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삼성의 4연승을 저지하고 시즌 20승 고지를 밟았다.

김진욱 감독이 이끄는 kt 위즈는 지난 2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3방을 포함해 장단 18안타를 터트리며 12-3으로 대승을 거뒀다. kt의 에이스 라이언 피어밴드는 7이닝 5피안타3실점의 안정된 투구로 시즌 6승째를 챙겼다.

kt는 지난 21일 넥센 히어로즈전에 이어 2경기 연속 두 자리 수 득점을 올리며 신바람을 냈다. 팀 타율 최하위(.254)에 머물러 있는 kt로서는 방망이가 살아나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기 때문에 연승 기간 동안 보여준 대량 득점은 더욱 반갑다. 특히 이날은 퓨처스리그에서 올라온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김동욱이 프로 데뷔 후 첫 연타석 홈런을 기록하며 kt 타선을 주도했다.

포수로도, 타자로도 완생하지 못한 미완의 대기

김동욱은 아직 야구팬들에게 개명 전 이름인 김동명으로 더욱 익숙하다. 제주에서 태어나 중학교 때부터 대구로 야구 유학을 온 김동욱은 대구고 시절 포수 유망주로 삼성 라이온즈에 1차 지명을 받았다. 그 해 대구 경북 지역에 이렇다 할 인재가 없어서인지 김동욱은 1차 지명 선수임에도 계약금은 1억3000만원에 불과했다(참고로 당시 두산 베어스의 1차 지명 선수 이용찬과 임태훈은 각각 4억 원이 넘는 계약금을 받은 바 있다).

2007년 1군 경기에 출전하는 등 나름대로 삼성에서 장기적으로 키우던 포수 유망주였던 김동욱은 2008년 어깨 부상을 당하며 수술을 받았고 2009년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했다. 2011년5월 소집 해제 후 팀에 복귀한 김동욱은 그 해 퓨처스리그에서 47경기에 출전해 타율 .327 1홈런18타점21득점을 기록하는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진갑용, 이정식(이상 은퇴), 이지영 등이 버티고 있는 삼성의 1군에서 김동욱에게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결국 김동욱은 2012년 1경기, 2013년 4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고 2013 시즌이 끝나고 열린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신생팀 kt로 이적했다. 사실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는 삼성에서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하던 김동욱에게는 썩 나쁘지 않은 이적이었다.

kt 이적 후 포수뿐 아니라 1루, 외야수까지 소화한 김동욱은 2014년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356 17홈런57타점12도루를 기록하며 김사연과 함께 퓨처스리그를 폭격했다. 하지만 2015년 kt가 1군 리그에 합류한 후에는 1루에서는 장성호(은퇴)와 댄 블랙, 포수에는 윤요섭과 장성우에게 밀리며 1군에서 21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다(타율 .196).

김동욱은 작년 시즌 타격에 전념하기 위해 포수를 포기했지만 역시 1군에서는 21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나마 5개의 안타 중 3개가 홈런이라는 것이 위안거리였지만 시즌 타율 .135에 불과한 마구잡이 스윙으로는 1군에서 살아남기 힘들었다. 그렇게 김동욱은 최하뤼 kt에서조차 존재감이 미미한 선수가 된 채로 30대를 맞았다.

퓨처스리그 지배하고 1군 승격 후 4경기 3홈런 대폭발

올 시즌 연봉이 4000만원에서 3100만원으로 삭감된 김동욱은 이름을 김동명에서 김동욱으로 바꾸고 다가올 시즌을 위한 각오를 다잡았다. 하지만 김동욱은 시범경기에서 타율 .346로 좋은 타격감을 선보이고도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다. 역시 수비에서 확실히 책임질 수 있는 자신의 주 포지션이 없는 게 치명적이었다.

김동욱은 1군이 아닌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지만 퓨처스리그에서 김동욱이 증명할 것은 남아있지 않았다. 김동욱은 올해 퓨처스리그 22경기에 출전해 타율 .405 30안타5홈런22타점20득점을 기록했다. 그 사이 kt의 1군은 시즌 8홈런을 기록한 박경수를 제외하면 지독한 장타 빈곤에 시달리고 있었다. 팀 홈런 9위(27개)에 팀 장타율은 리그 최하위(.359)였다.

결국 김진욱 감독은 지난 19일 퓨처스리그에서 팀 내 최다 홈런을 기록하고 있던 김동욱을 1군으로 불렀다. 김동욱은 지난 19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6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해 2루타 한 방을 포함해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21일 경기에서는 유한준 대신 대수비로 출전했다가 7회 시즌 첫 홈런을 터트리기도 했다. 3경기에서 장타 2개. 김동욱은 김진욱 감독이 기대했던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다.

23일 삼성전에서도 김동욱은 선발로 출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4회 이진영을 대신해 대주자로 경기에 투입됐고 5회와 7회 승부에 쐐기를 박는 연타석 홈런을 터트렸다. 9회 마지막 타석에서도 안타를 추가한 김동욱은 3타수3안타(2홈런)3타점4득점으로 프로 데뷔 후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4경기에서 3개의 홈런을 기록 중인 김동욱은 벌써 팀 내에서 박경수에 이어 홈런 단독 1위로 뛰어 올랐다.

지난 2011년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 고 장효조 감독은 삼성 2군 감독 시절 김동욱을 지도하며 '반드시 성공할 선수'라고 점 찍었다. 하지만 장효조 감독의 예언(?)과는 달리 작년까지 김동욱은 통산 타율 .176에 불과한 무명 선수였다. 그런 김동욱이 올 시즌에는 무려 .545(11타수6안타)의 타율로 시즌을 시작하고 있다. '타격의 달인'이라 불리던 장효조 감독의 예언은 올 시즌 김동욱에 의해 실현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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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T 위즈 김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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