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분, 인천 유나이티드 송시우가 오른발로 동점골을 터뜨리는 순간

86분, 인천 유나이티드 송시우가 오른발로 동점골을 터뜨리는 순간 ⓒ 심재철


축구장에는 말이나 논리로 도저히 설명하기 힘든 기운이 존재한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프로 2년차 공격형 미드필더 송시우가 설명하기 힘든 바로 그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특히 송시우와 전주라는 도시는 궁합이 너무나 잘 들어맞는 게 아닌가 싶다. 지난해에 이어 그가 또 전주에서 큰일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이기형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21일 오후 4시 전주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2017 K리그 클래식 12라운드 전북 현대와의 어웨이 경기에서 후반전 교체 선수 송시우의 극적인 동점골에 힘입어 1-1로 비기며 꼴찌 탈출을 위한 안간힘을 느끼게 해 주었다.

돌아온 이재성의 그림같은 선취골

이전 11라운드까지 순위를 기준으로 1위와 12위(꼴찌)의 만남, 그리고 경기장이 1위 팀 전북의 홈 그라운드였기에 어웨이 팀 인천 유나이티드의 열세가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일요일 낮 6579명 홈팬들 앞에 선 전북은 부상을 떨치고 돌아온 이재성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세워 꼴찌 팀 수비 라인을 흔들어댔다. 경기 시작 후 34분 만에 바로 그가 활짝 웃었다. 이재성의 이름 세 글자가 전주의 하늘에 새겨진 것처럼 멋진 골이었다.

역습 기회에서 에델이 기습적으로 찔러준 공을 받은 이재성은 기막힌 180도 터닝 볼 터치 기술을 자랑하며 인천 유나이티드의 주장 완장을 찬 수비수 이윤표를 무력화시켰다. 그의 왼발 감아차기는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골문으로 빨려들어갔다. 순발력 뛰어난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이태희가 날아올랐지만 미치지 못했다.

이 멋진 선취골 덕분에 1-0으로 앞서고 있었지만 전북 벤치는 신중하게 후반전을 준비했다. 전북의 닥공을 상징하는 공격수 세 명(이동국, 김신욱, 고무열)을 차례로 들여보내며 인천 유나이티드를 주저앉히려는 수를 쓴 것이다.

인천 유나이티드로서는 이 흐름에 더욱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공격 비중을 높이고자 센터백 지원 역할을 맡은 김경민을 빼고 미드필더 김도혁을 들여보냈고 60분에는 공격수 웨슬리를 들여보내려고 준비시켰다가 든든한 수비수 부노자가 갑작스럽게 다치는 바람에 김대중으로 교체 선수를 바꿔야 했던 것이다.

이후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전북의 닥공은 제대로 불붙을 수밖에 없는 형국이 됐다. 누가 봐도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언제 스스로 무너지는가를 살피는 일만 남은 듯했다. 하지만 인천 유나이티드 최후의 보루 이태희는 결코 포기하지 않고 몸을 날렸다. 결과적으로 송시우의 극적인 동점골이 크게 각인된 경기가 됐지만 사실상 MOM은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이태희였다.

78분, 전북의 오른쪽 코너킥을 김진수가 왼발로 감아올렸고 교체 선수 이동국이 프리 헤더 슛을 날렸을 때 이태희는 왼쪽으로 몸을 날려 그 공을 기막히게 쳐냈다.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 라인에서 부노자와 김경민의 빈 자리가 그대로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89분에 이태희가 보여준 연속 슈퍼 세이브 동작은 보는 이들을 더욱 놀라게 만들었다. 발리슛 장인 이동국의 왼발 발리슛을 단번에 잡아내지 못하고 앞으로 흘린 이태희는 곧바로 뛰어들어온 고무열의 슛을 얼굴로 막아냈다. 빈 골문이나 다름없는 순간이었기에 이태희의 세이빙은 전북 입장에서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78분, 전북 골잡이 이동국의 결정적인 헤더 슛을 인천 골키퍼 이태희가 몸을 날려 쳐내는 순간

78분, 전북 골잡이 이동국의 결정적인 헤더 슛을 인천 골키퍼 이태희가 몸을 날려 쳐내는 순간 ⓒ 심재철


송시우, 믿기 어려운 전북과의 인연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이태희가 온몸으로 추가 실점을 허용하지 않은 덕분에 더 빛난 선수가 있다. 바로 1993년 8월 창원에서 태어난 인천 유나이티드 공격형 미드필더 송시우다. 그런데, 기막힌 송시우 법칙이 만들어졌다. 우연히 벌어진 일이라고 하기에는 믿기 힘들 정도다.

송시우에게 전주를 제2의 고향이라고 이름붙여도 될 듯하다. K리그 클래식 프로축구 선수로서 송시우라는 이름 석 자가 각인된 날은 2016년 4월 13일이었다. 전주성(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기가 거의 끝날 무렵(90+1분) 케빈 오리스의 이마에 맞고 떨어진 공을 잡은 송시우가 기막힌 왼발 중거리슛으로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린 것이다.

그리고 403일 만에 다시 전주에 찾아온 송시우는 같은 경기장은 아니지만 전주종합운동장에서 86분에 결정적인 동점골을 다시 한 번 터뜨렸다. 0-1로 패색이 짙던 이 경기를 송시우가 원점으로 돌려놓은 것이다. 동료 미드필더 문선민의 패스를 받은 송시우가 전북 현대 수비수 김민재를 앞두고 간격이 벌어지자 재치있는 오른발 감아차기를 정확하게 꽂아넣었다.

환호성을 지르며 인천 유나이티드 벤치 앞으로 내달리던 송시우는 전주의 맑은 하늘을 두 팔 벌려 받아들었다. 바로 그곳 전주에서 일을 또 저질렀다는 뜻으로 보였다.

그런데 더 놀라운 기록이 이 극적인 동점골과 연관이 있다. 바로 송시우의 교체 타임이다. 지난해 프로 데뷔 시즌을 뛰면서 경기가 끝날 무렵 극적인 골을 터뜨리는 일이 잦아서 '시우 타임'이라는 기분 좋은 수식어가 따라다녔는데 사실은 그의 교체 시간이 더 기막히게 맞아떨어진 것이다.

2016년 4월 13일 전주월드컵경기장 64분 42초에 김동석 대신 바꿔 들어간 송시우가 90+1분에 극적인 1-1 동점골을 터뜨렸는데, 2017년 5월 21일 전주종합운동장 64분 32초에 윤상호 대신 바꿔 들어간 송시우가 86분에 점수판을 1-1로 만드는 동점골을 터뜨린 것이다.

전주, 후반전 교체 시간 65분, 최종 결과 '전북 현대 1-1 인천 유나이티드'를 만든 극적인 동점골 주인공 송시우의 인연은 그저 우연히 이어진 것일까? 다시 생각해봐도 기막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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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7 K리그 클래식 12라운드 결과(21일 오후 4시, 전주종합운동장)

★ 전북 현대 1-1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이재성(34분,도움-에델) / 송시우(86분,도움-문선민)]
- 송시우 : 64분 32초 교체 투입 후, 86분 1-1 동점골 득점

◇ 2016 K리그 클래식 5라운드 결과(4월 13일 오후 2시, 전주월드컵경기장)
★ 전북 현대 1-1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이동국(83분,도움-이종호) / 송시우(90+1분,도움-케빈)]
- 송시우 : 64분 42초 교체 투입 후, 90+1분 1-1 동점골 득점
축구 송시우 시우타임 인천 유나이티드 전북 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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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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