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노무현이 만든 영화다."

영화 <노무현입니다>를 연출한 이창재 감독은 대번 이렇게 말했다. <목숨>과 <길 위에서> 등 걸출한 다큐멘터리를 만든 이 감독은 "이 영화에는 내 이름이 보이지 않고 노무현 전 대통령만 나오면 좋겠다. 그게 최고의 목표다"라고 고백했다.

그를 잘 아는 관객들은 '영화 왜 이렇게 만들었어?'라고 되물었단다. '지금까지 이창재 감독이 만든 영화는 항상 객관적인 거리를 두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그 주변 사람들에게 경도된 것처럼 느껴진다'고 평했다고.

그는 웃음을 머금고 "그게 내 의도다. 영화의 대상이 '노무현'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모르겠지만 노무현인 이상 그가 가장 드러나야 하고 그를 대표할 수 있는 모습이어야 한다. 이 영화는 노무현이 만든 영화다"라고 답했다.

 다큐멘터리 <노무현입니다>의 이창재 감독이 23일 오후 서울 흑석동 중앙대 교수연구동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노무현입니다>의 이창재 감독이 23일 오후 서울 흑석동 중앙대 교수연구동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그의 눈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꾸 밟히기 시작한 건 지난 2009년 노 대통령 서거 이후부터였다. '왜 자꾸 대통령이 나한테 말을 거는 것 같지?' 그 느낌은 이어졌고 노무현 대통령 관련 책을 하나씩 사서 모으고, 줄을 치면서 읽고 그 안에서 노무현 영화를 제작할 '당위'를 찾았다. 이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영화 제작을 향한 마음은 '가랑비에 옷 젖는 느낌'으로 차츰차츰 쌓였다고 했다.

"그러다 문득 '왜 아무도 (노무현 영화를) 안 만들지? 아무도 안 하네?' 의아함이 생겼다. 한 영화제에 가서 노무현 다큐 만드는 사람들 없냐고 물었더니 다들 '왜요?' 이런 태도였다. 중견 다큐멘터리 감독 입장에서 '어? (이런 기회가) 나에게 오네? 아무도 안 만들면 나라도 해야지' 했다." (웃음)

하지만 알려진 대로 제작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이 감독은 문화 예술 탄압에 열과 성을 다하던 박근혜 정권이 자칫 영화의 제작 자체를 무산시킬까 두려워 "완성이 되기만 하면 온라인에 뿌리고 해외로 도망가겠다"고 선언까지 한 채로 영화를 완성하고자 했다. 목표는 하나였다. '8주기(2017.05.23)를 외롭게 해드리지 않겠다'는.

당초 12월로 예정됐던 대통령 선거가 일찍 앞당겨지며 영화 제작에도 박차를 가했다. 그렇게 25일 개봉한 영화는 예매율 2위라는 성과로 돌아왔다. 특히 이 감독으로서는 "멀티플렉스가 이 영화를 상영한다는 상상 자체를 해본 적이 없다"며 "비현실적"이라고 한다. 그는 말한다. "이건 노무현 대통령이 만들어준 작품"이라고.

개봉을 2일 남겨둔 지난 23일 노무현 대통령 8주기, 영화 <노무현입니다> 이창재 감독을 서울 중앙대학교에서 만났다.

"10만 명만 봤으면, 그 다음은 부록"

- 얼마나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나?
"내가 그동안 제작한 영화 3편을 다 합쳐서 10만 정도이니 10만 명 정도만 봤으면 좋겠다. 10만 명만 넘으면 그 다음부터는 '부록'이다. 농담 삼아 말씀드리지만, '주연 배우'인 노무현이 뛰어나니 그를 등에 업고 가는 영화가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든다. 이번 영화에서는 소위 내 영화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을만한 부분을 많이 죽였다. 이 영화를 위해 비트가 빠른 음악도 들었다."

- '8주기를 외롭지 않게 해드리겠다'는 목표라니 최소한 이를 이룬 것 같다. 여러 시사회를 가졌는데 그 중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나?
"맞다. 이미 충분하다. 영화관에서 보지 않으시면 이후 온라인에서도 많은 분들이 보시겠지. 내게 최고의 찬사는 그거다. VIP 시사회 티켓을 보낼까 말까 고민하던 사람이 있다. 내 전작들도 모두 보러올 정도로 가까운 사람이라 카톡으로만 제안을 했다. 이 사람은 나랑 대척점에 있는 보수적인 사람이고 우리 사회 최고 주류다. 당연히 노무현 싫어한다. 그를 '혐오한다'는 표현까지 썼다. 내게도 이런 영화 왜 만드느냐고 물었다. '이 감독 그렇게 안 봤는데 왜 이런 걸 만들어? 뭐가 잘못됐지?'라고. 그런데 시사회에 온 거다.

그런 양반이 거두절미하고 '나는 노무현의 정치적 공과에 대해 당신과 다른 입장일 거야. 앞으로도 나는 과가 더 많다고 생각할 거야. 그런데 내가 노무현에 대해 잘못 본 부분이 많았어. 이 모든 것들이 정치적 계산과 음모로 발생한 줄 알았는데 이 영화를 보니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이 사람은 진실된 사람처럼 보인다. 그 부분은 내가 (생각을) 수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을 한 거다. 내가 그랬다. '지금까지 들었던 그 어떤 찬사보다 내게 최고의 찬사'라고. 노무현이 가장 좋아할 대답은 바로 이런 거라고. 이 영화를 통해서 자신의 이념적 지평을 바꾸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이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알고 나서 비판했으면 한다. 열린 사회니까. 그게 내 입장이다."

 다큐멘터리 <노무현입니다>의 이창재 감독이 23일 오후 서울 흑석동 중앙대 교수연구동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노무현입니다>의 이창재 감독이 23일 오후 서울 흑석동 중앙대 교수연구동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 이 영화에는 정작 감독의 시선이 많이 드러나지 않는다. 이창재 감독은 노무현 대통령을 어떻게 보고 있나?
"인간으로서 정말 매력적인 사람. 이런 어른이 있다는 걸 자랑해도 될만큼 매력적인 사람 같다. 노무현은 강력한 이념을 내세우지 않고 그저 하나의 인간됨의 표본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난 이렇게 사는 게 '사람 사는 세상'의 사람이라고 생각해'라면서. '사람으로서 이렇게 사는 게 제대로 사는 거 아니야?'라고. 영화 엔딩에서 '우리가 노무현'이라고 언급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인간으로서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 분이 누가 있나. 그래서 제대로 알자는 거다. 이 분이 어땠기에 사람들이 그랬는지. 왜 사람들이 블랙홀처럼 노무현에게 갔을까? '정신 나간 놈들 아니야?'라고 손가락만 보지 말고 원인에 대해 제대로 알고 가자. 이렇게까지 그가 사회에 영향력을 주고 있는 이유가 뭔지. 이 다큐는 처음 시작도 인간 노무현이고 끝도 인간 노무현이다."

- 2009년 이전에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어떤가? 그 시각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나 아니면 변했나?
"2009년에 광화문을 다녀온 다음 노무현 대통령의 공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다. 공과를 다 가진 사람이고 더 나아가서 인격적으로도 허물이 많다. 하지만 유시민 작가 말처럼 '뭔가 해주고 싶은 사람'? 모든 정책이나 이데올로기까지 초지일관 인간을 중심으로 달려온 사람이라 본다.

'과'를 보자면 당시 지향하고자 했던 전략이 있었다면 전술 자체가 적었던 것 같다. 내 마음만 전달하면 다 알아줄 거고 따라줄 거라고 했던 순진한 생각들이 실제 정책 집행에 동력을 많이 떨어지게 했던 아마추어적 사고라 본다. 그 부분은 문재인 대통령도 말을 많이 했다. 검찰이나 국정원 등 자유를 주기에 앞서 정통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자유를 먼저 줘버렸다. 자율이라는 건 그 자체로 순수하고 좋은 것이지만 자율을 행하는 주체에 따라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게 참여정부를 통해 얻은 교훈이다.

그래서 나는 문재인 대통령이 정권을 잡으면 바뀔 거라고 보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런 모습을 옆에서 봤으니 피해가리라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8주기 추도식 모습을 보고 하나의 희망을 봤다. 이번을 끝으로 남은 재임 기간동안 추도식에 오지 않겠다고 하는데 인간으로서는 그러면 안 되지 않나 가장 가까운 사람인데. 그런데 당신이 그 인간보다도 지도자라는 책무가 더 크기 때문에 다 내려놓은 다음에 다시 오겠다고 했다. 그 전까지는 통합이 우선이라는 거다.

하지만 공과에 대해서는 역사라는 세월 아래 삭혀서 좀 더 냉정하게 바라봐야 할 부분으로 남겨둬야지 노무현이 좋기 때문에 다 옳다는 이야기는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마오다. 마오쩌둥이 되는 거고 홍위병이 되는 거다. 그거랑 별개로 정치라는, 인격조차 다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이 무시무시한 곳에서도 당신이 어떤 태도로 인간성이나 실존을 지켜내려고 했는지를 보여주고 싶다. 노무현이 블랙홀에 빠져 자신의 정체성을 다 잃어버렸다면 이야기할 가치가 없는 일이다. 대통령이 됐든 변호사든 정치인이든 인간 실존에 대해 강하게 견지하려는 의지가 있었다고 본다."

- 문재인 대통령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정작 <노무현입니다>에는 문재인 대통령 분량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 이유가 있나?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야기가 재미가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스토리텔링을 하는 능력보다는 서술 능력이 있다. 예를 들어 '노무현 대통령은 언제 대권에 대한 꿈을 꿨나?' 이렇게 물으면 'O날 O일 같은데요?' 이렇게 변호사라 숫자까지 정확하게 팩트를 나열하는 스타일이다. 첨삭하거나 과장하는 걸 싫어한다. 그게 지금은 빛이 난다.

이를 테면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함께 겸상을 한 거다. 노무현 대통령은 육군 병장 출신이라 고생하고 즐거웠던 이야기를 한다. 분량이 제법 된다. '아 군대 생활 힘들게 하셨구나' 하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특전사 출신이다. 목숨을 걸고 하니 일화가 많이 나와야 하는데 '나는 체질에 맞다'거나 '사격이 잘 됐다' '수중침투가 잘 되더라'라고 말을 하는 거다. 그러다가 구타 문제가 나온다. 제대 전날 후임들이 갑자기 방망이를 들고 와서 한 대씩만 때려달라고 했단다. 왜 그러느냐고 하니까 한 번도 맞지 않았다는 거다. 특전사처럼 목숨이 오가는 상황에서는 폭력이 생활화돼있는데 문재인은 한 대도 안 때렸다는 거다. 그런데 대답하기를 '내가 그날 술에 취해서 때리고 나왔는지 아닌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극도로 법조인 답달까. 살을 안 붙이고 팩트 그대로를 전달하는. (웃음) 이 분은 앞으로도 절대 살 안 붙일 사람이라는 믿음은 있다. 말을 안 했으면 안 했지 포장을 안 하겠다는. 그런 은근한 맏형 같은 믿음이 인터뷰 끝날 때 느껴졌다."

 다큐멘터리 <노무현입니다>의 이창재 감독이 23일 오후 서울 흑석동 중앙대 교수연구동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노무현입니다>의 이창재 감독이 23일 오후 서울 흑석동 중앙대 교수연구동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우는 모습은 모두 잘랐다"

- <노무현입니다>는 노무현이 대통령 선거에 당선되고 난 뒤 재임 기간을 다루지 않고 바로 대통령 서거일로 넘어간다. 그 이유가 있나?
"이 영화는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봄'에 대한 이야기다. 2002년 완전한 승리로 이끌었던 희망의 봄이 한 축에 있다면 2009년 절망의 봄이 있다. 3월 수사가 들어갔던 것처럼 3월부터 민주당 경선이 시작됐고 고조되는 지점도 비슷하다. 거기서 전율을 느꼈다. 7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거의 비슷하게 진행되는 모습이. 당신(노무현)의 빛나는 순간과 추락하는 순간이 그대로 겹쳐지는 이야기다."

- 그런데 정작 서거 이후는 간단하게 다루고 넘어간다.
"그렇다. 희망의 봄이 너무 길었다. 경선만 보여줘도 시간이 다 끝나버린 거다. 감독을 믿어주면 2편을 만들 수 있다고도 해봤는데 스코어(관객 동원력)도 없는 감독이라. (웃음) 개인적으로 아쉽다. 사실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시민 노무현으로 돌아왔을 때 인간 노무현이 훨씬 잘 보인다. 제일 빛나고 사람들도 되게 좋아한다. 그 빛나는 시점에서 추락되는 걸 보면 굴곡도 강하고 무엇보다 영상 소스가 많다. 하지만 한 번만 보여줘야 한다면 희망의 봄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훨씬 '노무현스럽다.' 당신의 마지막이 우리에게 절망을 주긴 했지만 그 전까지는 철저한 낙관주의자이자 희망을 찾는 사람이었기에."

- 편집을 하면서 잘려나가 아쉬운 부분이 있나?
"끝까지 좀 만지작거렸던 건 안희정 지사 인터뷰. 1992년 당시 동구권이 완전히 무너지고 대안이라는 세계가 안 보였을 때 안희정 지사가 자기 마음을 둘 곳이 없다고 우리는 어디를 향해 가야 하냐고 그런 질문을 야인이 된 노무현 의원에게 물어봤다고 한다. 그랬더니 노 의원이 하신 말씀이 '인간 하나하나는 발전하지 않는다. 설득하려고 노력해봐도 그 사람이 가진 생각을 바꾸는 건 힘들다. 그런데 '영장류'라는 유(類)적 존재로서의 인간은 계속 발전하고 진보해왔지 않나. 우리는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실망으로 세상에 대한 비관을 가질 게 아니고 '유적' 존재를 이끄는 사람으로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했단다. 안희정 지사는 훗날 이 말을 곱씹으면서 내적 원동력을 찾았다고 하더라. 노무현에게는 그런 선지자적인 것이 있다. 앞으로 노무현 대통령 당신이 계속 다른 누군가에 의해 구현될 때, 사람 사는 세상에 가까워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 <노무현입니다> 관련 사진.

영화 <노무현입니다> 관련 사진. ⓒ 영화사 풀


- 영화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울었다. 의도를 한 부분인가?
"이 정도가 '최소의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충분히 감동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노무현의 연설을 강조한 이유는 노무현과 연설을 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다. 당신의 사상과 장점이 녹아있는 거라 뺄 수가 없었다. 명계남 선생이 말하기를 그 연설을 들었을 때 가슴이 콱 뚫리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연설 하나로 충분히 감동 받았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감동은 필수 요소였지만 인터뷰에서 눈물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안희정 지사가 인터뷰를 하다가 눈물을 흘리고 막 운다. 당연히 잘랐다. 바로 잘라버렸다. 신파는 절대 싫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실제 인터뷰를 했을 때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나오는 패턴이었다. 인터뷰든 구술이든 말을 더 이상 못 잇는 지점이 있다. 꼭 서거만이 아니라 그냥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무너져버린다.

김정호 봉하마을 대표 같은 경우에는 '저는요. 노 대통령에게 빚진 거 없어요' 하더니 갑자기 운다. 못 참고 10분 정도 우셨다. 이걸 계속 겪었다. 보통 7년이 지났다고 했을 때 느끼는 노무현에 대한 온도가 아직도 균질하고 정제된 것이 아니라 아주 불안한 기운을 갖고 있더라. 탁 건드렸을 때 갑자기 임계점에 도달해버리고 다운돼버리는 것이. 그걸 담지 않으면 안 된다. 한 분도 빠짐 없이 다들 펑펑 운다. 하지만 극히 절제했다. 화면에서 진짜 눈물이 주르륵 흐르는 것들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실제 온도가 100도 정도 되면 50~60도 정도에서 끊었다.

이런 영화를 노무현 대통령이 안 보고 싶어할 것 같았다. 엉엉엉 하고 있는 것들은 되게 부담스러워할 것이고 이건 내 식 아니야 라고 할 것 같아 좀 차갑게 잘라냈다. 되게 쿨한 편이어서 자기 절제 같은 것들이 글을 보면 느껴진다. 감정적 서술에서는 탁 끊어버리더라. 그래서 여운이 많이 남는다. 한 마디로 엉엉엉 하는 건 좀 노무현 대통령스럽지 않다. 눈물이 날 지언정 그걸 밖으로 드러내는 스타일은 아니라고 봤다.

그런데 좀 놀란 부분은 관객들이 뒷부분이나 광주 경선 때 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앞부분부터 우는 것이었다. 내 의도와 상관 없이 노무현이라는 담론이 가진 비극성과 슬픔에 스스로를 투영한 것 같다."

 다큐멘터리 <노무현입니다>의 이창재 감독이 23일 오후 서울 흑석동 중앙대 교수연구동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노무현입니다>의 이창재 감독이 23일 오후 서울 흑석동 중앙대 교수연구동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 실제 영화에서는 광주 경선 부분이 가장 드라마틱하게 느껴졌다.
"도대체 어떻게 구현을 하지? 싶었다. 광주 경선이 인생의 전부라고 표현들을 하는데. 60촉짜리 백열등 전구인데 120와트가 들어와 타버렸다고. 너무 벅차서 자기 속이 모두 타버렸다고 하더라. 그래서 이후 경선이나 대선이 끝난 후에 일상으로 돌아오는 게 불가능했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걸 어떻게 태울 건지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김영진 프로그래머는 영상을 보고는 '왜 당신이 광주 경선 한복판에 들어가 있냐'고 이야기를 했는데 난 그것이 '들어가 있어야 느껴지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광기다. 광기. 그런데 그 광기가 관찰할 때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사운드도 다른 장면은 2채널로 가다가 5.1채널로 넣었다. 광주 경선에서는 그래서 여기저기서 함성 소리가 들린다.

마치 경선 현장에 들어가 그 환호와 광기를 느끼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게 제일 어려웠고 광주가 구현되지 않았다면 이 영화 자체가 추락했을 것 같다."

- 가장 인상적으로 본 인터뷰이는 안기부 요원 이화춘씨였다.
"실제 이화춘 선생님과의 인터뷰에서 그런 내용이 나온다. '네도 밥값 좀 해야지 정보 요원인데 밥값 못해서 어쩌노'라고 노무현이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정보 주실려고요?' 하니까 '줘야지 어쩌겠노. 네가 안 알아가면 정보과에서 알아간다. 너는 보고서 멋지게 써서 내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화춘 선생 당신이 밥값을 하는데 노무현 대통령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다 결정적인 사건 하나가 있었는데, 갑자기 권양숙 여사가 온 거다. 납치인지 실종인지 건호 아빠가 없어졌다고. 내 쪽에서 데려간 거 아니냐고 물어보는 거다. 그래서 '내가 담당인데 안 데려갔다'고 말하고 위에 올라와 '야 누가 노무현 데려갔어?' 이렇게 된 거다. 누가 데려갔어? 라고 황당해하면서도 권 여사에게 말도 못하고 '누가 장난친 거 아니야?' 이라고 있는데 동료가 획 지나가면서 '정보과 정보과'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아 경찰 라인에서 잡아갔구나' 그런데 그 당시는 실종 처리가 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한다. 사고사로 위장하기도 하고. 그래서 정보과에 권 여사랑 같이 가 '노무현 데려갔지?'라고 물었다. '여기서 노무현 데려갔잖아. 내 담당이고 나 조서도 써야 한다'고. 그러니 정보과 직원이 '아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는데' 하는 거다.

끝난 거다. 인정을 해버렸으니. 실종이든 사고사든 정보과 책임이라고 권 여사가 있는 데서 인정을 해버렸으니. 노무현 대통령은 일주일 후에 풀려났다더라. 몰랐다면 어떤 사건이 벌어졌을지."

- 영화 <변호인> 같다.
"전두환 대통령 때라 벼르고 있었다고 한다. 이후 이화춘 선생은 그 때문에 징계를 먹었다고 한다. 퇴출 대상까지 올라 승진도 누락되고. 노무현과 이화춘은 인간 대 인간으로 서로 친구가 돼버린 거다. 이화춘 선생 인터뷰에서 '내 담당인데 내 친구야'라는 문장을 쓴 이유다. 제일 멀리 있는 적하고도 마음을 열어주고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밑에서 일을 하는 사람은 당연히 노무현이 주인공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인간 노무현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화춘 선생은 인터뷰 전에 되게 고심도 많이 하셨고 오로지 노무현 때문에 인터뷰에 나왔다. 나중에 노무현 대통령이 어려울 때 이화춘씨가 거의 격월로 당신의 월급을 내주셨다고 한다. '어떻게든 먹고 살아야 할 거 아니냐'면서."

<노무현입니다>는 6월 이후 책으로도 제작이 된다고 한다. 이창재 감독은 영화에 인터뷰 자체가 들어가지 않은 사람이 많다면서 미안해 했다. 그들의 정성 어린 인터뷰를 책 안에 넣고 미공개 영상을 잘라 기념관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도 있다고 한다. 그는 웃으면서 "(이 영상들은) 내 것이 아니고 그 분(노무현 대통령)의 것이니까 우리 자산이 아니니까 공개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 러닝타임은 그 세월의 무게에 비해 지나치게 짧다. 앞으로도 우리는 두고두고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노무현입니다 이창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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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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