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 후>의 주역들이 22일 오후 2시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 공식기자회견을 가졌다.

영화 <그 후>의 주역들이 22일 오후 2시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 공식기자회견을 가졌다. ⓒ 이선필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영화들은 기자들에겐 가장 열띤 취재 대상이다. 기자 시사 때부터 공식 기자 회견까지 항상 많은 기자로 붐비는 게 일반적이다. 다만, 홍상수 감독의 <그 후>는 그에 비할 때 소소했다.

22일 오전 11시 기자 시사 직후 열린 공식 회견장을 채운 이들은 대부분 한국 기자들이었다. 마치 한국 기자 간담회를 연상케 할 정도. 약 80여 석의 좌석 중 절반이 찼고, 외신 기자는 열 명 남짓 돼 보였다.

기자회견 진행을 맡은 이브 몽마외르 감독의 첫 질문으로 공식 행사가 시작됐다. 홍상수 감독 영화에 나오는 군상들을 언급하며 몽마외르 감독은 홍 감독에게 삶의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답을 찾는 과정에 있다. 내게 주어진 게 큰 것이든 작은 것이든 무엇이 내 안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하나씩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중략) 우리 인생은 매우 빠르게 흐른다. 그래서 돌아보기 쉽지 않은데 (<클레어의 카메라>와 <그 후>로) 인생을 다시 세팅해볼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 우린 살면서 각자가 무엇을 갈구하고 있는지 마음이 어떤지를 기억하고 바라봐야 한다." (홍상수 감독)

독특한 작업 방식

대부분 질문은 홍상수 감독의 독특한 작업 방식에 대한 것이었다. 시나리오를 다 쓰지 않고, 배우와 촬영장소만 정해놓고 시작한다는 것, 특정 배우들과 여러 번 작업한다는 것 등은 홍상수 감독 팬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 몽마외르 감독과 외신 기자들은 이에 대해 주로 물었다.

"무엇을 찍을지 저도 완벽하게 알지 못한 채 시작한다. 다만 배우들이 가진 각 고유성을 끌어내길 원한다. 그래서 내 작업 방식은 배우에게 많이 의지하는 쪽이다. 배우가 중요하다. <그 후>에 출연한 권해효씨를 만났을 땐 마치 내 과거의 모습을 보는 거 같았다. 또 김민희씨 같은 경우 내가 한국 기자간담회에서 연인이라고 밝혔는데 내겐 아주 영감을 주는 존재다. 마치 모델과 화가의 관계 같다. 화가는 매일 다른 걸 그리고 모델은 그걸 표현한다. 배우는 모델과도 같다." (홍상수 감독)

배우들도 화답했다. "아직 <그 후>를 보지 못했다"라며 권해효는 "홍상수 감독님을 만나 내 모습이 어떻게 보였을지 매우 궁금하다. 특별히 뭔가를 하겠다고 생각하고 준비하진 않았다"라고 말했다. 김민희는 "감독님과의 작업은 매일 새롭다"라며 "존경하는 분이라 감히 영감을 받는다고 말하긴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즉흥적인 대본 작성에 대해 홍상수 감독은 "이야기를 특정하게 정해놓기보단 난 배우 안에 있는 걸 꺼내고 싶다"라며 "배우로 하여금 자신에게 집중하도록 하며, (캐릭터가 아닌) 사람으로서 표현하고 싶다"라고 설명했다.

간담회 종료 후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는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듯 자연스럽게 손을 잡고 퇴장했다. 홍상수 감독의 <그 후>와 <클레어의 카메라>는 제70회 칸영화제에 경쟁 및 스페셜 스크리닝 부문에 진출한 상태다.

홍상수 그 후 클레어의 카메라 칸영화제 김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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