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무현입니다> 포스터

영화 <노무현입니다> 포스터. 다큐멘터리 영화임에도 이례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 영화사 풀


영화 <노무현입니다>(감독 이창재)는 제목에서 보이는 그대로 제16대 대통령을 지낸 고 노무현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올해 열린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 제작지원 프로그램 '전주시네마프로젝트 2017' 선정 당시에는 'N프로젝트'라는 가제로만 알려져 있었지만, 영화제 시작과 함께 <노무현입니다>라는 이름으로 공개됐다.

영화를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간적 면모를 재조명하고자 하는 시도는 몇 번 있었다. 영화계 톱스타 송강호가 주연을 맡았고,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둔 <변호인>이 있었고, 지난해 10월 개봉한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무현, 두 도시 이야기>도 20만이 조금 안 되는 관객 수를 기록하며, 독립영화 기준 이례적인 흥행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이렇게 고 노무현을 소재로 한 영화마다 성공을 거두었지만, 한때 노무현이라는 이름은 결코 불러서도 언급해서도 안 되는 금기어처럼 여겨졌다. 심지어 <변호인> 같은 경우에는 누가 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산에서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였지만, 이 영화를 홍보하고 소개할 당시엔 '노무현'이라는 단어가 철저히 배제되기도 했다.

<변호인>이 노무현 인권변호사의 활동을 집중적으로 다루었다면, <노무현입니다>는 정계에 진출하고 거듭 낙선의 아이콘으로 입지를 굳히던 중 2002년 '새천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사표를 던진 후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다큐영화 <노무현입니다>의 한 장면

ⓒ 영화사 풀


노무현을 노무현이라 부르지 못했던 <변호인>

인권 변호사로 유명했던 노무현은 1988년 당시 김영삼이 총재로 있던 통일민주당의 공천을 받아 제13대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다. 그해 11월에 열린 '제5공화국 비리 특별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맹활약하며 청문회 스타로 입지를 굳혔다. 그러다 1990년, 통일민주당 총재 김영삼, 민주정의당 총재 노태우, 신민주공화당 총재 김종필 주도로 이뤄진 3당 합당에 반대하며 당에서 이탈한다. 그 이후 부산 동구, 부산광역시장 선거에서 연이어 낙선한 뒤 1997년 김대중이 창당한 새정치국민회의에 합류하였고, 이듬해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당선되는 기쁨을 누린다.

2년 뒤, 노무현은 전국구 정치인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서울 종로 공천을 거절한다. 그리고 김영삼(영남), 김대중(호남)으로 나뉠 정도로 지역감정의 골이 깊었던 시절, 김대중당(새천년민주당) 후보로 부산 북, 강서을 국회의원 선거에 당당히 출사표를 던진다. 예상대로 노무현은 당선에 실패했고, 이때부터 노무현은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노무현이 정계에 진출하던 1988년 열린 서울 올림픽 개막식 영상을 시작으로, 한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과 당시 노무현의 모습을 몽타주 형태로 대비시켜 보여주던 <노무현입니다>는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던 사람들과 나눈 인터뷰 영상을 토대로, 2002년 '새천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벌어진 '노무현 열풍'을 되짚어 보고자 한다.

영화 속 인터뷰이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기도 했던 문재인 대통령, 안희정 충남지사, 유시민 작가, 이광재 전 강원지사, 조기숙 교수, 서갑원 전 의원, 강원국 작가, 배우 명계남, 문성근 등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당시 노무현 후보의 당선을 위해 선거 운동에 앞장섰던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노사모') 회원들도 상당수 인터뷰에 참여한다. 노무현을 정말 가까이서 때로는 멀리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노무현을 당선시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던 2002년 그해를 자신들의 인생의 최고의 황금기라고 여기고, 끝까지 노무현의 곁을 지키지 못했던 것을 비통해한다.

 영화 <노무현입니다> 관련 사진.

ⓒ 영화사 풀


 다큐멘터리 <노무현입니다>

ⓒ 영화사 풀


2002년 노무현 열풍과 노무현 옆에 있던 사람들

이 영화가 다루고자 하는 대상은 분명 제16대 대통령을 지냈던 고 노무현이다. 2002년 새천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사표를 던진 노무현이 이인제, 한화갑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민주당 대선 후보로 제16대 대통령에 당선되는 극적인 스토리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14년이 지난 뒤, 당시 고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던 사람들의 육성 증언을 뒷받침시켜 2002년 노무현이 일으킨 정치적 이변에 생동감을 불어넣고자 한다.

그런데, 철저히 노무현 한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것 같은 <노무현입니다>는 노무현만을 위한 영화가 아니었다. 2002년 새천년 민주당 경선에 참여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과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인터뷰 영상을 번갈아 보여주며 묘한 분위기를 이어가던 영화는 당시 노무현 후보의 당선을 위해 마치 자기 일처럼 열과 성을 다해 뛰었던 노무현의 지지자들에 자연스럽게 그 시선이 옮겨간다.

안정적인 정치 행보를 뒤로하고, 자꾸 정치적 사지로만 나가려는 '돈키호테' 노무현을 좋아한 사람들은 대한민국 최초 정치인 팬클럽으로 불리는 '노사모'를 만들게 된다. 그리고 2002년 새천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부터 제16대 대선까지 물심양면으로 노무현의 당선을 돕는 데 결정적인 임무를 수행한다. 생업을 잠시 뒤로하고, 노무현을 대통령에 당선시키기 위한 선거운동에 참여했던 대다수 '노사모' 회원들이 바라는 것은 오직 노무현의 당선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노무현이 제16대 대통령에 취임하자 '노사모' 회원들은 약속대로 자신들이 속해있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고자 했다.

'노사모'에 대한 평가는 분분하지만, <노무현입니다>는 그에 대한 평가를 유보하고자 한다. <노무현입니다>가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2002년 민주당 경선에서 이변을 일으키고, 극적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노무현과 그를 지지하고 따르던 사람들의 지난날이다.

노무현의 대통령 당선을 위해 뛰었던 2002년이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행복했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노사모'들은 자신을 노무현이라 생각했고, 노무현과 완전히 하나가 되어,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놀라웠던 정치적 이변의 순간을 연출했다. 그래서 <노무현입니다>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뿐만이 아니라, 그와 함께 노무현 당선을 위해 뛰었던 사람들, 그를 열렬히 지지했든 그렇지 않았던 그 순간 노무현과 함께했던 이 세상 모든 노무현들을 위한 영화다.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비로소 온전한 이름을 되찾은 <노무현입니다>는 2009년 5월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곁을 떠나간 고 노무현 대통령과 여전히 그의 죽음을 애통해하는 이 시대의 노무현들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권진경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neodol.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노무현입니다 노무현 노사모 영화 변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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