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열린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는 이창재 감독과 최낙용 프로듀서.

지난 16일 열린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는 이창재 감독과 최낙용 프로듀서. ⓒ 성하훈


"촛불 시민들에게 감사한다."

지난 16일 언론시사회 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노무현입니다> 제작자 최낙용 프로듀서는 이렇게 말했다. 만들면서도 일반 관객들과 만날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던 것을 생각하면 관객들과 제대로 만날 수 있게 됐다는 것에 대한 안도였다. "개봉을 한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라는 이창재 감독의 말도 마찬가지였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주변 정리를 하고, 불이익을 각오하고, 첩보영화처럼 제작과정 내내 조마조마했던 순간이 스쳤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런 마음들이 "촛불 시민들에 대한 감사"에 농축돼 있었다.
'불안'에서 시작했지만 '안도'하며 개봉, 촛불의 힘

 다큐멘터리 <노무현입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노무현입니다>가 오는 25일 개봉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집중 조명한 작품이다. ⓒ 영화사 풀


25일 개봉하는 <노무현입니다>는 지난 1년간 몰래 만든 영화다. 제 이름을 갖고 당당하게 대중에게 드러낼 수 있는 안전지대로 들어온 것은 전주국제영화제를 1주일 정도 앞둔 4월 중순 경이었다. 최종 완성을 위해 넘어야 하는 몇 가지 고비 때문에 최낙용 피디는 1년의 제작 기간 동안 공식적인 발표 때까지 보도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할 정도였다.

지난해 4월 총선이 여소야대로 끝난 이후 제작에 들어간 영화는 올해 12월로 예정돼 있던 대선을 염두에 두고 준비를 시작했다. 탄핵으로 일정이 빨라지지 않았다면 다소 늦게 선보였을 수도 있었다.

제작에 들어간 사실을 기자가 알게 된 것은 지난해 5월이었다. 한두 사람 정도, 극소수의 영화계 인사들만 인지하고 있었을 뿐 보안유지가 철저했다. 영화에 대한 문의에 최 프로듀서는 다 완성될 때까지는 절대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 된다며 무척이나 조심스러워했다.

2014년 <다이빙벨> 상영에 따른 부산영화제 탄압이 수년 째 이어지고 있고 박근혜 정권의 문화 예술 전반에 대한 압박이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제대로 완성하는 것이 1차 목표였기에 제작 사실을 아는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기도 했다.

최 프로듀서는 지난해 부산영화제 기간에도 봉하마을을 오가며 영화 제작에 몰두하고 있었는데, 빠르면 노무현 대통령의 8주기를 전후로 늦어도 대선 전에는 공개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노 대통령 주변 인물에 대한 인터뷰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 정도만 들을 수 있었다.

영화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것은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며 촛불 집회가 본격화하던 시점이었다. 마침 <무현, 두 도시 이야기>가 개봉돼 노무현 향수가 일어나며 흥행에 탄력을 받고 있었다. 제작 소식이 알려져도 될 것 같았지만 제작진은 자칫 공개될 경우 영화 마무리가 안 될 수 있다며 더욱 조심했다.

탄핵이 가시화된 순간도 마찬가지였다. 제작진은 매 주말 촛불 집회 때 노사모가 준비한 포장마차에서 어묵과 커피를 나눠주며 광장에 나온 시민들과 연대하며 영화 준비에 몰두했다. 조기 대선이 이뤄질 경우 그 전에 개봉했으면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극우단체 고소고발에 대비하며 만든 영화

 18회 전주영화제 기간 중에 열린 전주시네마프토젝트 기자회견에서 <N프로젝트>로 소개된 <노무현입니다>를 설명하고 있는 이창재 감독.

18회 전주영화제 기간 중에 열린 전주시네마프토젝트 기자회견에서 로 소개된 <노무현입니다>를 설명하고 있는 이창재 감독. ⓒ 전주국제영화제


아트하우스 모모 부사장이기도 한 최낙용 프로듀서는 혹시라도 회사에 부담이 갈까 걱정돼 별도의 영화사를 따로 만들었다. 제작사인 '영화사 풀'이다. 제작 후 닥칠지 모를 세무조사 등 외압에 대비해 털어도 먼지가 나오지 않을 만큼 회계처리에도 심혈을 기울여 깔끔하게 정리했다.

극우단체의 고소·고발, 검찰 소환 등을 각오하고 법률지원 대책도 수립했다. 법률팀에 편집본을 보여주고 소송 등 각종 법률적 가능성을 검토한 후 최종 편집을 확정했다. 영화제작에 들어가면서 어려움을 감수하겠다는 각오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제작비 조달이 어려운 상태에서 큰 도움을 준 것은 전주국제영화제였다. 2016년 전주영화제에 참석한 최 피디가 비공식적으로 영화 제작에 들어갔음을 넌지시 전했는데, 영화제 측에서 관심을 보인 것이다.

당시 국정원 간첩 조작을 다룬 <자백>으로 화제를 일으켰던 전주영화제도 안팎의 외압을 걱정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조직위원장인 김승수 전주시장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겠다는 자세가 확고했고 혹시나 압박이 들어와도 영화제를 지켜주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덕분에 제작지원 프로그램인 '전주시네마프로젝트(JCP)' 작품으로 선정될 수 있었다. 투자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영화 제작에 숨통이 트이는 순간이었다.

3월 27일 전주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라는 의미의 <N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실체가 드러났으나 이 순간까지도 영화는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다. 기자회견장을 찾은 최 프로듀서는 구체적인 영화 내용이 거론되면 안 된다며 보도 자제를 요청했다.

자료 확보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제작진은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지 못할까 봐 굉장히 조심했고, 접근이 어려운 자료가 있는 곳에는 개인적으로 찾아갔다"라며 "자료를 얻는 데 6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라고 밝혔다.

전주영화제 지원으로 숨통 트여... 정권교체기 자세 바뀐 CGV

 오는 25일 개봉하는 영화 <노무현입니다>의 포스터. 개봉하기까지 순탄치 않았지만, 촛불 시민의 힘으로 가능했다.

오는 25일 개봉하는 영화 <노무현입니다>의 포스터. 개봉하기까지 순탄치 않았지만, 촛불 시민의 힘으로 가능했다. ⓒ 영화사 풀


개봉 시기가 확정된 것은 전주영화제를 개막을 앞둔 시점이었다. 전주영화제 공개 직후 곧바로 대선 전 개봉도 생각해보기는 했으나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아 노무현 대통령 8주기로 개봉 일정을 맞췄다.

최 프로듀서는 정상적인 상영이 어려우면 온라인을 통해 공개하고 숨어버릴 생각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CGV아트하우스가 배급을 맡게 되면서 상영관 확보에도 다소 여유가 생겼다. 일부에서는 <무현, 두 도시 이야기> 상영관 배정에 인색했던 CGV가 정권이 바뀌니 자세를 바꾼다는 지적도 나온다. CGV아트하우스는 대선 직후 배급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최 프로듀서 배급을 협의할 때 "CGV아트하우스 쪽에서 제작사 입장을 존중하는 자세를 보였다"며 "이창재 감독의 전작들인 <길위에서> <목숨> 등을 CGV 콘텐츠 개발실에서 투자 배급을 맡아 당시 전폭적인 지원과 배려를 받은 인연도 작용했다"라고 말했다. 최 프로듀서는 앞서 영화가 마무리되던 시점에서 "CGV가 배급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몇몇 배급사들도 관심을 보였으나 최종적으로 확정된 데는 CGV아트하우스가 제작사의 요청을 받아들인 이유가 컸다. 최 프로듀서는 "시민들 모금(펀딩)을 통해 배급마케팅 비용을 마련하겠다는 우리의 뜻을 CGV 아트하우스가 받아주었을 뿐만 아니라 공동배급을 우리에게 제안해 배급 마케팅의 의사결정과정을 같이 하겠다는 파트너십을 확고히 해줬다" 고 덧붙였다.

 다큐멘터리 <노무현입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노무현입니다>의 배급은 대선이 끝난 직후 확정됐다. 시민들의 높은 기대를 충족할 수 있을까. ⓒ 영화사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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