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러브리스>의 한 장면.

영화 <러브리스>의 한 장면. 가히 불륜의 결정판이라고 할 만한 작품이다. ⓒ Wild Bunch


아이를 둔 두 남녀의 또 다른 사랑. 이를 흔히 말하는 불륜이라 표현한다면 영화 <러브리스>는 말 그대로 '불륜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이 작품, 제70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고, 23일(현지시각)까지 영미권 유력 영화지인 <스크린 인터내셔널> 기준으로 최고 평점(3.2)을 받았다.

이야기 구도만 놓고 보면 한국 관객에게 친숙하다. 본인이 원하지 않는 결혼을 한 제냐(Maryana SPIVAK)와 보리스(Alexey ROZIN)는 위태한 결혼 생활을 이어나간다. 아이의 눈은 제대로 바라보지 않은 채 육아의 책임을 떠넘기기 일쑤다. 동시에 이들은 각자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애인이 있다. 심신이 지칠 때면 이들은 집에 들어가기보다 애인의 거처로 가 욕정을 풀어낸다. 자신의 욕망대로 살던 젊은 부부, 그들에게 상처 입은 아이는 말도 없이 집을 나간다. 영화는 사라진 아이를 찾기 위해 애쓰는 이 불안한 부부의 온갖 상태 변화를 묘사했다.

왠지 국내 주말 막장드라마 냄새가 난다. 하지만 분명 칸이 택한 데는 이유가 있을 터. <러브리스>의 묘미 중 하나는 각 인물의 정서적 흐름과 화면 구성의 묘한 일치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집에선 사랑받지 못한 아이는 귀갓길에 숲에 버려진 긴 테이프 끈과 나뭇가지를 주워 둘을 연결하고는 큰 고목 위로 던진다. 그리고 다음 날 집을 나가 버린다.

만나면 서로를 질책하느라 언성만 높이던 제냐와 보리스,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이웃들의 무표정은 무채색 일색인 러시아 풍광과 어우러지며 한층 쓸쓸함을 더한다. 애인에게 힘듦을 토로하고 애인은 이들에게 "사랑 없이 살기 힘들다"라며 조언한다.

무엇으로 사는가

 영화 <러브리스>의 한 장면.

영화 <러브리스>는 사랑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을 던진다. ⓒ Wild Bunch


사랑은 인류의 가장 오랜 화두 중 하나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서로를 아끼고 품는 감정을 사랑이라 한다면 그것만큼 불분명하고 추상적 단어가 없을 것이다. <러브리스>는 사랑으로 맺어진 혹은 사랑이 전제조건이라 믿는 부부 관계를 불륜 관계와 접합시켜 두 관계 모두 얼마나 위태로울 수 있는지를 담담하게 제시한다.

아이 찾기가 이 영화의 주된 동력이긴 하지만, 그 아이의 발견 여부가 크게 중요하진 않다. 사랑이란 걸 믿는다면, 과연 그 사랑이란 게 어떤 건지 <러브리스>는 꽤 집요하게 파고들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 파고듦이 감정적으로 유쾌하게 다가오진 않지만 꽤 객관적이고 명징해 영화를 다 보고 나오면 충분한 환기로 작용한다.

영화 제목은 극 중 제냐의 애인이 던진 말에서 따온 것이다. "사랑 없이 살 수 없지"라는 이 간단한 말에 제냐는 묘한 심리적 위안을 느낀다. 그런데, 애인과는 정말 사랑이란 걸 한 걸까? 그 결말이 궁금하다면 <러브리스>를 꼭 보길 추천한다.

평점 :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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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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