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곳에 떨어진 연예인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을 담은 예능의 설정은 상당히 흔하다. 얼마 전 히트한 <윤식당>이 그랬고 그 이전에 <삼시세끼>가 있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자면 <1박 2일>이나 <정글의 법칙>역시 그런 뉘앙스를 품고 있다.  올리브티비에서 방송을 시작한 <섬총사>는 그 연장선에 놓인 예능이다. 침체기를 넘고 케이블에서 다시 전성기를 맞은 강호동과 가수 겸 배우 정용화, 배우 김희선까지. 도무지 예측이 안가는 조합의 인물들을 섬으로 끌고 들어간다. 대체 무슨 이야기가 나올까 싶지만 첫 회에서 생각보다 큰 가능성을 보여줬다.

 섬에 적응할 수 없을 것 같은 톱스타의 소탈함, 김희선은 독보적 캐릭터가 될까

섬에 적응할 수 없을 것 같은 톱스타의 소탈함, 김희선은 독보적 캐릭터가 될까 ⓒ 올리브TV


'힐링' 여행 예능, <삼시세끼> 뛰어넘을까

<섬총사>는 같은 여행 예능이지만 <1박 2일>이나 <정글의 법칙>처럼 비교적 빠른 템포로 극적인 연출로 진행되는 예능과는 달리, 나영석 피디 트레이드 마크인 느린 '힐링'을 표방한 느낌이 강하다. 바다에 둘러싸인 섬이라는 공간은 <삼시세끼>의 어촌편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섬총사>에서는 밥을 지어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미션이 주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도심과 멀리 떨어진 낯선 곳에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자신의 취향대로 살아야 한다는 미션이 주어진다. 어떤 상황 설정이나 해야 하는 일이 없다는 것은 오히려 더욱 출연자들을 난감하게 만든다.

그저 취향대로 살기만 하면 되지만, 그들의 취향은 사실 '섬'이라는 공간을 통해 발견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산이 좋냐, 바다가 좋냐"는 질문에 "둘 다 싫다. 호텔이 좋다"고 말하는 김희선은 이 예능의 키 포인트를 보여주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세 걸음 걸으면 차를 타야 한다는 뜻의 '삼보승차'가 자신의 별명이라 밝힌 김희선은 섬에서 일을 하고 뒹굴기엔 지나치게 곱고 화려하다. 인터뷰에서도 김희선은 "생선의 눈을 보지 못한다"고 말하거나 "섬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면서도 "회는 먹는다"고 말하는 김희선은 어쩐지 재미있는 캐릭터다. 전혀 섬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그가 섬 생활을 받아들이는 장면에는 묘한 쾌감이 있다.

<섬총사>는 도시화가 되지 않아 비교적 오염이 되지 않은 섬의 아름다운 풍광을 그들의 섬 생활을 천천히 보여주는 배경으로 삼는다. 이는 <삼시세끼>가 굳이 시골로 가 음식을 만들게 한 이유와도 비슷하다. 복잡하지 않고 단조로운 삶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삼시세끼만 걱정하게 만든 포맷은 단순했지만, 보고 있으면 묘하게 빠져드는 부분이 있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삶 속에서 '삼시 세끼'만 걱정하면 되는 단조로움은 시청자들에게 '힐링'으로 다가온 것이다.

<섬총사> 역시 그런 부분을 놓치지 않는다. <섬총사>는 삼시세끼처럼 함께 생활하며 가족이라는 테두리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각자 살게 되는 집도 다르고, 서로 협력해야 하는 미션도 없다. <섬총사>는 출연자들이 익숙한 공간이 아니라 주변에 아무 것도 없어 개성을 전혀 살릴 수 없을 것 같은 공간에서 그들이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찾아내고 그들의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내게 만들며 캐릭터를 쌓아 나가는 것이다. 그들이 그 공간에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는다는 바로 그 지점이 중요하다. 그들이 섬에 정을 붙이고 그 섬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일종의 '힐링'이라고 할 수 있다.

 묘하게 조화로운 캐릭터, 발전시키는 것이 관건

묘하게 조화로운 캐릭터, 발전시키는 것이 관건 ⓒ 올리브TV


독보적인 캐릭터의 탄생을 기대해 보아도 좋을까

첫 회는 세 사람의 인터뷰로 시작된다. 그들은 섬 생활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하면서도 불편할 수 밖에 없는 섬의 환경에 불안함을 드러낸다. 섬으로 향하는 그들은 아직 서로와 가까워진 상태가 아니다. 그들이 친해지는 과정에서 주고받는 이야기들은 그들의 캐릭터를 드러낸다. 김희선의 '오빠'라는 단어에 얼굴이 붉어지며 민망해하는 강호동이나, 허당같은 매력을 드러내는 정용화, 큰 트렁크 하나에 술을 가득 채워온 김희선까지 그들의 조합은 어울리지 않는 듯 하면서 절묘하게 케미스트리를 만들어 낸다. '스타'를 버려야 하고 열악한 환경을 감당해야 하는 섬 생활을 수용하는 동시에 그들이 보여주는 소박함은 <삼시세끼>에서 보여주는 힐링이라는 메시지와 닮았다.

문제는 앞으로 그들의 캐릭터를 어디까지 활용하고, 대중에게 설득시킬 수 있을까다. 단순히 섬에 그들을 내려 놓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들이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만들면서도 그들에게 지나친 개입이나 강요를 하지 않고, 캐릭터를 시청자들에게 설득하는 작업이 성공해야 <섬총사> 역시 성공할 수 있다. 또 <삼시 세끼> 같은 예능과는 다른 궤도를 취해야 한다. 이것이 이 예능이 가진 숙제다.

첫 방송의 캐릭터는 생각보다 매력적으로 그려졌다. 특히나 리얼 예능에 최초로 모습을 드러낸 톱스타 김희선은 새 캐릭터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 캐릭터에 시청자들이 열광하게 만드는 것은 또 다른 문제지만. 작은 포인트로도 예능 캐릭터의 성패는 갈릴 수 있다. 그 종이 한 장의 차이를 <섬총사>가 발견해 낼 수 있을까. 김희선이 <섬총사>의 주인공으로 거듭나는 기적을 보이고 <섬총사>가 엇비슷한 '힐링' 예능이 아닌 또 다른 히트작이 될 수 있을지가 궁금해지는 첫 회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섬총사 김희선 강호동 정용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