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 최종전서 미들즈브러에 3-0 승리... 챔스 진출

리버풀, 최종전서 미들즈브러에 3-0 승리... 챔스 진출 ⓒ EPA/연합뉴스


위르겐 클롭 감독이 이끌고 있는 리버풀이 지난 38라운드 미들스브로전에서 3-0으로 승리하며 승점 76점을 확보했다. 리버풀은 같은날 에버튼을 3-1로 꺾은 아스날을 승점 1점차로 따돌리고 힘겹게 4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잉글랜드 클럽 중 챔피언스리그 최다 우승팀(5회) 리버풀이 3년만에 유럽 챔피언스리그에 복귀했다.

지난 시즌 8위에서 4위(22승 10무 6패 승점 76점)로 리그 순위를 끌어올리며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만약 리버풀이 강팀 상대로 승점을 얻어 약팀들에 승점을 '퍼주는 의적질(?)'만 안했다면 리버풀은 첼시와 우승을 다퉜을지도 모른다. 오죽하면 '의적풀'이라는 별명이 붙었을까(물론 일부러 패배한 것은 아니겠지만, 강팀에 강하고 약팀에 약한 모습을 보여 리버풀을 자조적 의미로 '의적풀'이라 부르는 누리꾼들이 있다)?

실제로 리버풀은 11라운드까지만 해도 승점 26점(8승 2무 1패)으로 첼시(승점 25점)와 맨체스터 시티(승점 24점)를 제치고 1위에 올랐었다. 당시 수비는 다소 불안했으나, 필리페 쿠티뉴와 호베르투 피르미누 그리고 사디오 마네로 꾸려진 공격 삼각편대는 찰떡궁합을 선보였다. 이들 덕분에 리버풀은 막강 화력을 뿜어내며 리그 선두에 올랐던 바 있다.

하지만 '의적질'이 리버풀의 발목을 잡았고 마지막 라운드에 이미 강등이 확정된 미들스브로를 만나 '의적질'을 걱정하며 챔피언스리그 진출 마저 가슴졸여야 했다.

강팀 상대 EPL 최강자 '리버풀'

리버풀의 의적질 기록을 살펴보자. 승점 60점 이상을 기록한 1~7위까지의 상위 6개팀을 상대로한 올시즌 전적을 보면 화려하다. 

1위 첼시 1승 1무
2위 토트넘 1승 1무
3위 맨시티 1승 1무
5위 아스날 2승
6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2무
7위 에버튼 2승

총 12경기에서 7승 5무로 승점 26점을 기록했으며 단 1번도 패배를 기록하지 않았다. 리그 우승팀 첼시가 승점 60점 이상 클럽을 상대로 4패를 당하며 7승 1무로 승점 22점에 그친걸 생각하면 얼마나 좋은 성적인지 알 수 있다.

실제로 리버풀은 승점 60점 이상을 거둔 상위 7개 팀간 성적만 놓고 보면 상대 전적에서 밀리는 팀이 없다. 오히려 7개 팀 중 상대전적으로 당당히 1위에 오른다.

1위 리버풀 7승 5무 26점
2위 첼시 7승 1무 4패 22점
3위 토트넘 5승 4무 3패 19점
4위 아스날 3승 4무 5패 13점
5위 맨유 2승 6무 4패 12점
6위 맨시티 2승 5무 5패 11점
7위 에버튼 2승 4무 6패 10점

리버풀이 강팀들을 상대로 얻은 7승은 나름 영양가가 좋은 승리들이었다. 최대 라이벌 에버튼과의 머지사이드 더비를 홈-원정 2회 모두 이긴 것은 물론, 5라운드에서 2-1로 거둔 첼시전 1승은 첼시에 시즌 첫 패를 안긴 승리였다.

리버풀은 지난 25라운드에 토트넘을 상대로 2-0으로 거두기도 했다. 이 승리는 당시 토트넘의 11경기 무패(9승 2무) 행진을 마감시켰다. 해당 경기 전 리버풀은 공식경기 10경기에서 단 1승(5무 4패) 밖에 거두지 못해 슬럼프에 빠진 시기였고, 토트넘전 1승은 매우 좋은 보약이 되었다.

 지난 14일, 영국 런던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리버풀과 아스널의 프리미어 리그 개막전. 필리페 쿠티뉴의 두 번째 골이 터진 후, 리버풀 선수들이 함께 기뻐하고 있다.

지난 2016년 8월 14일, 영국 런던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리버풀과 아스널의 프리미어 리그 개막전. 필리페 쿠티뉴의 두 번째 골이 터진 후, 리버풀 선수들이 함께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EPA


아스날전 2승 중 첫승은 중요한 개막전 4-3승리였으며, 27라운드에서 얻은 두번째 승리(3-1)는 4위를 달리던 아스날을 5위로 끌어내린 결과를 낳았다. 

리버풀은 강등권의 구세주?

리버풀의 가장 큰 문제는 이렇게 강팀을 상대로 얻은 승점을 리그 8~20위에 위치한 중하위권 팀들에게 '퍼주다시피' 했다는 점이다.

리버풀은 6패를 모두 중하위권 팀들에게 당했다. 공교롭게도 리버풀에 승리를 챙긴 팀들은 매우 강등권에서 허우적대던 시기에 귀중한 승점 3점을 얻었다.

리버풀의 '의적질'은 리그 2라운드부터 시작되었는데, 개막전 아스날 원정 경기에서 4-3으로 역전승을 거두며 기분좋게 승점 3점을 얻었으나 바로 다음경기인 번리전에서 2-0 완패를 당하며 승점 3점 헌납했다. 이 승리는 번리의 시즌 첫 승이었다.

이 번리전 패배 이후 리버풀은 7승 3무로 10경기 무패행진을 달렸는데 그 무패행진을 마감시킨게 14라운드에 만난 본머스였다. 당시 리버풀은 2-0으로 앞서던 경기를 3-4로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고, 첼시와의 우승경쟁에서 미끄러지는 시발점이 되고 말았다. 

22라운드부터 리버풀은 '강등권의 구세주'로 활약하기 시작한다. 3번째 패배는 22라운드에서 벌어졌는데, 안필드에서 벌어진 홈경기에서 스완지 시티에게 2-3패를 당했다. 당시 최하위였던 스완지 시티는 리버풀전 승리로 '탈 꼴찌'에 성공하며 18위에 올랐다.

리버풀의 4번째 패배는 24라운드에서 벌어졌는데 상대는 올시즌 18위로 강등당한 헐시티 였다. 당시 리버풀은 볼 점유율에서 72%-28%로 헐시티를 압도했고 슈팅 수에서도 22-7로 3배 이상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0-2패배였다. 헐시티는 리버풀을 잡고 18위로 올라서며 잔류에 대한 희망을 잠시나마 가질수 있었다.

5번째 패배는 레스터 시티에게 헌납했는데, 당시 레스터 시티는 2015-16시즌 우승을 안겨주었던 클라우디우 라니에니 감독이 경질된 뒤 치른 첫 경기였는데, 26라운드에서 리버풀을 3-1로 격파했다. 승점 3점을 추가한 레스터 시티(승점 24점)는 리그 18위서 단숨에 15위로 뛰어올랐다. 레스터 시티에게 그 경기는 강등권 탈출에 시발점이 된 경기었다.

리버풀의 리그 6번째 패배는 34라운드에서 벌어졌는데, 상대는 강등 걱정을 하던 크리스탈 팰리스였다. 리버풀은 1-0으로 앞서가다가 올 시즌을 앞두고 리버풀에서 크리스탈 팰리스로 옮긴 공격수 벤테케에게 동점골과 역전골을 허용하며 1-2패를 당하고 말았다. 당시 크리스탈 팰리스는 리버풀전 승리로 38점을 획득하며 15위에서 12위로 올라서며 잔류를 거의 확정지을 수 있었다.

다음 시즌, 위르겐 클롭은 리버풀에 우승컵 안길 수 있을까?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 ⓒ Wiki Commons


2017-18시즌은 위르겐 클롭 감독이 리버풀을 지휘하는 3번째 시즌이 된다. 그리고 그는 리버풀 감독 취임 당시 공식 기자회견에서 '4년 안에 리버풀에 우승 트로피를 선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었다.

클롭 감독은 과거 독일 리그에서 도르트문트를 지휘한 바 있다. 당시 감독을 맡고 3번째 시즌에 분데스리가의 절대강자 바이에른 뮌헨을 압도적으로 누르고 우승했다. 이는 도르트문트에게는 9시즌 만에 리그 우승을 안긴 셈이었다.

클롭이 도르트문트에서의 우승 역사를 리버풀에서도 써 내려가려면 2017-18시즌에는 클롭 감독의 전술적 철학인 게겐프레싱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한편 상대에 따라 쓸 수 있는 전술적 유연성을 갖추기 위한 플랜B 전술의 개발도 필요할 것이다. 또한 리그와 함께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해야 하는 만큼 포시션별로 전력보강이 필수다.

무엇보다 리버풀이 무관의 한을 풀기 위해선 중하위권팀들을 상대로 한 (의도치 않은) '봉사활동'을 접고 강팀을 상대로 '제대로' 경기력을 보여주며 이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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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글은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zig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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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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