 좋은 기회는 전반 33분에 나왔다. 잉글랜드의 왼쪽 측면을 무너뜨린 조영옥이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고, 하승운이 오른발 발리슛으로 연결했으나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한국은 전반 종료를 앞두고 프리킥과 코너킥을 연거푸 내줬으나 수비진이 잘 걷어내면서 위기를 넘기고 양 팀은 소득 없이 전반전을 0-0으로 마쳤다.

아쉬운 결정력-불안한 수비... 16강 앞둔 신태용호의 고민


한국은 후반 시작부터 다시 위기를 맞았다. 중앙과 측면 수비가 연이어 뚫리면서 아데몰라 올라지데 루크먼에게 위협적인 슈팅을 허용했으나 송범근의 선방과 골문을 살짝 비껴가는 행운이 더해지면서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계속되는 위기는 결국 실점을 불렀다. 후반 12분 빠른 역습으로 한국의 왼쪽 측면을 돌파한 잉글랜드는 문전으로 쇄도하던 키에런 도웰이 깔끔한 왼발 슛으로 선제골을 터뜨리면서 1-0으로 앞서나갔다.

골을 내준 한국은 곧바로 이승우와 이진현을 교체 투입하며 반격에 나섰다. 그러나 이유현이 공을 다투는 과정에서 상대 선수의 다리를 밟아 비디오 판독까지 갔으나 다행히 퇴장을 피하는 등 위기는 계속됐다.

한국은 후반 20분 코너킥 찬스에서 이승우가 결정적인 슛을 날렸으나 상대 골키퍼까지 통과한 뒤 수비에 아깝게 막히고 말았다. 이후 백승호까지 투입하며 승리를 향한 집착을 놓지 않았으나 끝내 동점골은 얻지 못했다.

비록 한국은 잉글랜드에 0-1로 패하며 조 1위는 놓쳤으나, 16강 진출이라는 1차 목표를 달성했다. 하지만 더 강력한 상대들과 만나는 토너먼트를 앞두고 수많은 세트피스 기회를 놓친 골 결정력과 불안한 수비 조직력은 고민으로 남았다.

이로써 조 2위를 차지한 한국은 사흘 동안 휴식을 취한 뒤 오는 3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C조 2위와 16강전을 치른다. 한국의 상대는 C조 조별리그가 모두 끝나는 28일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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