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가 일제히 '유사 중간 광고'를 시작했다. '프리미엄 광고(PCM)'라고도 불리는데, 70분 분량의 예능이나 드라마를 1부와 2부로 쪼개 중간에 광고를 내보내는 방식이다. 현행법상 지상파 방송사에는 중간 광고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나온 일종의 편법이다.

SBS와 MBC는 지난 4월부터 주요 예능 프로그램과 주중 드라마에 프리미엄 광고를 도입했다. 수신료가 있는 KBS는 한발 물러나 있는 형국이었으나, 다음 달 2일 첫 방송을 시작하는 <최고의 한방>에 프리미엄 광고를 넣기로 했다.

'프리미엄 광고'라는 이름의 중.간.광.고.

 수상한 파트너.

SBS <수상한 파트너>. 방송사 관계자들은 중간 광고가 드라마 제작 환경에 숨통을 틔워줄 작은 구멍이라고 입을 모았다. ⓒ SBS


"60초 후에 공개합니다!"
"광고!"

Mnet < 슈퍼스타K >와 JTBC <히든싱어>의 대표 유행어였다. 결정적인 순간을 앞두고 등장하는 60초 중간 광고는 짜증을 돋우기도 하지만, 긴장감을 상승시키는 장치로 사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광고 포인트를 조정할 수 있는 비지상파와 달리, 지상파의 경우에는 프로그램을 반 토막 내 중간에 광고를 배치해야 하기 때문에 흐름이 끊길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3사가 프리미엄 광고를 도입한 이유는 수익 때문이다. 채널이 늘어나고, TV로 본방송을 챙겨보는 시청자층이 줄어들면서, 지상파 3사의 광고 매출은 꾸준히 감소 추세. 하지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스타 작가의 원고료와 배우들의 출연료, 장르가 다양해지고 시청자들의 눈이 높아짐에 따라 컴퓨터그래픽(CG) 등 후반 작업 비용이 늘어나면서 드라마 제작비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방송사는 16부작 미니시리즈 한 편에 보통 40억 적자가 나고, 50부작으로 기획된 주말드라마가 실패할 경우 최대 90억까지 적자가 난다고 우는소리를 한다. 실제 '초대박'이 났다고 평가받는 <태양의 후예>의 광고 판매액은 122억 원이었는데, 제작비만 120억 가까이 들었다. 해외 수익이 없었다면 적자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중간 광고는 몰입도가 높아 단가도 프로그램 앞뒤에 붙는 광고보다 최소 2배 이상 비싸게 팔린다. 방송사로서는 충분히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지상파 관계자 "치솟는 제작비, 중간광고라도 해야"

 군주 포스터

드라마 <군주> 포스터. 드라마의 제작비는 꾸준히 증가했지만, 수익은 악화일로를 겪고 있다. ⓒ MBC


SBS 김영섭 드라마본부장은 "중간광고는 '작은 숨통'"이라면서 "이미 지상파 TV 광고의 볼륨이 줄어든 상태이기 때문에, 중간 광고만으로 여러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이미 드라마 제작비가 기존 수익구조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치솟은 상황에서, 중간 광고는 제작비 조달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이야기다.

KBS 정성효 드라마센터장은 "자연스러운 포인트에서 끊고 광고를 내보내는 중간 광고와, 인위적으로 중간을 끊고 다시 시작하는 지금의 프리미엄 광고 방식은 다르다"면서, 지금의 방식은 "보는 사람도, 만드는 사람도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행 방송법을 어기지 않으려면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는 것.

지상파 관계자들은 형평성의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당초 비지상파에 중간광고를 허용한 이유는, 이들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였지만, 이미 지상파에 버금가는 수익을 올리고 있는 지금, 현행 방송법은 '비대칭 규제', '차별적 규제'라는 주장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6 방송영상산업백서'에 따르면, 지상파 광고 매출 점유율은 2006년 32.3%에서 19%로 급감했다. 방송사 별로 살펴보면, KBS는 5025억 원, MBC 4651억 원, SBS는 4366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같은 기간 CJ E&M의 경우 4543억 원으로 지상파 SBS를 넘어섰으며, 종편 채널 4사도 4071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태양의 후예. 응답하라 1988.

신드롬급 인기를 누린 KBS <태양의 후예>. 하지만 광고 수익은 tvN <응답하라 1988>가 더 높았다. ⓒ KBS, CJ E&M


학계 및 시민단체 "유사중간광고는 위법... 언론의 책임 다 하는 게 우선"

하지만 이러한 지상파 방송의 토로에 민주언론시민연합(아래 민언련)은 "현재의 구조는 비지상파에 대한 특혜"라고 인정했지만, "이는 비지상파도 중간광고를 허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해결해야지, 비지상파에 맞춰 지상파의 규제를 푼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민언련 김언경 사무처장은 "종편 등의 등장으로 지상파가 무한 경쟁 상황에 놓였고,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지상파 언론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중간 광고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언론의 의무는 다하지 않으면서, 책임만 시청자들에게 전가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중간 광고에 대한 논의는 지상파가 정상화되고, 건강성을 되찾은 뒤에야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언론중재위원이자 전 언론정보학회 회장을 지낸 정연우 교수(세명대 광고홍보학과)는 "현재의 유사 중간광고는 엄연한 위법이다. 분명한 위법 소지가 있는데도 방송통신위원회 등 규제기관이 제 역할을 하지 않고 묵인하고 있다. 어서 규제기관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교수는 "일부에서는 중간광고를 통해 지상파의 재원이 확대되면 프로그램의 질과 완성도가 높아져, 시청자들의 시청권을 보장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재의 경쟁력 저하와 낮은 완성도가 정말 재원 부족만의 문제냐"고 지적했다. 과도한 언론 개입 등으로 역량 있는 프로듀서들에 제대로 창의력과 열정을 발휘하지 못한 구조적 문제라는 것이다.

중간광고에 대한 논의는 1990년대 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논의는 지상파 방송사보다는 광고주의 요구에 의한 것이었다. 지금처럼 광고 창구가 다양하지 않을 때라, 지상파 방송의 광고 효과가 높았고, 그래서 광고주들은 TV에 더 많이, 더 자주 광고를 노출하길 원했기 때문이다. 당시 방송사들은 모두 재정적으로 안정적이었기 때문에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입장. 하지만 시간이 흘러 광고 창구는 늘어났고, 종편·케이블 채널까지 시청률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방송사의 수익 구조가 악화한 것이다.

정 교수는 "분명 방송사의 재원마련이 어려워진 측면이 있고, 중간광고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기는 하다"면서도, "논의에는, 늘어난 재원을 시청자들의 권리 확대를 위해 어떻게 투입하겠다는 구체적인 논의까지 필요하고, '양질의 콘텐츠를 시청하기 위해 그 정도는 이해하겠다'는 정도의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충분한 논의나 합의 없이 시청자에게 불편함을 주고, 시청권을 침해하는 일방적 (프리미엄 광고 도입) 결정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간 광고 프리미엄 광고 P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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