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이 끝나자 어김없이 관객들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뤼미에르 대극장 스크린엔 순간 울컥하는 설경구의 모습이 잡혔다.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으로 제70회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아서일까.

그 여운이 생각보다 오래갔나 보다. 26일 칸 해변의 한 카페에서 만난 설경구는 "입장할 때부터 기립박수를 쳐주는데 뭉클했다"며 "순간 만감이 교차했다. 뜨거워지는 뭔가가 있었다"고 당시를 고백했다. 이번 작품에서 설경구는 마약 거래로 세력을 키우려는 한재호 역을 맡았다.

만감 교차

 제70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진출한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의 주역들.

제70회 칸 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진출한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의 주역인 배우 설경구. ⓒ CJ엔터테인먼트


몇몇 매체에선 영화 <박하사탕> 이후 17년 만의 칸영화제 행이라 감격했을 것이라 분석했다. 진짜 이유를 묻는 말에 "만감이 교차했다"며 "(변성현) 감독이 그 자리에 안 온 것도 생각났다"고 답했다. 비공식 부문인 감독주간에 초대된 <박하사탕>과 달리 <불한당>은 공식 부문 초청이라 제대로 칸의 분위기를 보는 건 그도 처음이었다.

"뭉클하더라. 기립박수야 원래 예의로 쳐주는 거라고 하는데도 특히 2층에 있는 분들이 (멀리서) 리액션 해주는데 감사하더라. 영화가 마음에 안 들면 그냥 나가는 일도 많다고 들었다. 박수를 받던 중에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님이 나가자고 했는데 개기고 싶었다(웃음). 기립박수 5분은 받자 이런 목표였는데 7분이나 쳤다고 하더라."

감독 중심의 영화제라 SNS 논란으로 불참한 변성현 감독 공백이 더욱 크게 느껴졌을 것이다. 마치 부모 잃은 아이처럼 배우들이 고군분투했다. 이 지점에서 설경구는 "류승완 감독이 영화를 보고, 제게 젊어진 듯 강렬해졌다는 문자를 보냈는데 참 고맙더라"며 "(칸영화제 심사위원인) 박찬욱 감독님도 재밌게 보셨다고 했는데 큰 힘이 됐다. 상영장에도 직접 오셨고, 우리 팀과 같이 나왔다"고 말했다. 한국 감독들이 그 빈틈을 채워준 것이다.

전환점

 영화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 레드카펫 행사 사진.

영화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 주요 출연자들이 레드카펫 행사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 CJ엔터테인먼트


3일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설경구는 이번 작품으로 칸에 오면서 그간의 기억을 더듬고 환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박하사탕> 때 기억도 더듬어 보고 예전 생각을 좀 했다"며 그가 말을 이었다.

"공식 일정 중간에 시간이 남아서 좀 돌아다녔는데 그 생각이 나더라. 아무것도 모르고 칸에 왔던 때 말이다. <박하사탕>은 제 연기 인생에서 매우 큰 영화다. 그 이후에도 날 많이 지배했다. 흥행과 연기 면에서 모두 안 좋았던 때에 전환점이 됐지. <불한당>으로 또 칸에 오니 괜히 희망이 생기는 거 같다. 마음을 다잡아서 열심히 해봐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말을 길게 하진 않지만, 설경구가 지닌 생각의 묵직함은 그대로 전해졌다. <불한당>에 나오는 '이렇게 살려고 사는 게 아니고 살려고 이렇게 사는 것', '사람을 믿는 게 아닌 상황을 믿는다' 등의 대사를 읊으며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말"이라 언급했다. 그게 인생관은 아니겠지만, 설경구는 "그래도 삶에 적용하는 맞는 부분이 많더라"며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

"제가 자책을 좀 하는 편이다. 잘될 때도 자책한다. 이번 작품으로 뭔가 가슴이 뻥 뚫린 건 아니다. 다만 기복을 좀 줄이자, 울화를 줄이자 이런 생각을 했다. 열심히는 하는데 뭔가 좀 마음에 복잡한 느낌이 있다. 말로 설명은 못 하겠다. 하여튼 제겐 지금 긍정의 마인드가 필요한 거 같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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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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