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펩시티(펩 과르디올라 감독+맨체스터 시티)'의 이번 시즌이 종료됐다. 세계 최고의 감독 중 하나인 펩 과르디올라 감독을 품은 맨시티의 도전은 강렬했지만 결과적으로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지난 21일 영국 왓포드 비커리지 로드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와 왓포드 FC의 2016-2017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38라운드 경기를 끝으로 맨시티의 올 시즌이 마무리됐다. 이날 경기에서 맨시티는 세르히오 아구에로의 멀티골에 힘입어 5대0 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승점 78점(23승 9무 6패)을 기록하게 된 맨시티는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펼쳐졌던 리버풀·아스날과의 챔피언스리그 티켓 경쟁에서 결국 웃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유종의 미를 거뒀지만 맨시티의 올 시즌은 아쉬운 시즌으로 남게 됐다. 세 시즌 만에 EPL 우승에 도전했지만 우승 경쟁에서는 오래 전에 탈락했다. 내심 우승까지 바라봤던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AS모나코에게 덜미를 잡혀 16강에서 쓴 맛을 맛봤고, 그나마 남았던 잉글랜드 FA컵에서도 준결승에 탈락했다. 과르디올라는 2008년 FC 바르셀로나에서 감독 데뷔를 한 이래 처음으로 무관으로 시즌을 마쳤다. EPL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됐던 '펩시티'의 아쉬움과 가능성을 살펴본다.

'시한폭탄' 같았던 골키퍼

근래 맨시티 중 '펩시티'의 골키퍼가 가장 불안했음은 확실하다. 우승에 도전하는 팀임에도 주전 골키퍼를 확정할 수 없을 정도로 맨시티의 최후방은 신뢰감을 전혀 주지 못했다.

이적 시장부터 골키퍼 자리는 많은 말들이 오갔다. 과르디올라는 그동안 맨시티의 수문장으로서 수년간 맹활약한 조 하트를 토리노로 임대 보내고 바르셀로나의 골키퍼였던 클라우디오 브라보를 영입했다. 조 하트라는 능력있는 골키퍼를 쉽게 내친 것에 대한 비판도 존재했지만, 세계 최고의 골키퍼 중 하나로 꼽히는 브라보의 영입은 '신의 한수'처럼 여겨졌다.

브라보는 선방 능력은 물론이고 과르디올라가 가장 중요시 여기는 '발기술'을 가진 선수다. 골키퍼부터 차근차근 빌드업을 시도하는 과르디올라의 전술상 브라보의 활약상은 그 어떤 선수보다 중요했다.

하지만 올 시즌 브라보의 활약은 기대 이하다. 기대 이하 수준이 아니라 자격 미달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로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22경기 나선 브라보는 고작 다섯 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했다. 불안한 맨시티의 수비 탓으로 브라보의 부진을 돌리기엔 브라보의 퍼포먼스는 너무나도 저조했다. 지난 에버튼과 번리로 이어지는 경기에서 상대의 6개의 유효 슈팅을 모두 막지 못해 6실점을 그대로 내주기도 했다.

최대 장점인 발기술도 불안했다. 상대 공격수의 저돌적인 압박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실수를 연발했다. 브라보의 부진 속에 백업 골키퍼 윌리 카바예로가 출장해 준수한 활약을 보여줬지만 골키퍼에게 많은 임무를 부여하는 과르디올라가 만족하기엔 부족했다. AC밀란의 재능 잔루이지 돈나룸마부터 레스터시티의 슈마이켈까지 맨시티 수문장에 대한 영입설이 연일 쏟아질 정도로 골키퍼 자리는 맨시티의 가장 큰 약점이었다.

노쇠한 수비진

골키퍼 개인의 부진으로만 치부하기에 올 시즌 맨시티의 수비는 너무나도 허술했다. 리그에서 지난 시즌보다 실점이 줄긴 했지만 와르르 무너지는 경기가 자주 연출됐다. 맨시티의 허술했던 수비에 가장 큰 원인은 노쇠한 수비진에 있다.

현재 맨시티의 수비진 중 만 30세 이하의 선수는 오타멘디와 존 스톤스 단 둘 뿐이다. 물론 수비진은 경험이 중요하기에 베테랑들이 다수 배치되긴 하지만 지금의 맨시티 수비진은 지나치게 베테랑의 비중이 높다. 수비형 미드필더들도 30세 이상의 선수가 대부분이다.

무엇보다도 풀백의 노쇠화가 치명적이었다. 그나마 스톤스-오타멘디가 구축한 중앙 수비라인은 완벽하진 않아도 준수했지만, 측면 수비는 매경기 불안감을 노출했다. 맨시티의 풀백들은 EPL에서 잔뼈가 굵었지만 경험만으로 수비를 해내기엔 한계가 있었다. 상대의 빠른 측면 공격수에 느려진 맨시티의 풀백들은 고전했다.

대표적인 경기가 AS모나코와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경기다. 맨시티는 1차전 5대3 승리에도 불구하고 2차전에서 1대3 패배를 당해 원정 다득점에 밀려 탈락했다. 2차전 경기에서 맨시티는 모나코의 발 빠른 풀백과 측면 공격수의 협업에 정신을 못차렸다. 맨시티의 풀백들은 모나코 선수들의 뒤꽁무니를 쫓아가기 바빴다.

결국 과르디올라는 시즌 중후반부터 풀백 자원이 아닌 페르난지뉴 혹은 헤수스 나바스를 풀백으로 투입했다. 두 선수의 활약이 나쁘진 않았지만 전문 풀백을 대체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골키퍼와 마찬가지로 맨시티 풀백 자리도 대대적인 교체가 있을 예정이다.

혁명가 과르디올라와 젊어진 공격진

기대 이하의 성적과 경기력을 보여줬지만 다가올 시즌 맨시티를 향한 팬들의 시선은 의심보다는 신뢰가 크다. 뚜렷했던 약점만큼 인상적이었던 강점도 동시에 보여줬기에 그러하다.

먼저 과르디올라의 존재감이 가장 크다. 과르디올라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전술을 구사함에도 트로피를 수집하는 감독이다. 성적은 아쉬웠지만 맨시티에서도 전술은 여전했다. 시즌 초반 측면에 위치한 풀백을 공격시에 중원에 배치시키는 전술은 평론가들의 찬사를 이끌어 냈다.

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 뮌헨 시절 구사했던 압도적인 '플랜A 전술'은 없었지만, 쓰리백과 포백을 오가는 다양한 전술로 상대를 공략했다. 공의 점유와 짧은 패스에 집착하던 모습을 버리고 팀 사정과 경기 상황에 맞게 전술을 수정하는 유연성도 보여줬다. 경기 막판 승리를 지키기 위해 수비수를 계속해서 투입하는 모습은 과르디올라에게 볼 수 없었던 장면이었다.

과르디올라의 지휘 아래 공격진들은 실력을 만개했다. 케빈 데 브라위너는 18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맨시티의 새로운 에이스로 자리매김했고, 르로이 사네는 어린 나이에도 폭발적인 개인전술로 맨시티의 '크랙' 역할을 다했다. 시즌 중반 합류한 가브리엔 제수스는 위기에 순간마다 등장해 골을 터뜨렸다. 세 선수 모두 1990년대 생이다. 과르디올라가 리오넬 메시, 페드로 등의 젊은 선수를 성장시킨 경험은 맨시티에서도 유효했다.

가장 놀라운 것은 아구에로의 변화다. 그동안 득점에만 에너지를 집중했던 아구에로는 과르디올라 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비가담·연계 등의 능력을 갖춘 만능형 공격수로 변신했다. 급격한 역할 변화에 시즌 내내 과르디올라와 아구에로 사이에 어색한 기류가 흘렀지만, 결국 아구에로의 변신은 성공으로 귀결되는 분위기다. 수많은 가능성 속에서 최근 과르디올라가 아구에로의 잔류를 천명했다. 발전한 아구에로의 잔류로 맨시티의 공격진은 다음 시즌에 더욱 뜨거울 전망이다.

1부 리그 감독 데뷔 이후 가장 혹독한 시즌을 보낸 과르디올라. 여전히 더 큰 성공을 갈망하는 맨시티. '펩시티'의 다음 시즌 행보가 벌써부터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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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시티 과르디올라 브라보 아구에로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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